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17승 1패로 프로배구 2021~2022 도드람 V리그 전반기를 마감한 현대건설 선수단.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프로배구 2021~2022 도드람 V리그가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남녀부를 통틀어 '전반기의 팀'을 꼽자면 역시 여자부 현대건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대건설은 3라운드까지 18경기를 17승 1패로 마감했습니다.

 

3라운드 첫 경기였던 한국도로공사전에서 2-3으로 패하면서 전반기 전승에는 실패했지만 이 경기서도 승점 1점을 챙겼습니다.

 

전반기 승점은 51점으로 18경기 소화 시점 기준으로 역대 최다 타이 기록입니다.

 

2005~2006 시즌 남자부 현대캐피탈이 현대건설과 똑같이 17승 1패를 기록한 적이 있습니다.

 

참고로 3-0 또는 3-1 승리 때는 승점 3점, 3-2 승리 때는 승점 2점, 2-3 패배 때는 승점 1점을 받는 현재 승점 계산 방식을 도입한 건 2011~2012 시즌입니다.

 

당시 현대캐피탈은 대전 방문 경기서 삼성화재에 1-3으로 패했을 뿐 나머지 경기에서는 전부 3-0 또는 3-1 승리를 거뒀습니다.

 

따라서 17경기에서 전부 승점 3점을 따낸 셈이기 때문에 현재 기준으로 승점 51점이 되는 겁니다.

 

이번 시즌 현대건설도 똑같이 승점 51점이지면 승점을 확보한 방식은 달랐습니다.

 

1라운드 페퍼저축은행전에서 3-2 승리로 승점 2점을 챙겼고 3라운드 한국도로공사전에서는 2-3으로 패했지만 승점 1점을 더했습니다.

 

그러니까 시즌 첫 18경기에서 전부 승점을 따낸 건 이번 시즌 현대건설이 남녀부를 통틀어 처음입니다.

 

거꾸로 신생팀 페퍼저축은행은 1승 17패로 전반기에 승점 5점을 따내는 데 그쳤습니다.

 

앞서 보신 것처럼 페퍼저축은행은 1라운드 다섯 번째 경기였던 현대건설전에서 창단 첫 승점(1점)을 따냈습니다.

 

이어 1라운드 여섯 번째이자 마지막 경기에서 말 많고 탈 많던 IBK기업은행을 3-1로 꺾고 창단 첫 승리(승점 3점)를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2라운드 두 번째 경기에서 역시 IBK기업은행에 2-3으로 패하면서 승점 1점을 더했습니다.

 

18경기 승점 5점은 2012~2013 시즌 KGC인삼공사와 함께 역대 최저 기록입니다.

 

따라서 현대건설과 페퍼저축은행 사이 승점 차이(46점) 역시 역대 기록이 됩니다.

 

(위 그래프에 프로배구 원년 2005시즌이 없는 건 당시 여자부 5개 팀이 각 16경기밖에 치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후반기 현대건설 대항마로는 역시 한국도로공사를 꼽을 수 있습니다.

 

한국도로공사(승점 39점)는 주전 세터를 '중고 신인' 이윤정(24)으로 교체한 뒤 10연승을 거두며 2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린 상황.

 

단, 18경기 소화 시험 기준으로 1, 2위 사이에 승점 12점 차이가 나는 건 역대 3위에 해당합니다.

 

2006~2007 시즌 흥국생명(승점 46점)과 2012~2013 시즌 IBK기업은행(승점 47점)이 나란히 당시 2위 팀에 승점 13점을 앞선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두 팀 모두 당시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챔피언결정전 승리까지 차지했습니다.

 

현대건설이 이 기록을 이어갈 수 있을지 아니면 한국도로공사가 새 역사를 쓸 수 있을지가 여자부 후반기 관전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한항공 정지석.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반면 남자부는 아직 우승 팀을 논하기에 너무 이릅니다.

 

개인사로 코트를 떠나 있던 정지석(26)이 합류한 뒤로 대한항공(승점 33점)이 '클래스'가 다른 경기력을 선보이기 시작한 건 사실.

 

정규리그 우승팀 맞히기 돈 내기를 해야 한다면 대한항공에 베팅하는 게 합리적일 겁니다.

 

그러나 '말리 특급' 케이타(20)를 앞세운 KB손해보험(승점 33점) 역시 상승세가 만만치 않습니다.

 

KB손해보험은 우리카드에서 레프트 한성정(25)을 영입하면서 본격적인 '윈 나우' 모드에 돌입한 상태.

 

시즌 개막 전 강력한 우승 후보로 손꼽혔던 우리카드 역시 최근 4연승을 기록하면서 본격적으로 고도를 끌어올리는 중입니다.

 

이번 시즌 남자부는 순위가 언제 바뀌어도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입니다.

 

최하위 삼성화재(승점 22점)가 3연패로 전반기를 마감했다고 해도 선두 대한항공과 승점 11점 차이가 날 뿐입니다.

 

여자부 1, 2위 사이 승점 차이보다 남자부 1위와 최하위 사이 승점 차이가 더 적은 겁니다.

 

역시 18경기 소화 시점 기준으로 승점 11점 사이에 남자부 팀이 전부 몰려 있는 건 프로배구 역사상 이번 시즌이 처음입니다.

 

그 전에는 2019~2020 시즌에 선두 대한항공(승점 36점)과 최하위 KB손해보험(승점 15점) 사이에 21점 차이가 났던 게 가장 차이가 적었던 기록이었습니다.

 

이번 시즌 남자부는 정말 '역대급' 순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겁니다.

 

문제는 한 번 '집을 나간' 인기가 쉽사리 돌아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올해 전반기에 남자부 경기 시청률(닐슨 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이 여자부 경기보다 잘 나온 건 이달 8일 딱 하루뿐입니다.

 

이날 대전 삼성화재-대한항공 경기 시청률은 0.75%로 광주 페퍼저축은행-GS칼텍스(0.73%)보다 0.02%포인트 앞섰습니다.

 

'오차 범위'를 감안하면 사실상 차이가 없는 이 정도 수준에 '앞섰다'는 표현을 써야 할 정도로 남자부 시청률이 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후반기에 갑자기 시청률을 끌어올릴 만한 특별한 마케팅 포인트가 눈에 띄지 않는 것도 사실.

 

남자부 대한항공이 회장사를 맡고 있는 한국배구연맹(KOVO)도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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