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프로배구 남자구 한국전력 새 외국인 선수 바르디아 사닷. 국제배구연맹(FIVB) 홈페이지

"정말 개막 전에 합류할 수 있나요?"

 

2021~2022 프로배구 남자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가 끝난 뒤 한국전력 관계자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한국전력은 이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 지명권을 얻어 바르디아 사닷(19·이란)을 지명했습니다.

 

사닷은 드래프트 전 레오(31·OK저축은행) 다음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선수기에 2순위 지명 자체는 당연한 결과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드래프트 뒤 화상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바르디아 사닷.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이 선수가 일정에 맞춰 합류할 수 있는지 물어본 건 대표팀 일정 때문.

 

사닷이 이란 대표로 2021 국제배구연맹(FIVB) 21세 이하(U-21)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하게 되면 한국전력 합류 시점이 너무 늦기 때문입니다.

 

불가리아·이탈리아에서 공동 개최하는 이 대회는 이달 23일 막을 올려 다음달 3일 막을 내릴 예정입니다.

 

2021~2022 V리그는 다음달 16일 개막입니다.

 

사닷은 성인 대표팀에도 뽑힐 만한 기량을 갖춘 데다 이란은 이 대회 디펜딩 챔피언이라 대표 선발을 거부하기가 쉽지 않을 거라고 짐작했던 겁니다.

 

2021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 참가한 바르디아 사닷. FIVB 제공

'에이전트에게 물어봤더니 해결할 수 있다더라'던 한국전력 관계자 답변에 제 의문은 더욱 커졌습니다.

 

이 에이전트는 관리하는 선수도 많고 한국배구연맹(KOVO)과 관계도 돈독하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입니다.

 

그렇다고 에이전트 혼자 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는 노릇.

 

이런 일 처리에 영 젬병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전력이 이 문제를 제대로 풀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던 것.

 

사닷이 7월 25일 입국하면서 문제를 해결한 줄 알았지만 역시나 젬병은 젬병이었습니다.

 

바르디아 사닷을 지명한 뒤 웃고 있는 장병철 한국전력 감독.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장병철 한국전력 감독은 "(사닷이) U-21 세계선수권과 (그보다 앞서 일본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에 참가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2021 의정부·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기간이던 지난달 20일이었습니다.

 

장 감독은 "U-21 세계선수권에는 병역 혜택이 걸려 있다고한다. 보내주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렇게 되면 9월 중순까지 (팀에서) 훈련을 하다가 대표팀에 합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베로즈 아타이 이란 대표팀 감독. 이란배구협회 제공

문제는 이란배구협회 요청 사항은 달랐다는 것.

 

이란배구협회는 9월 2일까지 사닷이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한국전력에 요청했습니다.

 

두 대회에서 모두 이란 대표팀을 이끌게 된 베로즈 아타이(51) 감독은 "사닷이 돈 때문에 올바른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모양"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란배구협회는 한국전력에서 만약 이 요청을 거부한다면 국제이적동의서(ITC) 발급을 거부하겠다는 으름장도 잊지 않았습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사닷을 11일에 곧바로 아시아선수권 개최지인 일본 지바(千葉)로 보내기로 합니다.

 

일본에서는 대표팀과 동행하되 경기에는 출전하지 않고 이탈리아로 건너 가서 경기에 출전하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못 갔습니다. 일본 입국 비자를 받으려면 대표팀 멤버로 이름을 올려야 했는데 사닷은 아니었거든요.

 

그런 이유로 사닷은 이탈리아로 곧바로 떠나기로 계획을 바꾼 상태입니다.

 

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는 바르디아 사닷. 국제배구연맹(FIVB) 제공

이 과정에서 사닷이 마음을 많이 다친 게 당연한 일.

 

한국전력 역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쌓인 게 아닙니다.

 

그러니 만에 하나 한국전력에서 외국인 선수를 교체했다는 소식이 들리더라도 놀라지 마세요.

 

한국전력은 결국 24일 지난 시즌까지 현대캐피탈에서 뛰었던 다우디(26·우간다)를 대체 외국인 선수로 영입했다고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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