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캠프 당시 미겔 야후레.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메이저리그 선수는 0~(1)00번까지 등번호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베이스볼 레퍼런스에 따르면 2020년 8월 20일(이하 현지시간)까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선수는 총 1만9813명입니다.
이렇게 많은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뛰었지만 이번 시즌 전까지 86, 89, 92번을 등번호로 선택한 선수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주인을 찾은 건 92번이었습니다.
세인트루이스 구원 투수 헤네시스 카브레라(24)가 15일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등번호 92번을 달고 정식 경기에 출전한 선수가 됐습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첫 번째 등번호 92번 선수가 된 헤네시스 카브레라. 시카고=로이터 뉴스1
카브레라는 이날 시카고 개런티드 레이티드 필드에서 열린 더블헤더 2차전 4회 등판해 시카고 화이트삭스 타선을 상대로 1이닝 2실점을 기록했습니다.
카브레라는 지난해에도 13경기에 출전했는데 이때 등번호는 61번이었습니다.
이번 시즌에도 이날까지 등번호 61번이 비어 있는 상태였지만 카브레라는 등번호 92번 선택했습니다.
86번이 주인을 찾은 건 이로부터 사흘 뒤였습니다.
카브레라와 같은 팀 투수 헤수스 크루즈(25)는 18일 리글리필드에서 등번호 86번 유니폼을 입고 시카고 컵스를 상대로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마이애미 투수 브랜든 레이브란트(28) 역시 이번 시즌 등번호 86번 선수이지만 아직 메이저리그 등판 기록이 없습니다.
그 탓에 크루즈에게 메이저리그 역사상 첫 번째 86번 자리를 양보해야 했습니다.
사실 레이브란트는 이번 시즌뿐 아니라 평생 메이저리그 무대에 서 본 적이 없습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모든 마이너리그 일정을 취소했습니다.
그러면서 26인(지난 시즌까지는 25인) 로스터, 40인 로스터 같은 규정을 적용하는 대신 팀별로 선수 60명을 등록하고 이 가운데 30명을 추려 경기에 내보내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예년보다 등번호 숫자가 20개 더 필요한 상황이 되면서 예전에는 메이저리그에서 볼 수 없었던 등번호를 달고 뛰는 선수가 생긴 겁니다.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르는 순간 첫 번째 89번 선수가 되는 미겔 야후레. 뉴욕=로이터 뉴스1
89번도 이미 주인은 있습니다.
주인공은 20일 뉴욕 양키스 30인 명단에 이름을 올린 미겔 야후레(22)입니다.
야후레는 아직 승격만 했을 뿐 데뷔전을 치르지는 않은 상태.
야후레가 첫 등판하는 날이 바로 메이저리그에서 0~100번 유니폼을 모두 사용한 날이 됩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등번호를 사용하겠다고 발표한 팀이 1929년 양키스였다는 생각하면 숫자 101개를 완성하는 팀도 양키스라는 게 재미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옛 현대 소속 정인호(42)가 89번 유니폼을 입고 1군 경기에 출전한 적이 있습니다.
현재 등번호 32번을 쓰는 LG 이천웅(32)은 2012년 등번호 86번 유니폼을 입고 뛰었습니다.
등번호 92번을 쓴 선수는 아예 10명도 넘습니다.
한국 프로야구는 퓨처스리그(2군) 선수가 1군에 올라온다고 해서 등번호를 바꾸는 건 아니라 이미 주인을 찾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절대적인 선수 숫자가 메이저리그에 밀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지난해까지 등번호 72, 73, 79, 80, 82, 83번 선수는 프로야구 1군 무대에 출전한 적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