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던 개가 웃겠다"는 속담은 이럴 때 쓰라고 세상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8평창동계올림픽대회및동계패럴림픽대회조직위원회는 그해 10월 열린 제133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평창 겨울 올림픽 및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이 최소 619억 원 흑자를 달성했다"고 보고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흑자 또는 적자를 따지는 기준이 어디까지나 대회 조직위원회라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정부에서 세금으로 1000억 원을 지원했다면 이 돈은 1000억 원 '흑자'가 됩니다.
국가 차원에서는 1000억 원 적자라고 보는 편이 합리적일 것 같지만 일단 계산법이 그렇습니다.
이 '흑자 계산법'에서 제일 문제가 되는 게 바로 알펜시아 리조트입니다.
강원도는 2010년 겨울 올림픽을 유치하고 싶어했지만 캐나다 밴쿠버에 밀리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겨울 종목 시설이 부족해서 낙방한 것"이라며 평창군 도암면(현 대관령면)에 '친환경 리조트'를 짓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 뒤 2005년부터 5년 동안 약 1조6836억 원을 들여 완성한 시설이 바로 알펜시아(알프스+아시아)입니다.
그러니까 이 리조트는 평창 겨울 올림픽 유치를 목적으로 세상에 등장하게 됐습니다.
강원도에서 100% 지분을 보유한 강원도개발공사는 민간에서 1조1189억 원을 투자 및 융자 받아 건설 비용을 마련했습니다.
강원도과 강원도개발공사는 리조트 안에 있는 콘도를 분양하면 빚을 청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만만해 했습니다.
이런 계획은 원래 현실이 되면 더 이상한 일.
게다가 2014년 겨울 올림픽 개최권마저 러시아 소치에 빼앗기면서 상황이 더욱 나빠졌습니다.
평창 올림픽이 막을 내린 지 3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7728억 원이 빚으로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알펜시아가 문자 그대로 세금 먹는 '흰 코끼리'가 된 겁니다.
행정안전부는 2011년부터 강원도에 '알펜시아를 팔아라'하고 행정명령을 내렸지만 사겠다는 사람(회사)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드디어 '우리가 사겠다'고 실제로 보증금까지 낸 호구 회사가 나왔습니다. 바로 'KH강원개발'입니다.
이 회사는 전자 부품·소재 및 조명 산업 전문 기업 KH필룩스에서 알펜시아 리조트를 인수하려고 만든 특수 목적 법인입니다.
KH필룩스는 2019년 남산 그랜드하얏트 서울 매각 과정에도 출자자로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강원도개발공사와 KH강원개발은 20일 공사 대회의실에서 알펜시아 리조트 양도·양수 계약을 맺었습니다.
전체 대금은 7115억 원으로 KH강원개발은 계약금으로 700억 원을 납입한 상태입니다.
KH강원개발에서 내년 2월까지 잔금을 모두 지급하면 알펜시아 소유권을 넘겨받을 수 있게 됩니다.
단, 스키 점프대, 바이애슬론 및 크로스컨트리 경기장은 계속 강원도개발공사 소유로 남게 됩니다.
이만희 강원도개발공사 사장은 "잔급 납부까지 잘 마무리해 공사가 진정한 강원도민의 기업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알펜시아는 올림픽을 유치하려면 필요하다는 이유로 세상에 등장했습니다.
그리고는 알펜시아가 있으니 올림픽을 유치해야 한다고 논리가 바뀌었습니다.
올림픽 개최광(狂) 세력이 이 논리에 매달리는 사이 알펜시아는 세금을 먹고 또 먹고 또 먹었습니다.
이제 이런 코끼리 그만 키워도 되지 않나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임오경 의원실에 따르면 평창 올림픽 경기장 7곳은 3년간 약 135억 원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이는 총 건설비용 6580억 원은 제외한 금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