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먹어도 고'를 외치고 있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기어이 '비광'까지 먹었습니다.
2020 도쿄(東京) 올림픽 참가 선수단에 공급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확보에 성공한 겁니다.
IOC는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로부터 메이저리보핵산(mRNA) 백신을 기부 받기로 하고 양해각서(MOC)에 서명을 마쳤다고 6일(이하 현지시간) 발표했습니다.
IOC뿐 아니라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도 이날 같은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IOC와 IPC는 각국 올림픽위원회(NOC)와 패럴림픽위원회(NPC)에 이런 내용을 전달하고 각국 대표팀에서 필요한 분량을 파악하는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코로나19 백신 무상 공급은 올림픽 및 패럴림픽 참가 선수단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이자 일본과 IOC 사이의 긴밀한 결속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이번 백신 공급을 주도한 건 IOC가 아니라 일본 정부입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 환담을 나누는 과정에서 올림픽과 패럴림픽 선수단에 백신을 무상 공급하자는 이야기가 오간 겁니다.
불라 CEO은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다시 열 수 있게 된다면 코로나19 유행 이후 고립과 파괴로 점철된 세계에 다시 결속과 평화가 찾아오는 기념비적인 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우우르 샤힌 바이오엔테크 CEO는 "이번 백신 공급이 사람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는 이번 달 하순까지는 각 NOC에 백신을 전달한다는 계획입니다.
그래야 접종 희망자가 개회식(7월 23일) 이전에 주사를 두 번 모두 맞을 수 있기 때문.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는 "이번 분량은 '추가 공급' 성격으로 국가별 백신 공급 계획에 차질을 빚을 일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바흐 IOC 위원장은 "국가대표 선수단이 모범적으로 백신을 맞게 되면 백신 접종이 개인 건강뿐 아니라 공동체 전체 유대와 행복(wellbeing)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리는 강력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단, 올림픽, 패럴림픽 참가자가 코로나19 백신을 의무적으로 접종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맞기 싫으면 맞지 않아도 됩니다.
대신 현지 활동 과정에서 여러 제약이 따르게 됩니다.
일본 정부는 현재 도쿄도와 교토(京都)부, 오사카(大阪)부, 효고(兵庫)현 등 간사이(關西) 3개 지역에 코로나19 긴급 사태를 발령한 상태입니다.
유동 인구를 억제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각 조치가 '요청'이 기본 모드라 코로나19 확산세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긴급 사태 발령 이후에도 일 평균 신규 확진자가 4982명 나오고 있는 상황.
이런 데도 '올림픽 개최 의사를 접을 뜻은 없다'고 하니 일본 내 여론도 갈수록 나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분명 환영 받아야 할 일인 이번 백신 공급이 다른 광이 아니라 비광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