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2021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한 뒤 기뻐하는 KT 선수단. 동아일보DB

정말 '재미없는' 2021 한국시리즈가 끝났습니다.

 

1위 팀이 4전 전승을 거두면서 끝난 시리즈를 재미있다고 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

 

게다가 올해 우승팀 KT는 이번 시즌 한국시리즈 네 경기 내내 단 한 번도 리드를 빼앗긴 적이 없습니다.

 

1차전에서 7회초까지 1-1로 맞섰던 게 KT에게는 그나마 위기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정도라면 확실히 '싱거운 승부'였다고 평가해도 틀린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올해처럼 '계단식으로' 포스트시즌을 진행한 31년 동안 4전 전승으로 한국시리즈 끝난 건 올해가 일곱 번째입니다.

 

그리고 전승으로 한국시리즈 정상을 차지한 팀은 전부 정규시즌 1위 팀이었습니다.

 

정규리그 1위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한 건 1989년, 1992년, 2001년, 2015년, 2018년 등 다섯 번입니다.

 

그러니까 정규리그 1위 팀이 4전 전승을 거두는 것보다 플레이오프를 거치고 올라온 팀이 한국시리즈에서 '업셋'에 성공하는 게 더 어려습니다.

 

경기별 성적을 봐도 '정규리그 1위 팀 위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규리그 1위 팀은 한국시리즈 전체 172경기에서 승률 .665(111승 5무 56패)를 기록했습니다.

 

이 31년 동안 정규리그 1위 팀 누적 승률은 .615(2473승 79무 1528패)였고 한국시리즈 상대팀과 맞대결을 벌였을 때는 .547(294승 15무 243패)이 전부였습니다.

 

그만큼 '휴식'이 1위 팀에 주는 효과가 엄청났던 겁니다.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상위팀이 시리즈 전적 16승 14패(승률 .533)를 기록하는 데 그쳤고 플레이오프에서도 16승 15패(승률 .516)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1995년에는 3, 4위 팀이 3경기 이내로 차이가 날 때만 준플레이오프를 치른다는 규정에 따라 준플레이오프가 없었습니다.)

 

2021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은 뒤 기뻐하는 KT 선수단. 뉴스1

요컨대 축구가 '22명이 90분 동안 공을 쫓다가 결국 독일이 이기는 게임'(게리 리네커)이라면 '가을 야구'는 '네 팀이 한국시리즈 진출권을 놓고 싸우다가 결국 정규리그 1위가 우승하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개인적으로 '1위 결정전'은 아주 고약한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단판 승부에서 이기는 팀이 얻게 되는 어드밴티지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네, 저는 정규리그 1위 팀이 한국시리즈 정상을 차지하는 게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보는 사람입니다.

 

그렇다고 '정규리그는 정규리그고, 가을 야구는 가을 야구'라고 생각하는 게 잘못됐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가을 야구가 그 자체로 재미있어야 하는 것도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니까요.

 

실제로 한 독자께서는 3차전이 끝난 뒤 이렇게 한국야구위원회(KBO)를 규탄하는 e메일을 보내기도 하셨습니다.

 

매경기 접전을 펼치며 야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가을 축제가 되어야할 한국시리즈가 1위팀의 일방적인 경기로(시리즈 3-0) 진행되고 있습니다.

 

팬들의 관심은 당연히 떨어집니다. 2,3차전은 관중석이 비었을 정도라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KBO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매번 제기되는 포스트시즌 진행방식의 문제점에 대해 고민이나 하는지도 궁금하네요.

 

최소한의 기본원칙은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팀들이 최소한 비슷한 경기를 치르고 올라와서, 같은 전력(은 있을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체력적으로 비슷한 수준) 상태에서 시리즈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양대 리그로 나누어 1, 2위팀이 크로스로 붙고, 이긴 팀이 한국시리즈를 치르는 방식은 가장 기본적인 방식 될 것입니다.

 

포스트시즌 경기 수를 늘리는 방법으로는 각 리그의 2, 3위팀이 준플레이오프를 치르고,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를 하는 방법도 있을 겁니다.

 

양대 리그를 나누는게 문제가 있다면, 1, 2위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고, 3-6위, 4-5위 팀간 준플레이오프를 치르고 그 이후 시리즈를 진행하는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여러 방안들이 있고, 최선의 방법을 검토해 팬들이 한국시리즈를 흥미진진하게 지켜볼수 있도록 개선할 수 있는데, 이토록 황당한 포스트시즌을 진행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기만 합니다.

 

KBO 역시 가을 야구 제도 개선 방법을 놓고 이리저리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습니다.

 

리그를 둘로 나누는 건 이미 1999년, 2000년에 시도했다가 접은 카드지만 이제는 팀 숫자가 늘었으니까 다시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6강 플레이오프를 진행하는 프로농구에서는 24시즌 동안 1위 팀이 정상에 오른 건 절반(12번)이고 나머지 팀이 정상에 오른 게 절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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