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프로야구 KT 1루수 강백호. 동아일보DB

 

KT 강백호(21)가 '발 야구' 때문에 수비방해 판정을 받았습니다.

 

강백호는 24일 프로야구 수원 안방 경기에서 팀이 KIA 3-1로 앞서고 있던 3회말 무사 주자 2루 상황에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볼 카운트 2볼 2스트라이크에서 KIA 선발 가뇽(30)이 던진 커브볼이 타자석을 향해 날아왔습니다.

 

강백호는 뒤로 물러나면서 이 공을 피했습니다.

 

KIA 포수 한승택(26)도 이 공을 잡아 내는 데 실패하면서 일이 꼬였습니다.

 

강백호가 다시 중심을 잡으려는 과정에서 이 공이 왼발에 맞았던 겁니다.

 

공이 페어 지역으로 굴러간 사이 2루에 있던 로하스(30)가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3루로 뛰었습니다.

 

SPOTV 중계 화면 캡처

 

이 경기 진행을 맡은 전일수 심판은 이 과정에 아무 문제도 없다고 판정했습니다.

 

그러자 윌리엄스 KIA 감독이 더그아웃에서 나와 '수비방해가 아니냐'고 항의했습니다.

 

이에 전 심판은 3루심 박종철 심판과 의견을 나눈 뒤 '수비방해가 맞다'고 판정을 번복했습니다.

 

이번에는 이강철 KT 감독이 그라운드로 나와서 항의했지만 판정을 바꾸지는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수비방해로 판정을 하는 게 맞을까요?

 

홍윤표 OESN 고문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KBO 공식야구규칙 제6조 '부적절한 플레이, 금지행동, 비신사적인 행위' 조항의 '6.01 방해, 업스트럭션' (a) '타자 또는 주자에 의한 방해' [원주]를 보면, '투구된 공이 포수 또는 심판원에게 맞고 타자에게 닿은 경우 타자주자가 포수의 수비행위를 명확하게 방해하는 것으로 심판원이 판단하지 않는 한 해당 플레이는 방해로 간주되지 않는다'고 돼 있다. 이 대목에서 '명확'의 유추해석이 중요하다.

 

강백호의 '축구 동작'은 그 공이 지면에서 튀어서 날아와 맞은 것이다. 그 동작(행위)에 대한 '방해' 여부는 야구규정에 명시돼 있지 않다. 다만 심판진이 합의한 것은 강백호의 '축구'가 상대 수비를 방해할 '의도'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자연스럽지 못한 동작'이라고 생각한 것은 물론 자의적인 판단이다. 그 판단 뒤에 나온 '판정'은 심판의 '재량'을 한껏 발휘한 셈이 된다.

 

'OSEN' [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 kt 강백호의 ‘축구(蹴球)’, 심판 ‘판단’은 옳았는가

 

아닙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게 "기자의 '재량'을 한껏 발휘한 셈"입니다.

 

일단 이 원주(原註)는 6.01(a)를 보충 설명하는 내용입니다. 따라서 6.01(a)에 어떤 내용이 들어있는지 먼저 살펴야 합니다.

 

6.01(a) 제3스트라이크 후 타자가 투구를 처리하려고 하는 포수를 방해하 였을 경우 (타자에 의한 방해·interference가 된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공식 규칙에는 원주가 조금 애매한 곳에 붙어 있는 게 사실입니다.

 

메이저리그 공식 규칙에서 같은 조항을 찾아 보면 이 내용이 6.01(a)(1)을 설명하고 있다는 걸 조금 더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6.01(a)(1) After a third strike that is not caught by the catcher, the batter-runner clearly hinders the catcher in his attempt to field the ball. Such batter-runner is out, the ball is dead, and all other runners return to the bases they occupied at the time of the pitch; 

 

Rule 6.01(a)(1) Comment: If the pitched ball deflects off the catcher or umpire and subsequently touches the batter-runner, it is not considered interference unless, in the judgment of the umpire, the batter-runner clearly hinders the catcher in his attempt to field the ball.

 

강백호의 축구 장면은 볼 카운트 2볼 2스트라이크에서 풀 카운트가 되는 과정에서 나왔습니다.

 

따라서 이 원주를 근거로 판정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이 장면에 어울리는 조항은 사실 '타자의 반칙행위'를 규정하고 있는 6.03(a)(3)입니다.

 

6.03(a)(3) 타자가 타자석을 벗어남으로써 포수의 수비나 송구를 방해하였을 경우 또는 어떠한 동작으로든 본루에서의 포수의 플레이를 방해하였을 경우 (타자는 반칙행위로 아웃된다.)

 

6.03(a)(3) He interferes with the catcher's fielding or throwing by stepping out of the batter's box or making any other movement that hinders the catcher's play at home base.

 

그렇다면 '방해한다'는 건 뭘까요? 이번에도 야구 규칙 가운데 '용어의 정의'에 힌트가 들어 있습니다.

 

(a)공격 측의 방해

공격팀 선수가 플레이를 하려는 야수를 방해하거나 가로막거나 저지하거나 혼란시키는 행위이다. (6.01⒜[방해에 대한 벌칙] 참조)

 

야구 팬은 방해 선언이 나오면 흔히 '의도'를 따지지만 그건 관계가 없습니다.

 

오히려 방해 판정에서 중요한 기준이 되는 건 '부당 이득'입니다.

 

이 장면에서 로하스가 2루에서 3루로 진루한 게 바로 부당 이득입니다.

 

만약 로하스가 그대로 2루에 있었다면 강백호가 공을 발로 찼다고 해서 (공이 강백호 발에 와서 맞았다고 해서) 수비방해를 선언하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대신 강백호가 공을 발로 차지 않았다면 ( 공이 강백호 발에 와서 맞지 않았다면) 로하스가 3루로 가지 못했을 것이라고 심판진이 판단했다면 충분히 수비방해 판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그다음 장면에서 공을 주우러 가는 한승택을 강백호가 가로 막았다고 판정할 소지도 있습니다.

 

SPOTV 중계 화면 캡처

 

사실 이건 그 옛날 두산 로메로(34)가 넥센(현 키움) 박동원(30)을 방해했을 때와 판박이 상황입니다.

 

그런데 전 심판이 괜히 "고의로 공을 찼다고 판단했다"고 잘못 설명하면서 일이 꼬였습니다.

 

고의였든 아니든 타자 때문에 포수가 수비 과정에서 넓은 의미로 방해를 받았다면 수비방해가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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