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프로야구 선수 가운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최대 수혜자는 로하스(30·KT)가 될지 모릅니다.
로하스는 10일 수원 안방 경기에서 삼성을 상대로 홈런 한 방을 포함해 4타수 2안타를 쳤습니다.
그러면서 시즌 타율을 .374에서 .377로 끌어올렸습니다.
반면 페르난데스(32·두산)는 이날 사직 방문 경기에서 4타수 무안타에 그치면서 .383에서 .376로 내려왔습니다.
이제 타율(0.377), 홈런(20개), 타점(53개) 모두 1위 로하스가 1위입니다.
야구에서 한 타자가 한 시즌에 타율, 홈런, 타점에서 모두 1위에 오르는 걸 타격 '트리플 크라운'이라고 부릅니다.
(투수는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에서 모두 1위일 때 같은 표현을 씁니다.)
한국에서 이런 기록을 남긴 건 2010년 이대호(38·롯데)가 마지막입니다.
그 전에는 역시 이대호가 2006년 그리고 이만수(62)가 1984년에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습니다.
로하스가 시즌 끝까지 현재 자리를 지키면 이씨가 아닌 선수로는 처음이자 10년 만에 역대 네 번째 트리플 크라운 주인공으로 이름을 올릴 수 있습니다.
연도 | 선수 | 타율 | 홈런 | 타점 |
1984 | 이만수 | .340 | 23 | 80 |
2006 | 이대호 | .336 | 26 | 88 |
2010 | 이대호 | .364 | 44 | 133 |
프로야구는 원래 3월 말 또는 4월 초에 개막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어린이날(5월 5일)이 되어서야 '플레이볼'을 외칠 수 있었습니다.
그 덕에 로하스는 자신이 약했던 3, 4월을 피해 시즌을 치를 수 있게 됐습니다.
로하스는 한국 무대에 진출한 2017년 이후 3, 4월에는 타율 .262에 OPS(출루율+장타력) .791을 기록한 타자였습니다.
그러다 5월 이후로는 타율 .320, OPS .969로 성적을 끌어올렸습니다.
기간 | 타율 | 출루율 | 장타율 | OPS |
3, 4월 | .262 | .331 | .460 | .791 |
5월 이후 | .321 | .387 | .583 | .969 |
원래 '멜 로하스 주니어'라는 이름을 쓰는 로하스는 메이저리그 어떤 선수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야구 명문 가문 출신.
아버지 멜 로하스 시니어(54)부터 메이저리그에서 11년간 뛰면서 통산 34승 31패 126승을 거둔 명투수였습니다.
현실적으로 로하스가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르기엔 늦은 게 사실.
그래도 한국에서 트리플 크라운을 남기는 것도 충분히 아름다운 기록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