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천재 소녀' 제너비브 비컴(17·멜버른)이 호주 프로야구(ABL)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ABL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2021~2022 시즌 일정을 취소했습니다.
이에 멜버른은 2019~2020 시즌 클랙스턴 실드(챔피언 결정전) 상대였던 애들레이드를 불러 들여 연습 경기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멜버른 챌린지'라고 이름 붙인 이 연습 경기 2차전이 비컴의 데뷔 무대였습니다.
키 187cm에 왼손 투수인 비컴은 8일 멜버른 볼파크에서 열린 이 경기에서 팀이 0-4로 뒤진 6회초에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백스톱으로 날아가는 높은 공으로 초구를 던진 비컴은 3루 만에 3루수 앞 땅볼을 유도했지만 1루수 발이 베이스에서 떨어지면서 선두 타자를 살려줬습니다.
다음 타자를 상대로도 역시 3루수 앞 땅볼 유도에 성공하면서 병살 처리 찬스를 잡았지만 이번에도 타자 주자는 1루에서 세이프.
다음 타자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1사 1, 2루 위기에 몰린 비컴은 한 번도 3루수 앞 땅볼 유도에 성공하면서 2사 1, 2루로 상황을 바꿔놓았습니다.
결국 이 이닝 마지막 상대가 된 다음 타자가 우익수 뜬 공으로 물러나면서 비컴도 이날 등판을 마무리했습니다.
비컴은 이날 속구와 커브를 섞어 총 19개를 던졌고 최고 시속은 130㎞였습니다.
비컴은 2일 멜버른과 육성 선수(development player) 계약을 맺으면서 ABL 무대에 입성하게 됐습니다.
그 전에도 ABL 버전 퓨처스리그(2군)라고 할 수 있는 VSBL(Victorian Summer Baseball League) 디비전1 시니어 리그에서 남자 선수와 함께 뛰었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 12년간 뛰었던 피터 모일런(44) 멜버른 투수 코치는 "비컴을 영입한 게 '쇼'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디컴은 우리 팀 에이스가 될 수 있는 투수"라고 평했습니다.
비컴은 ABL에서 경험을 쌓은 뒤 내년(2023년)에는 미국 대학 무대에 진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마추어 자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육성 선수 계약을 맺은 겁니다.
비컴은 "여자가 야구를 한다고 하면 '소프트볼이나 하라'는 말을 듣게 된다. 나도 그런 말을 들었다"면서 "간절하게 원하고 노력하면 분명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비컴은 소프트볼 무대로 1년간 활약하다가 적성에 맞지 않아 다시 야구로 돌아온 적이 있습니다.
이 말을 듣고 11월에 인터뷰를 했던 (그러나 어른들 사정으로 아직 기사를 내지 못한) 김라경(22) 생각이 났습니다.
한국 여자 야구 대표팀 에이스 김라경 역시 인터뷰 내내 소프트볼과 야구가 얼마나 다른지 설명하기 바빴습니다.
지난해 9월 김라경이 창단한 여자 야구팀 JDB(Just Do Baseball)는 남자 사회인 야구팀을 물리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김라경은 "여자 야구 선수를 리틀야구가 끝나면 더는 학교에서 야구를 할 수가 없다"며 아쉬워했습니다.
그리고 계속해 "리틀야구가 끝나면 어린 선수도 여자 야구 사회인 리그(WBAK)로 가야 하는데 리그 특성상 체계적인 훈련을 받을 수 없어서 실력을 키을 수가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WBAK보다 한 단계 위에 있는 실업 리그를 만드는 게 김라경의 1차 목표입니다.
김라경은 "실업 리그가 탄생하면 자연스럽게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에도 야구 야구 팀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성장 단계에 따라 야구장 규격을 달리하는 등 체계적으로 야구를 가르치면 여자 선수도 직업 야구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실업 리그 창설은 결국 '돈'이 필요하기에 성사 가능성에 대해 논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그러나 전국 야구 소녀들 꿈을 응원하는 건 지금 당장이라고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