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2020 프랑스 오픈 준결승전 승리 뒤 팬들에게 환호를 주문하고 있는 이가 시비옹테크. 파리=AP 뉴시스


이가 시비옹테크(19·폴란드·세계랭킹 54위) 돌풍이 가라앉을 줄 모릅니다.


시비옹테크는 8일(이하 현지시간) 열린 2020 프랑스 오픈 테니스 대회 여자 단식 준결승전에서 나디아 포도로스카(23·아르헨티나·131위)를 2-0(6-2, 6-1)으로 물리쳤습니다.


그러면서 본인 생애 첫 메이저 대회 결승 티켓도 따냈습니다. 발권에 걸린 시간은 1시간 10분이 전부.


프로 선수가 메이저 대회에 참가할 수 있게 된 1968년(오픈 시대) 이후 폴란드 선수가 프랑스 오픈 여자 단식 결승에 진출한 건 시비옹테크가 처음입니다.


결승 진출 후 기쁨을 표시하고 있는 이가 시비옹테크. 프랑스 오픈 홈페이지


시비옹테크는 또 이날 완승으로 이번 대회 무실세트 기록도 이어가게 됐습니다.


게다가 열두 세트 가운데 열한 세트를 아홉 게임 안에 끝냈습니다.


딱 2회전 2세트 때만 셰수웨이(謝淑薇·34·대만·63위)와 열 게임을 치러 6-4 승리를 거뒀습니다.


심지어 올해 대회에서 1번 시드를 받은 2018년 챔피언 시모나 할레프(29·루마니아·2위)를 16강에서 물리치는 데도 열다섯 게임밖에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이가 시비옹테크 2020 프랑스 오픈 경기 결과
 경기  상대 선수  상대 랭킹(시드)  1세트  2세트
 1회전  마르케타 본드루소바  19위(15)  6-1  6-2
 2회전  셰수웨이(謝淑薇)  63위  6-1  6-4
 3회전  외제니 부샤르  168위(WC)  6-3  6-2
 16강  시모나 할레프  2위(1)  6-1  6-2
 8강  마르티나 트레비산  159위(Q)  6-3  6-1
 준결승  나디아 포도로스카  131위(Q)  6-2  6-1


맞대결 상대 이름을 천천히 읽어 보면 대진운이 극과 극이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1회전 상대였던 마르케타 본드루소바(21·체코·19위)는 지난해 이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선수입니다.


3회전에서 맞붙은 외제니 부샤르(26·캐나다·168위) 역시 현재 랭킹이 전부가 아닌 선수입니다.


할레프는 지난해 이 대회 16강에서 시비옹테크를 45분 만에 이겼던 선수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할레프를 넘어선 다음에는 예선전을 거쳐 본선에 올라온 선수(Q) 두 명을 연이어 만났습니다.


그 덕에 시비옹테크는 일단 1975년 이후 프랑스 오픈 결승에 진출한 가장 랭킹이 낮은 선수로 이름을 올리게 됐습니다.


1975년은 여자프로테니스(WTA)투어에서 세계랭킹 제도를 도입한 해입니다.


2017 프랑스 오픈 여자 단식 챔피언 옐레나 오스타펜코. 프랑스 오픈 홈페이지


시비옹테크 이전에는 2017년 챔피언 옐레나 오스타펜코(23·라트비아·43위)가 47위로 결승에 오른 게 최저 기록이었습니다.


오스타펜코는 현재까지도 시드 배정을 받지 못한 채 프랑스 오픈을 시작했지만 결국 여자 단식 정상을 차지한 유일한 선수입니다.


만약 시비옹테크가 우승을 차지한다면 오스타펜코에 이어 두 번째 기록을 쓰게 됩니다.


두 선수 공통점은 또 있습니다. 바로 윔블던 주니어 단식 챔피언 출신이라는 것.


오스타펜코는 2014년에, 시비옹테크는 2018년에 각각 윔블던 정상을 차지했습니다.


프랑스 오픈 결승에 진출하기 전까지 WTA투어 대회 우승 경험이 없다는 것도 현재까지 공통점입니다.


호주 오픈에 이어 두 번째 메이저 대회 정상 등극을 노리는 소피아 케닌. 파리=로이터 뉴스1


시비옹테크가 결승에서 만나게 될 상대는 올해 호주 오픈 챔피언 소피아 케닌(22·미국·6위)입니다.


케닌은 페트라 크비토바(30·체코·11위)에 역시 2-0(6-4, 7-5) 완승을 거두고 결승에 진출했습니다.


1998년 11월 14일에 태어난 케닌은 만 나이로는 여전히 스물한 살입니다.


메이저 대회 단식 결승전에서 만 스물두 살이 되지 않은 선수끼리 맞붙는 건 2008년 호주 오픈 이후 이번이 처음입니다.


당시 호주 오픈에서는 1987년생 마리야 샤라포바(러시아·은퇴)가 동갑내기 아나 이바노비치(세르비아·은퇴)를 2-0(7-5, 6-3)으로 꺾고 정상을 차지했습니다.


2008 호주 오픈 여자 단식 준우승자 아나 이바노비치(왼쪽)와 챔피언 마리야 샤라포바. 호주 오픈 홈페이지


이번 결승전이 시비옹테크와 케닌이 성인 선수로 맞붙는 첫 번째 경기입니다.


주니어 시절에는 2016년 프랑스 오픈 단식 3회전에서 만나 시비옹테크가 2-0(6-4, 7-5)으로 이긴 적이 있습니다.


만약 케닌이 이번에 승리하게 되면 2016년 앙겔리크 케르버(32·독일·22위) 이후 처음으로 한 해에 메이저 대회 여자 단식 정상을 두 번 차지한 선수로 이름을 남기게 됩니다.


당시 케르버는 호주 오픈US 오픈 정상에 올랐습니다.


케닌은 "이번 대회에서 힘든 경기를 이겨내면서 자신감이 생겼다"면서 "이 순간은 즐기면서 토요일 결승전을 준비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시비옹테크 역시 "내가 이렇게 잘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지만 언젠가 메이저 대회 결승에 오른다면 그 대회는 프랑스 오픈이 될 거라고 자신했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프랑스 오픈 여자 단식 결승전은 한국 시간으로 10일 오후 10시에 시작합니다.


폴란드 이름 'Iga Świątek'를 한글로 어떻게 써야 한다고 국립국어원에서 확정한 건 없습니다.


그러니 jtbc 중계처럼 '이가 슈비온텍'이라고 쓰는 게 잘못된 표현은 아닙니다.


사실 WTA 트위터에서 본인 발음을 들어 보면 제 귀에도 /쉬비옹텍/처럼 들리는 게 사실.


이럴 때 국립국어원은 첫 소리는 단모음으로 쓰고, 맨 마지막 소리는 풀어 쓰라고 하는 일이 많아 이 포스트에서는 일단 '시비옹테크'라고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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