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황제를 끌어내리는 것과 본인이 황제 자리에 오르는 건 또 다른 문제였는지 모릅니다.
노바크 조코비치(34·세르비아·세계랭킹 1위)는 11일(이하 현지시간) 2021 파리 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준결승전에서 라파엘 나달(35·스페인·3위)을 3-1(3-6, 6-3, 7-67-4, 6-2)로 꺾고 결승에 올랐습니다.
그러면서 조코비치는 프랑스 오픈에서 '흙신' 나달을 두 번 물리친 첫 번째 선수가 됐습니다.
연도 | 라운드 | 상대 | 스코어 | 상세 |
2005년 | 16강 | 로빈 쇠델링 | 3-1 | 6-2, 6-7(2), 6-4, 7-6(2) |
2015년 | 8강 | 노바크 조코비치 | 3-0 | 7-5, 6-3, 6-1 |
2016년 | 32강 | 마르셀 그라노예르스 | 기권승(나달 손목 부상) | |
2021년 | 4강 | 노바크 조코비치 | 3-1 | 3-6, 6-3, 7-6(4), 6-2 |
게다가 결승전 상대는 이번에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결승에 오른 스테파노스 치치파스(23·그리스·5위)였습니다.
조코비치는 치치파스를 상대로 최근 4연승을 포함해 맞대결 전적에서 5승 2패로 앞서 있던 상황.
특히 클레이 코트에서는 지난해 이 대회 4강전 승리를 비롯해 3전 전승을 거두고 있던 상태였습니다.
이러면 이미 올해 호주 오픈 정상을 차지한 조코치비가 손쉽게 우승을 차지할 거라고 기대하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승자도 조코비치였지만 '손쉽게'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조코비치는 13일 결승전에서 치치파스를 물리치는 데는 4시간 11분이 필요했습니다.
먼저 두 세트를 내준 뒤에야 3-2(6-76-8, 2-6, 6-3, 6-2, 6-4)로 진땀승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메이저 대회 결승전에서 세트 스코어 0-2로 뒤지던 경기를 뒤집은 건 이날 조코비치가 처음입니다.
조코비치가 프랑스 오픈 정상을 차지한 건 2016년 이후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이날 우승으로 조코비치는 오픈 시대 들어 처음으로 4대 메이저 대회(호주 오픈, 프랑스 오픈, 윔블던, US 오픈)에서 각 두 번 이상 우승을 경험한 선수가 됐습니다.
이런 기록을 '더블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라고 부르고, '오픈 시대'는 프로 선수가 메이저 대회에 참가할 수 있게 된 1968년 이후를 가리키는 표현입니다.
단, 오픈 시대 이전에는 로이 에머슨(85)이 1967년, 로드 레이버(83·이상 호주)가 1969년에 같은 기록을 남긴 적이 있습니다.
(노파심에 말씀드리면 1969년에 이런 기록을 남겼다는 건 오픈 시대 이전에도 우승 경험이 있다는 뜻입니다.)
조코비치는 또 이날 우승으로 19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면서 나란히 스무 번 우승을 차지한 로저 페더러(40·스위스·8위)와 나달을 맹추격하게 됐습니다.
페더러는 프랑스 오픈에서 2009년 한 번밖에 우승하지 못했고, 나달도 호주 오픈에서 우승한 게 2009년 한 번뿐입니다.
2016년 조코비치가 프랑스 오픈에서 우승했을 때는 나달이 부상으로 기권한 상태였지만 이번에는 나달을 물리치고 결승에 올랐기 때문에 조코비치야 말로 '바닥을 가리지 않는 사나이'라고 평가할 만합니다.
조코비치는 "먼저 두 세트를 내줬을 때 마음 속에서 '이제 끝난다'는 소리가 들렸지만 '아직 안 끝났다'고 스스로 격려하면서 버텼다"고 말했습니다.
올해는 2020 도쿄(東京) 올림픽이 열리기 때문에 4대 메이저 대회와 올림픽까지 모두 정상을 자치하는 '골든 캘린더 그랜드 슬램' 달성이 가능합니다.
조코비치는 "나는 여태 많은 이들이 절대 불가능하다고 평가하던 일들을 해냈다"면서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 각오를 다졌습니다.
조코비치가 남자 테니스 선수로는 처음으로 골든 캘린더 그랜드 슬램 기록을 남기려면 일단 6월 28일 막을 올리는 윔블던부터 정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