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프로축구 1부(J1) 리그 역대 최고령 출전 기록을 새로 쓴 미우라 가즈요시(오른쪽). 아사히신문 제공
미우라 가즈요시(三浦知良)가 일본 프로축구 1부(J1) 리그 역대 최고령 출전 기록을 썼습니다.
24일 아사히(朝日)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요코하마(橫浜) 소속인 미우라는 전날 가와사키(川崎) 방문 경기에 선발 출전해 56분을 뛰었습니다.
그러면서 1967년 2월 26일에 태어난 미우라는 53세 6개월 28일에 J1 리그 경기에 출전한 선수가 됐습니다.
이는 이전 기록(45세 2개월 1일)보다 8년 4개월 27일 늦은 기록입니다.
이전 기록 보유자는 미우라와 동갑내기인 나캬야마 마사시(中山雅史).
나카야마가 마지막으로 J1 리그 경기에 출전한 건 삿포로(札幌) 소속이던 2012년 11월 24일이었습니다.
경기 시작을 앞두고 팬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미우라 가즈요시. 가와사키=로이터 뉴스1
미우라는 2005년부터 요코하마에 몸담고 있지만 2008년 이후 팀이 줄곧 2부(J2) 리그 소속이었기 때문에 J1 리그 경기에 출전한 일이 없었습니다.
미우라가 J1 리그 무대서 경기를 치른 건 2007년 12월 1일 이후 4680일 만입니다. 이 역시 J1 리그 역대 최장 기록입니다.
그 전에는 나가이 아쓰시(永井篤志·46)가 4595일 만에 다시 J1 리그 피치를 밟은 게 최장 기록이었습니다.
이날 경기가 열린 토도로키(等等力) 스타디움은 1990년 10월 28일 미우라가 J1 리그 데뷔전을 치른 구장이기도 합니다.
미우라는 데뷔전에서 1골 3도움을 기록했지만 이날은 공격 포인트 없이 후반 11분 경기장을 떠났습니다.
미우라 가즈요시가 가와사키에서 같은 등번호를 쓰는 고바야시 유와 인사를 나누는 장면. 가와사키=로이터 뉴스1
미우라가 J1 리그 경기에서 골을 넣은 건 2007년 9월 15일, 도움을 기록한 건 같은 해 12월 1일이 현재까지 마지막입니다.
2007년 9월 15일에 미우라가 넣은 골이 현재까지도 J1 리그 일본인 역대 최고령(40세 6개월 20일) 득점 기록입니다.
단, 외국인 선수 가운데는 나중에 일본 대표팀 감독을 지내기도 했던 지코(67·브라질)가 41세 3개월 12일이던 1994년 6월 15일에 골을 넣은 적이 있습니다.
한국전을 승리로 끝낸 뒤 동료와 기쁨을 나누고 있는 미우라 가즈요시(11번). 동아일보DB
올드 팬들에게 미우라는 '도하의 기적'을 떠올리게 만드는 인물입니다.
미우라는 1993년 10월 25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1994 국제축구연맹(FIFA) 미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4차전에서 한국을 상대로 후반 15분 결승골을 넣었습니다.
이날 승리로 일본은 2승 1무 1패가 되면서 한국(1승 2무 1패)을 제치고 본선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습니다.
최종 5차전에서 한국은 북한을 3-0으로 꺾었지만 일본도 후반 45분이 지나도록 이라크에 2-1로 앞서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이대로 경기가 끝나면 일본이 사상 첫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따게 되는 상황.
그때 이라크 공격수 자파르 옴란 살만(54)이 헤더골을 넣으면서 경기는 결국 2-2 동점으로 끝이 나고 말았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똑같이 2승 2무 1패를 기록했지만 한국이 골 득실(+5)에서 일본(+3)에 앞서면서 본선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자파르는 이듬해 한국을 찾아 '은인' 대접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미우라는 한국으로 치면 고정운(54) 김판근(54) 김주성(54) 최영일(54) 홍명보(51) 황선홍(52) 등과 같은 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2년 한·일 FIFA 월드컵 때 홍명보 황선홍이 이미 '노장' 소리를 들었는데 그 뒤로 18년이 지난 뒤에도 미우라는 현역으로 뛰고 있는 겁니다.
쉰 살이 넘은 나이에 현역으로 뛰고 있는 미우라 가즈요시. 가와사키=로이터 뉴스1
물론 미우라를 향해 '이상한 기록 만들기에 집착한다'고 쓴소리를 하는 이들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프로 스포츠라는 건 결국 '쇼 비즈니스'입니다. 이런 선수 하나가 있기에 대한해협 건너편에서도 2000자 넘는 글을 쓰는 사람이 나타납니다.
또 역설적으로 드문 드문 경기에 출전하기 때문에 미우라가 그라운드를 누빈다고 해서 다른 선수 기회를 무의미하게 빼앗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아마 머지 않은 미래에 미우라 역시 "今日がその日(오늘이 바로 그날)"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냥 그때까지, 힘이 닿는 한 최선을 다해, 그렇다고 너무 무리하지는 않고, 피치를 누볐으면 좋겠습니다.
스포츠와 함께 나이 들어가는 한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나이 들어가는 또 다른 한 사람에게 이 정도 응원은 건넬 수도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