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프랑스 오픈 통산 13번째 우승을 차지한 라파엘 나달. 프랑스 오픈 홈페이지


누가, 감히, 황제를, 의심했습니까.


'클레이 코트 황제' 라파엘 나달(34·스페인·세계랭킹 2위)이 롤랑 가로스 제국을 지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나달은 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스타드 롤랑 가로스에서 열린 프랑스 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노바크 조코비치(33·세르비아·1위)에 3-0(6-0, 6-2, 7-5) 완승을 거뒀습니다.


이로써 이 대회에서만 통산 100승째를 기록하면서 4연패에 성공한 나달은 프랑스 오픈에서 개인 통산 13번째 우승을 차지하게 됐습니다.


2020 프랑스 오픈 남자 단식 챔피언십 포인트. 유튜브 화면 캡처


나달은 프랑스 오픈 이외에도 US 오픈에서 네 번, 윔블던에서 두 번, 호주 오픈에서 한 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습니다.


이를 전부 더하면 스무 번이 나옵니다. 메이저 대회에서 총 스무 번 우승을 차지한 건 나달과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39·스위스·4위)뿐입니다.


페더러는 윔블던에서 여덟 번, 호주 오픈에서 여섯 번, US 오픈에서 다섯 번 그리고 프랑스 오픈에서 한 번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메이저 대회 최다 우승 타이 기록을 허용한 페더러는 나달 우승 직후 자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우리는 서로가 있었기에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었다"며 축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나달은 조코비치에게 "오늘은 미안하게 됐다"면서 "대신 호주 오픈에서는 조코비치도 나를 죽인 적이 있다(In Australia he killed me)"고 말했습니다.


조코비치는 지난해 호주 오픈 결승전에서 2시간 4분 만에 나달에 3-0(6-3, 6-2, 6-3) 완승을 기록했습니다.


두 선수 맞대결에서는 조코비치가 29승 27패(승률 .518)로 여전히 앞서 있습니다.


단, 메이저 대회 결승에서는 나달이 5승 4패(승률 .555)로 앞서가게 됐습니다.


물론 클레이 코트에서도 18승 7패(승률 .720)로 나달이 우위입니다.


지붕을 닫은 채 조명을 켜고 경기를 진행한 2020 프랑스 오픈 남자 단식 결승. 파리=로이터 뉴스1


이날 파리에 비가 내리는 바람에 대회 조직위원회는 필리프 샤트리 코트에 새로 만든 코트 지붕을 닫은 채로 경기를 진행했습니다.


그 덕에 1891년 대회 시작 이후 처음으로 프랑스 오픈 결승전이 실내에서 열리게 됐습니다.


이건 사실 '루틴 황제' 나달에게 불리할 수도 있는 요소였습니다.


나달은 경기 도중에도 오와 열을 지켜서 물병을 세울 만큼 루틴에 민감한 선수입니다.


그러나 진짜 영향을 받은 건 조코비치였는지 모릅니다.


조코비치는 1세트를 0-6으로 내주면서 메이저 대회 결승에서 처음으로 '베이글' 패배를 경험했습니다.


2020 프랑스 오픈 남자 단식 결승전 도중 노바크 조코비치. 프랑스 오픈 홈페이지


이후에도 조코비치는 이날 3세트 게임 스코어 2-3으로 뒤진 여섯 번째 게임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달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할 정도로 졸전을 펼쳤습니다.


그나마 3세트는 게임 스코어 5-5까지 승부를 끌고 갔지만 5-6으로 몰린 상태에서 시작한 나달의 서브 게임에서는 한 포인트도 따지 못하면서 우승 트로피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조코비치는 "오늘 내가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던 것도 맞지만 나달 역시 너무 잘 쳐서 손 쓸 도리가 없었던 게 더 사실에 가깝다"며 "나달이 왜 자신이 클레이 코트 황제인지 증명했다"고 말했습니다.


프랑스 오픈 남자 단식 우승 트로피를 깨물고 있는 라파엘 나달. 프랑스 오픈 홈페이지


정말 그랬습니다. 나달이 처음부터 너무 잘하는 바람에 '소문난 코트에'로 시작하는 속담(?)이 떠오를 지경이었습니다.


나달은 경기 후 "롤랑 가로스를 빼놓고 내 선수 생활을 이야기하는 건 불가능하다"면서 "내가 이 코트 그리고 파리라는 도시와 사랑에 빠진 이야기는 정말 믿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메이저 대회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한 채 은퇴하면 좋을 것이다. 그런데 페더러나 조코비치도 계속 우승할 테니 나는 그저 내 길만 바라보고자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옛날 같은 방식으로 축하를 할 수 없는 게 아쉽다. 우리가 다시 이 코트에 돌아올 때는 만원 관중이 가득차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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