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타율, 홈런, 타점에서 모두 1위에 오른 KT 로하스. 수원=뉴스1

어쩌면 프로야구 선수 가운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최대 수혜자는 로하스(30·KT)가 될지 모릅니다.

 

로하스는 10일 수원 안방 경기에서 삼성을 상대로 홈런 한 방을 포함해 4타수 2안타를 쳤습니다.

 

그러면서 시즌 타율을 .374에서 .377로 끌어올렸습니다.

 

반면 페르난데스(32·두산)는 이날 사직 방문 경기에서 4타수 무안타에 그치면서 .383에서 .376로 내려왔습니다.

 

이제 타율(0.377), 홈런(20개), 타점(53개) 모두 1위 로하스가 1위입니다.

 

2010년 트리플 크라운에 성공했던 롯데 이대호.부산=로이터 뉴스1

야구에서 한 타자가 한 시즌에 타율, 홈런, 타점에서 모두 1위에 오르는 걸 타격 '트리플 크라운'이라고 부릅니다.

 

(투수는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에서 모두 1위일 때 같은 표현을 씁니다.)

 

한국에서 이런 기록을 남긴 건 2010년 이대호(38·롯데)가 마지막입니다.

 

그 전에는 역시 이대호가 2006년 그리고 이만수(62)가 1984년에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습니다.

 

로하스가 시즌 끝까지 현재 자리를 지키면 이씨가 아닌 선수로는 처음이자 10년 만에 역대 네 번째 트리플 크라운 주인공으로 이름을 올릴 수 있습니다.

 

▌프로야구 역대 트리플 크라운
 연도  선수  타율  홈런  타점
 1984  이만수  .340  23  80
 2006  이대호  .336  26  88
 2010  이대호  .364  44  133

 

프로야구는 원래 3월 말 또는 4월 초에 개막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어린이날(5월 5일)이 되어서야 '플레이볼'을 외칠 수 있었습니다.

 

그 덕에 로하스는 자신이 약했던 3, 4월을 피해 시즌을 치를 수 있게 됐습니다.

 

로하스는 한국 무대에 진출한 2017년 이후 3, 4월에는 타율  .262에 OPS(출루율+장타력) .791을 기록한 타자였습니다.

 

그러다 5월 이후로는 타율 .320, OPS .969로 성적을 끌어올렸습니다.

 

▌로하스 기간별 성적
 기간  타율  출루율  장타율  OPS
 3, 4월  .262  .331  .460  .791
 5월 이후  .321  .387  .583  .969

 

원래 '멜 로하스 주니어'라는 이름을 쓰는 로하스는 메이저리그 어떤 선수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야구 명문 가문 출신.

 

아버지 멜 로하스 시니어(54)부터 메이저리그에서 11년간 뛰면서 통산 34승 31패 126승을 거둔 명투수였습니다.

 

다만 로하스는 메이저리그에서 뛴 경험은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로하스가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르기엔 늦은 게 사실.

 

그래도 한국에서 트리플 크라운을 남기는 것도 충분히 아름다운 기록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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