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키움 9번 타순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는 박준태. 키움 제공  


야구에서 타격 라인은 보통 타율 < 출루율 < 장타력 순서로 올라갑니다.


예컨대 9일 경기까지 프로야구 리그 평균 타격 라인은 .274/.347/.415입니다.


그런 점에서 .242/.397/.290을 기록 중인 이번 시즌 키움 박준태(29)는 아주 재미있는 타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프로야구에서 규정 타석 70% 이상 소화한 타자 가운데 박준태(.155)보다 출루율-타율 차이(순수 출루율·IsoD)가 컸던 건 딱 세 명밖에 없습니다.


▌역대 출루율-타율 차이(IsoD) 톱5
 이름  연도  팀  타율  출루율  IsoD
 호세  2001  롯데  .335  .503  .168
 샌더스  1999  해태  .247  .408  .161
 김기태  1992  쌍방울  .302  .461  .159
 박준태  2020  키움  .242  .397  .155
 김태완  2010  한화  .265  .418  .153

※박준태는 9일 현재


이 명단에서 박준태를 뺀 나머지 네 명 기록을 합치면 장타력 .578이 나옵니다. 박준태보다 두 배 가까운 장타력을 뽐냈던 것.


이런 타자가 출루율-타율 차이가 큰 어느 정도 이해가 갑니다.


'장타를 얻어맞느니 볼넷을 내주겠다'는 생각으로 승부를 피하다 보면 볼넷이 '부산물'로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반면 박준태는 홈런은 하나도 없고 2루타 9개가 이번 시즌 장타 전부입니다.


그런데도 전체 타석 가운데 16.1%(3위)가 볼넷으로 끝이 났습니다.


그러니까 '눈 야구'로 살아나가는 아니 살아남는 법을 터득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KIA 시절 박준태. 동아일보DB


개성고-인하대 출신인 박준태는 2014년 2차 신인 지명회의(드래프트) 때 전체 61번으로 KIA에서 지명을 받아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2014년 곧바로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지만 32경기에 나와 타율 .262(42타수 11안타), 2타점, 2도루를 기록하는 데 그쳤습니다.


51경기에 나선 이듬해에는 타율이 .167(66타수 11안타)까지 내려갔고 시즌이 끝난 뒤 경찰청에 입대해 군 복무를 마쳤습니다.


다시 1군 무대로 돌아온 2018년 85경기에 나서 홈런 5개를 치면서 백업 외야수로 자리를 잡는가 싶었지만 지난해에는 38경기밖에 나오지 못했습니다 .


타율이 올라올 기미가 보이지 않던 게 제일 큰 문제.


박준태는 2018년에는 .228(123타수 28안타), 지난해에는 .171(41타수 7안타)밖에 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설 자리를 잃어가던 박준태는 올해 1월 28일 트레이드를 경험하게 됩니다.


KIA에서 키움 장영석(30)을 데려오는 대가로 박준태 + 2억 원을 내준 것.


이때도 "안정적인 수비와 강한 어깨가 강정"이라는 평가가 나왔을 뿐 '눈'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눈 야구' 아티스트 키움 박준태. 동아일보DB


그런데 KIA에서 뛴 네 시즌 동안에도 박준태는 누적 IsoD .136를 기록한 타자였습니다.


통산 타율(.210)이 워낙 낮다 보니 출루율(.346) 자체가 높다고 하기는 어려웠지만 선구안 자체는 빼어난 타자였습니다.


박준태는 퓨처스리그(2군)에서도 통산 .309/.423/.489로 IsoD .114를 기록했습니다.


요컨대 박준태는 타율과 관계 없이 '눈 야구'는 기본 모드인 타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준태는 "주변에서 '어떻게 그리 많이 나가냐'고 물어볼 때도 있는데 배운 대로 타석에서 집중하다 보니 출루율이 쌓였다"고 말했습니다.


계속해 "리그 최고 수준 타자들보다 타격 실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프로야구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오직 살아서 1루를 밟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을 이었습니다.


이어 "지난해에는 불안한 생각을 많이 했고 그러다 보니 자신감도 떨어졌다. 키움에 와서는 미래 대신 하루 하루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시즌이 끝났을 때 박준태가 어떤 타격 라인을 남기게 될지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지면 제약 때문에 기사로 다 못 쓴 이야기를 남겨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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