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발차기 공격을 선보이고 있는 한국 대표 주정훈(오른쪽). 지바=패럴림픽사진공동취재단

태권도는 배드민턴과 함께 2020 도쿄(東京) 대회 때부터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정식 종목이 됐습니다.

 

한국에서는 주정훈(27·SK에코플랜트)이 남자 75kg급에 출전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주정훈은 16강전에서 패했던 마고메자기르 이살디비로프(30·러시아패럴림픽위원회)를 동메달 결정전에서 다시 이기면서 드라마를 썼습니다.

 

도쿄에서 쓴 주정훈 인터뷰 기사에 '발 펜싱'을 언급하는 댓글을 다신 분이 계시던데 이건 경기를 안/못 보셔서 그렇게 생각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해 도쿄 패럴림픽 무대를 밟는 데 성공한 자키아 쿠다다디. 지바=로이터 뉴스1

장애인 태권도는 장애 부위와 정도에 따라 스포츠 등급을 나누고 있습니다.

 

패럴림픽에서는 그 중 팔에 장애가 있는 선수가 참가하는 K43 또는 K44 등급을 묶어서 대회는 치릅니다.

 

팔에 장애가 있는 선수가 참가하기 때문에 패럴림픽 태권도에서도 주먹 공격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몸통 방어 전략도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이유로 패럴림픽 태권도는 발차기, 발차기, 발차기, 발차기 그리고 발차기입니다.

 

 

주정훈은 이번 대회 네 경기에서 31점(패) → 31점(승) → 46점(승) → 24점(승)을 올렸습니다.

 

반면 비장애인 올림픽에서 가장 비슷한 체급인 남자 80kg급 동메달리트 세이프 에이사(23·이집트)는 11점(승) → 6점(승) → 1점(패) → 12점(승)이었습니다.

 

이 정도면 확실히 주정훈 쪽이 점수를 더 많이 올린 것처럼 보이지 않나요?

 

단, 같은 체급에서 역시 동메달을 딴 (올림픽 격투기 종목은 동메달이 두 개입니다) 토니 카나에트(26·크로아티아)는 22점(승) → 0점(패) → 30점(승) → 24점(승)으로 주정훈과 엇비슷한 수준입니다.

 

정말 패럴림픽과 비장애인 올림픽 태권도 점수 분포가 차이가 나는지 데이터를 긁어서 따져 봤습니다.

 

 그 결과 패럴림픽 남자 태권도 참가 선수는 경기당 평균 22.3점을 올려 비장애인 올림픽 선수(15.4점)보다 평균 득점이 44.8% 많았습니다.

 

여자 경기는 차이가 더 컸습니다. 패럴림피언이 평균 21.5점을 올리는 동안 올림피언은 58.6% 수준인 12.6점을 올리는 데 그쳤습니다.

 

페루 대표 레오노르 에스피나사 카란사(23)는 여자 49kg급 8강전에서 인도 대표 아루나(21)를 상대로 84점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패럴림픽에서는 연인원 기준으로 총 112경기에 참가한 224명 가운데 107명(47.8%)이 20점 이상을 올렸습니다.

 

반면 비장애인 올림픽에서 20점 이상 올린 비율은 27.1%(310명 중 84명)가 전부였습니다.

 

물론 스포츠에서 닥공('닥치고 공격')만이 전부라는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다만 장애인 스포츠에서 배울 게 있을 때는 얼른 배우는 것도 비장애인 스포츠가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길 아닐까요?

 

5년 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다녀 와서 쓴 출장 복귀 신고 포스트처럼 이 글 역시 도쿄 패럴림픽 출장 복귀 신고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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