이 시리즈를 전망하면서 샌디에고의 손을 들어줬던 건 박찬호의 존재 때문은 아니었다. 하지만 확실히 불펜진의 무게감에 있어 세인트루이스는 샌디에고의 상대가 되지 못할 것처럼 보였다. 웨인라이트를 제외하고는 도무지 믿을 만한 투수들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예상은 완전히 틀리고 말았다. 네 경기에서 카디널스 불펜 투수들은 13.1 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탈삼진은 무려 16개. 기본적으로 샌디에고 벤치에는 믿고 맡길 만한 우타자들이 부족했고, 토니 라루사 감독은 이런 약점을 십분 활용 불펜 운영의 여유를 꾀할 수 있었다.
마지막 4차전에서도 메레디스의 투입 타이밍이 결국 승부를 갈랐다. 자, 5차전이 열릴 가능성에 대비해 제이크 피비를 아껴뒀다. 5회까지 우디 윌리엄스는 상대를 2실점으로 묶으며 나쁘지 않은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6회말 선두 타자 앨버트 푸홀스를 볼넷으로 내보내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다음 타자 짐 에드먼즈 역시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나긴 했지만 상당히 위협적인 타구를 날렸다. 그리고 대기 타석에는 후안 엔카나시온이 기다리고 있었다. 땅볼이 절실한 상황이었지만 윌리엄스는 플라이볼 투수다. 따라서 이 시점에 메레디스를 올려야 했다. 메레디스는 우타자를 상대로 .107의 믿기지 않는 피안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물론 68.8%의 압도적인 땅볼 비율을 기록하는 투수다.
그러나 투수 교체는 한 박자 늦게 이뤄졌고 메레디스는 제 몫을 다 하지 못했다. 사실 엔카나시온에게 3루타를 허용한 순간 파드레스의 '06 시즌은 이미 끝이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땅볼과 플라이볼의 차이가 결국 승부를 가른 것이다. 물론 결과를 놓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쉬운 일은 없지만, 확실히 이는 감독의 투수 기용 실패라고밖에 볼 수 없다.
그렇다고 타자들이 잘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4 경기 동안 샌디에고 타자들은 단 한 개의 홈런도 때려내지 못했고, 타율 역시 .211에 그쳤다. 더더욱 문제가 된 건 득점권 상황에서 33타수 2안타(타율 .061)에 그쳤다는 점이다. 도무지 승리를 가져올 수가 없는 득점력이었다는 뜻이다. 한 마디로 질 수밖에 없는 졸전을 펼친 셈이다.
이제 카디널스는 메츠와 NLCS를 벌인다. 관건은 다저스에 대해 썼을 때와 마찬가지다. 라루사 감독은 메츠의 좌타자들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특히 크리스 카펜터가 3차전 이후에나 등판이 가능한 상황이라면 확실히 그렇다. 만약 좌타자 봉쇄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NL 챔피언은 메츠의 차지가 될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