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홈런을 치고 돌아와 동료에게 축하를 받고 있는 LG 이형종. 동아일보DB


올 8월 들어 현재까지 프로야구에서 제일 많이 이긴 팀은 키움(10승 4패)입니다.


그리고 LG가 9승 4패로 뒤를 잇고 있습니다. LG는 7월을 5위로 마쳤지만 이제 3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린 상황.


이런 상승세를 이끈 선수로는 외야수 이형종(31)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형종은 개막(5월 5일)을 나흘 앞두고 두산과 연습 경기를 하다가 이용찬(31)이 던진 공에 손등이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7월 10일이 되어서야 올해 처음으로 1군 경기를 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복귀 후 첫 두 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친 이형종은 그달 12일 경기를 앞두고 잠실구장 앞에 '커피차'를 불러 선수단과 구단 관계자에게 음료수를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이형종이 구단 가족에게 한 턱 쏜 커피차. 인터넷 캡처


이 자리에는 출산을 앞두고 있던 아내도 '대박이(태명) 아빠' 이형종의 곁을 지켰습니다.


시작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형종은 7월에 70타석에 들어서 .267/.371/.500을 쳤습니다.


OPS(출루율+장타력) .871은 지난해까지 통산 기록(.790)보다 10.3% 뛰어난 기록입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8월 들어서는 문자 그대로 불방망이입니다.


이형종은 8월 현재까지 OPS 1.185를 치고 있습니다.


이달만 따지면 이형종보다 OPS가 높은 타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8월 들어 치른 12경기에서 홈런 4개를 때려낸 LG 이형종. 동아일보DB


그리고 원래 예정일이던 17일 대박이도 세상으로 나왔습니다.


이형종은 "야구를 더 잘해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멋진 아빠,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11일 딸을 얻은 두산 허경민(30)은 그달에만 안타 41개를 몰아치면서 타율 .494를 기록했습니다.


월간 최우수선수(MVP)를 타기에 충분한 결과였고 실제로도 7월 MVP로 뽑혔습니다


허경민이 월간 MVP를 받은 건 이때가 처음이었습니다.


'분윳값 버프'를 제대로 받았던 두산 허경민. 동아일보DB


그러자 야구팬 사이에서 '허경민이 분윳값 버프를 받았다'고 표현했습니다.


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MMORPG)에서 유래한 버프(buff)는 능력치를 끌어올린다는 뜻.


이형종도 허경민처럼 분윳값 버프를 받아 월간 MVP를 차지할 수 있을까요?


다시 한번 출산을 축하합니다.


원래 오늘 아침에 제가 기사로 쓰겠다고 발제한 내용였는데 어른들 사정으로 후배가 쓰게 됐습니다.


그냥 '그러려니'했는데 출산 소식이 들려와 블로그에 정리해 봅니다.


이 블로그에 이형종이라는 세 글자가 처음 등장했을 때 그는 대통령배 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패전 투수가 된 서울고 3학년이었습니다.


당시 포스트에 '이 어린 애'라고 썼는데 벌써 아이 아빠가 됐습니다.


야구와 함께 나이 들어간다는 건 역시 썩 나쁘지 않은 기분입니다.


마지막으로 한번 더 출산을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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