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2022 베이징(北京)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방침을 공식화했습니다.
외교적 보이콧은 선수단을 아예 보내지 않는 전면 보이콧과 달리 개·폐회식 등에 외교 사절단을 파견하지 않는 걸 뜻합니다.
6일(이하 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을 통해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겨울 올림픽과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 어떤 외교적, 공식적 대표단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사키 대변인은 계속해 "미국 정부는 미국 대표 선수단을 전적으로 지원하며 본국에서 응원하면서 100% 지지를 보낼 것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대대적으로 축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2008 여름 대회 때는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이 직접 베이징을 찾았는데 13년 만에 양국 사이가 크게 바뀐 겁니다.
미국 정부에서 외교적 보이콧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건 인권 문제 때문입니다.
특히 미국은 중국이 신장(新疆) 위구르(維吾爾) 자치구에서 '제노사이드'(genocide·인종 말살)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사키 대변인은 "신장 자치구에서 중국 정부의 지독한 인권 침해와 잔학 생위를 마주한 상황에서 이번 올림픽을 이전 대회와 똑같이 대할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강조한 것처럼 미국의 유전자(DNA) 속에는 인권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미국이 세기의 거짓말(世紀謊言)을 하고 있다"면서 "미국에서 벌어진 원주민 학살이야 말로 제노사이드"라고 맞섰습니다.
미국이 올림픽을 앞두고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보이콧 자체는 처음이 아닙니다.
미국은 옛 소련에서 열린 1980년 모스크바 대회는 아예 건너뛰었습니다 = 대표선수단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소련이 1979년 12월 27일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데 따른 항의 표시였습니다.
그러자 한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 64개국이 이 움직임에 동참해 모스크바 대회에 선수단을 파견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소련을 비롯한 공산권 국가 14개국은 1984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을 보이콧하며서 '빚'을 갚았습니다.
단, 당시 소련과 갈등 관계를 빚고있던 중국은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을 보이콧하는 대신 1984년 LA 대회에는 선수단을 보냈습니다.
1984년 LA 대회는 중국이 사실상 처음으로 대표 선수단을 파견한 여름 대회이기도 합니다.
그 전까지 올림픽에 중국 대표로 참가한 건 1952년 헬싱키 대회 수영 남자 100m 배영에 출전한 우창유(吳傳玉·1928~1954) 한 명뿐었습니다.
중국은 1984년 LA 대회에서 금메달 15개, 은메달 8개, 동메달 8개로 종합 4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중국은 이에 앞서 1980년 미국 레이크 플래시드에서 열린 겨울 대회에도 선수 24명을 파견했습니다.
그랬던 중국이 이번에는 '결연한 반격 조치(堅決的反擊措施)'를 예고했습니다.
자오 대변인은 "(미국이) 스포츠를 정치화하는 것을 그만두고 스포츠가 중국과 미국 두 나라가 대화하고 협력하는 데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외교적 보이콧은 결국 두 나라 사이 외교전으로 결말이 날 확률이 높습니다.
미국으로서는 당연히 자국을 따라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하는 나라가 곳곳에서 나오기를 희망할 터.
거꾸로 중국은 이런 나라 숫자를 최대한 줄여서 미국 코를 납작하게 해주고 싶을 겁니다.
일단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정치적 중립성'을 이유로 외교적 보이콧 결정을 존중한다(respect)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한마디로 외교적 보이콧은 정치적 판단이라 정치적 중립성이 기본 정책인 IOC는 왈가왈부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한국은 지난 겨울 대회 개최국인데다 현 정부 성향상 외교적 보이콧 흐름과 거리를 둘 확률이 높습니다.
또 1988년 서울 올림픽이 보이콧 대결을 끝낸 대회가 됐다는 점에서도 한국이 보이콧을 선택하는 건 명분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