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롤랑 가로스로 들어서는 오사카 나오미. 뉴욕타임스 제공

오사카 나오미(大坂なおみ·24·일본·세계랭킹 2위)가 결국 파리를 떠납니다.

 

이 도시에 자리한 롤랑 가로스에서 열리는 2021 프랑스 오픈 테니스 대회에서 기권하기로 결정한 겁니다.

 

오사카는 30일(이하 현지시간) 여자 단식 1회전에서 패트리샤 마리아 티그(27·루마니아·63위)를 2-0(6-4, 7-67-4)으로 물리친 상태였습니다.

 

2021 프랑스 오픈 1회전을 치르고 있는 오사카 나오미. 파리=로이터 뉴스1

그런데 갑자기 기권을 선택한 건 기자회견 때문.

 

메이저 대회 참가 선수는 경기가 끝날 때마다 의무적으로 기자회견에 참석해야 합니다.

 

오사카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실제로 1회전 승리 이후 TV 중계용 '퀵 인터뷰'에만 응했을 뿐 기자회견에는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1회전 경기가 끝난 뒤 방송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오사카 나오미. 파리=로이터 뉴스1

대회 조직위원회는 규정 위반을 이유로 오사카에게 벌금으로 1만5000 달러(약 1600만 원)를 부과했습니다.

 

그러면서 "계속 참석하지 않으면 실격 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면서 기자회견 참석을 권고했습니다.

 

"앞으로 열리는 다른 메이저 대회에서도 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오사카는 31일 자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내가 의도하거나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됐다"고 썼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기권하는 게 다른 선수가 테니스에 집중하고 내 정신 건강을 지키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오사카는 이와 함께 "2018년 US 오픈 이후 우울증 증세로 힘들었다"는 사실을 털어 놓기도 했습니다.

 

 

2018 US 오픈은 오사카가 처음으로 메이저 우승 트로피를 따낸 대회였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결승전 상대였던 세리나 윌리엄스(40·미국·8위)가 심판과 충돌을 빚었다는 것.

 

오사카는 잘못이 1도 없는 상황이었지만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기에는 충분한 상황이었습니다.

 

헤드폰을 쓴 채 마드리드 오픈 경기장으로 들어오고 있는 오사카 나오미. 마드리드=로이터 뉴스1

오사카는 "주변 사람들은 내가 내성적이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면서 "내가 코트에서 헤드폰을 쓰고 있는 건 대외 활동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려는 것"이라고 썼습니다.

 

그리고 계속해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항상 컸고 기자회견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기자회견 참석이 의무 조항인 건 다시 구식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오사카는 "대회 조직위 측에도 사과 의사를 전했다"면서 "잠시 코트를 떠나 있을 계획"이라는 말로 글을 마무리했습니다.

 

1회전이 끝난 뒤 팬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는 오사카 나오미. 파리=로이터 뉴스1

대회 조직위는 "오사카가 빨리 회복해 내년에 다시 만나기를 바란다"면서 "대회 기간 선수들이 조금 더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더욱 신경 쓰겠다"고 밝혔습니다.

 

윌리엄스는 "나오미가 지금 어떤 감정일지 충분히 느낄 수 있다"면서 "나오미가 하고 싶은 대로 이 문제를 풀어가면 된다"고 응원을 보냈습니다.

 

반면 빅토리야 아자란카(32·벨라루스·32위)는 "언론과 우호적으로 지내는 건 선수에게 아주 중요한 일"이라며 반대 의견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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