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메이저리그에서 나란히 선발 투수로 활약 중인 김광현(왼쪽)과 류현진. 시카고· 애틀랜타=로이터 뉴스1


마무리 투수로 시즌을 시작했던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이 선발 투수로 전향하면서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선발 투수가 두 명이 됐습니다.


최근만 따졌을 때는 류현진(33·토론토)만 선발 자원이라 한국인 투수가 같은 날 나란히 선발 등판할 일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이미 두 선수가 17일(이하 현지시간)과 22일 두 차례에 걸쳐 나란히 선발 등판한 상황.


이 순서를 유지하면 두 선수는 다음 번에도 같은 날 마운드에 오를 개연성이 큽니다.


그런 이유로 메이저리그에서 한국인 선발 투수가 같은 날 선발 등판했을 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 기록을 찾아 봤습니다.



한국인 첫 번째 메이저리거이자 한국인 첫 번째 메이저리거 투수이자 한국인 첫 번째 메이저리거 선발 투수였던 박찬호. 동아일보DB


• 한국인 투수 두 명이 같은 날 처음으로 선발 등판한 건 1999년 7월 22일이었습니다.


주인공은 한국인 첫번째 메이저리거였던 박찬호(47)와 두 번째였던 조진호(45).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 소속이던 박찬호는 콜로라도를 안방 다저스타디움으로 불러들여 치른 더블헤더 1차전 선발로 나서 6과 3분의 2이닝 동안 3점을 내주고 패전 투수가 됐습니다.


이날 보스턴 선발이던 조진호 역시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안방 경기에서 볼티모어 타선을 맞아 5와 3분의 1이닝 5실점을 기록하며 패전 투수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따라서 이날은 한국인 선발 투수가 나란히 안방 경기에 등판한 첫 번째 날이자 동시에 패전을 기록한 첫 번째 날이기도 했습니다.



• 두 번째 사례는 2001년 10월 5일 나왔습니다.


이번에도 한 명은 박찬호였고 다른 한 명은 김선우(43)였습니다.


김선우 역시 당시 보스턴 소속이라 이번에도 한국인 투수는 다저스와 보스턴 선발로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다저스는 이날 샌프란시스코 방문 일정을 소화했고 보스턴은 볼티모어에서 더블헤더를 치렀습니다.


한국인 선발 투수가 나란히 방문 팀 선발로 출전했던 것.


이날 박찬호는 4이닝 동안 7점을 내준 뒤 마운드에서 물러났지만 팀이 11-10 역전승을 거두면서패전을 면했습니다.


6이닝 3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한 더블헤더 2차전 선발 김선우는 구원진이 8회 동점을 허용하는 바람에 승리를 기록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결국 이날은 한국인 선발 투수가 처음으로 나란히 '노 디시전'으로 경기를 마친 날입니다.



보스턴 시절 김선우. 동아일보DB


• 박찬호와 김선우는 2002년 9월 17일과 닷새 뒤인 22일에도 나란히 선발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선수는 그대로였지만 두 선수 팀은 변했습니다.


박찬호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텍사스와 계약했고, 김선우는 트레이드를 통해 몬트리올(현 워싱턴) 유니폼을 입었기 때문.


이 가운데 나름 의미 있는 기록이 나온 건 22일이었습니다.


박찬호는 이날 오클랜드 방문 경기에서 4와 3분의 1이닝 동안 6실점하며 패전 투수가 됐습니다.


김선우는 뉴욕 메츠 안방 셰이 스타디움에서 역시 4와 3분의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뒤 자크 데이(42)에게 마운드를 내줬습니다.


김선우는 이 경기서 승리나 패전을 기록하지 않았기에 이날은 한국인 선발 투수가 처음으로 다른 결과를 받아든 날이 됩니다.



• 한국인 선발이 처음으로 승리 투수와 패전 투수로 나뉜 건 2003년 6월 4일이었습니다.


보스턴 유니폼을 입고 두 번째 경기에 나선 김병현(41)은 이날 피츠버그 방문 경기에서 7이닝 1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습니다.


반면 애너하임(현 LA 에인절스)을 상대로 안방 경기에 선발 등판한 몬트리올 김선우는 4와 3분의 1이닝 동안 6점을 내주며 결국 패전 투수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날은 한국인 선발 투수가 방문 경기와 안방 경기에 각각 선발 등판한 첫 번째 날이기도 합니다.



보스턴 시절 김병현. 동아일보DB


• 이로부터 23일 뒤인 2003년 6월 27일에는 같은 한국 고교 출신이 나란히 선발 등판했습니다.


주인공은 광주일고 제73회 졸업생인 김병현과 제72회 졸업생인 서재응(43·당시 뉴욕 메츠)이었습니다.


김병현은 안방 플로리다(현 마이애미)전에서 5이닝 5실점(1자책점)하고도 승리를 챙겼습니다.


반면 서재응은 뉴욕 양키스 방문 경기에서 5와 3분의 1이닝 동안 6점을 내주며 패전 투수가 됐습니다.



• 김병현이 콜로라도, 서재응이 다저스에서 뛰던 2006년 5월 22일에는 두 사람이 정반대 성적표를 받아들었습니다.


서재응은 콜로라도 타선을 7이닝 1실점(비자책점)으로 막고 승리 투수가 된 반면 김병현은 6이닝 동안 다저스에 3점(1자책점)을 내주며 패전 투수가 됐습니다.


네, 제대로 읽으신 게 맞습니다.


두 선수는 이날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에서 선발 맞대결을 벌였습니다.



뉴욕 메츠 시절 서재응. 동아일보DB


• 김병현과 서재응은 2004년 4월 29일 한국인 투수 최초 메이저리그 동시 선발승 기록도 남겼습니다.


김병현은 이날 안방 경기에서 나중에 서재응이 몸담게 되는 탬파베이 타선을 5이닝 무실점으로 막고 시즌 첫 승을 기록했습니다.


서재응은 LA 방문 경기에서 역시 나중에 본인이 몸담게 되는 다저스 타선을 6과 3분의 1이닝 1실점으로 막고 3연패 끝에 역시 시즌 첫 승에 성공했습니다.


이날 전까지 한국인 투수가 동시에 선발 등판한 건 총 여덟 번이었습니다. 8전 9기에 성공했던 셈입니다. 


이후 2005년 4월 23일그해 8월 19일 그리고 같은 달 24일에도 한국인 선발 투수가 나란히 승리를 기록했습니다.


나머지 세 차례 동시 선발승 주인공은 모두 박찬호와 서재응이었습니다.


따라서 2005년 8월 24일이 지금까지 한국인 투수 두 명이 나란히 선발승을 기록한 마지막 날이 됩니다.



• 2004년 4월 29일에는 사실 기록이 하나 더 나왔습니다.


박찬호 역시 이날 캔자스시티 방문 경기에 선발 등판했던 것.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인 투수 세 명이 같은 날 선발 마운드를 꿰찼던 겁니다.


이후 2004년 9월 13일, 2005년 8월 19일24일, 2006년 5월 28일에도 한국인 선발 투수 세 명이 메이저리그 경기에 나섰습니다.



• 이로부터 스무날이 지난 2004년 5월 19일은 한국인 선발 투수 두 명이 처음으로 동시에 패전을 기록한 날입니다.


같은 날 패전을 기록한 장본인은 김선우와 박찬호.


몬트리올 선발 김선우는 이날 안방 경기에서 밀워키 타선을 상대로 3분의 3이닝 동안 4점을 내줬고, 캔자스시티 타선을 상대한 텍사스 선발 박찬호는 6과 3분의 2이닝 5실점을 기록했습니다.



• 지난해까지 한국인 투수 두 명 이상이 같은 날 선발 등판했던 건 총 41번(87경기)이었습니다.


이 87경기에서 한국인 투수는 23승 33패, 평균자책점 4.71을 합작했습니다.


한국인 선발 투수 전체 기록은 248승 230패, 평균자책점 4.32였습니다.


그러니까 어쩌면 한국인 투수가 같은 날 선발 등판하는 건 크게 반길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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