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히어로즈 노우트


첫 우승을 기원하는 캐치프레이즈를 든 치어리더. 키움 제공


• 프로야구 키움이 잘 나갈 때만 쓰는 히어로즈 노우트입니다.


사실 7월보다 6월이 더 잘 나갔는데 '먹고사니즘' 때문에 타이밍을 놓쳤습니다.


키움은 6월을 19승 6패(승률 .760)으로 마쳤는데 2008년 창단 이후 한 달에 19승을 기록한 건 이 달이 처음이었습니다.



7월 성적은 11승 13패(승률 .458)로 10개 구단 가운데 6위 수준밖에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즌 전체 성적은 42승 31패(승률 .575)로 나홀로 고공비행 중인 NC(45승 2무 22패·승률 .672)에 이어 2위니까 '잘 나간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겁니다.


또 2020 시즌 반환점을 돌았으니 이 정도면 한 번 팀 전력을 따져봐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장타력까지 갖추면서 전천후 타자로 거듭난 이정후. 동아일보DB


• 전반기 키움 최우수선수(MVP)는 역시 이정후(22)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정후는 팀이 치른 73경기에 모두 출전해 .353/.411/.601을 쳤습니다. OPS(출루율+장타력)는 1.102.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가운데 이정후보다 OPS가 높은 건 1.189를 기록 중인 KT 로하스(30) 한 명뿐입니다.


단, 월별 OPS를 보면 1.028 → 1.065 → .939로 7월 들어 방망이가 살짝 식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키움으로서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때마침 외국인 타자 러셀(26)이 합류했다는 점입니다.



한국 프로야구 진출 첫 홈런을 때리고 있는 러셀. MBC스포츠플러스 중계화면 캡처


• 러셀은 이제 겨우 세 경기를 치렀을 뿐이기 때문에 성패를 논하기에는 너무 이릅니다.


그래도 .357/.400/.714를 치고 있는 게 .114/.135/.200을 치는 것보다는 확실히 낫습니다.


키움은 사실상 외국인 타자 없이 시즌을 치르면서 경기당 평균 5.6득점(5위)에 그치고 있던 상황.


러셀이 3번 타자에 안착할 수 있다면 당연히 팀 득점력도 더욱 좋아질 겁니다.


키움은 러셀이 .319/.411/.696을 칠 수 있을 것으로 자체적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러셀에게 주전 유격수 자리를 내주고 3루수로 변신한 김하성. 키움 제공


• 러셀이 팀에 합류하면서 김하성(25)이 살아나고 있다는 것 역시 고무적인 일입니다.


5월을 OPS .809로 마감했던 김하성은 6월 들어 .965로 기록을 끌어올렸고 7월에는 1.001을 남겼습니다.


메이저리그 올스타 유격수 출신 러셀이 등장하면서 김하성은 유격수 자리를 비워줘야 하는 일이 늘어난 상황.


이에 대해 김하성은 "외국인 타자가 팀에 있는 것과 없는 건 차이가 크다"면서 "경쟁자가 아니라 든든한 지원군이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키움 손혁 감독은 3루수 김하성, 유격수 러셀 체제를 기본으로 두 선수와 서건창(31)까지 패키지로 묶어 각 선수 컨디션에 따라 다양한 2루수, 유격수, 지명타자 조합을 활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30일 잠실 경기서 3693일 만에 처음으로 선발 6번 타자로 출전한 박병호. 키움 제공


• 이렇게 김하성 - 러셀 - 이정후가 2~4번에 자리잡고 있는 건 분명 든든한 일.


이럴 때 박병호(34)까지 살아나야 금상첨화일 텐데 현재 분위기를 보면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습니다.


아니면 박병호는 박병호라 기대가 너무 큰 지도 모릅니다.


부상자 명단에서 돌아온 6월 20일 이후 33경기에서 박병호는 OPS .927을 기록했습니다.


이 기간 리그 14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니까 어떤 팀에서든 팀내 1위 또는 2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박병호는 박병호이기에 역시 이 정도 성적에도 계속 부진하다, 부진하다는 평가가 따라다니고 결국 정말 부진에 빠지는 악순환에 시달리고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3년 연속 10승 이상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1승밖에 거두지 못한 브리검. 키움 제공


• 전반기 키움에는 외국인 타자만 없는 게 아니라 외국인 투수도 한 명 없었습니다.


개막전(5월 5일) 선발로 나섰던 브리검(32)이 팔꿈치 통증으로 5월 27일 1군 엔트리에서 빠진 뒤 7월 14일이 되어서야 복귀했기 때문입니다.


복귀 후 두 경기에서 각 5이닝씩 10이닝을 소화하면서 딱 1점만 내줬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나쁘지 않지만 팔꿈치 통증으로 7월 26일 선발 등판을 또 한 차례 건너 뛰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달 1일 그러니까 내일 경기가 중요합니다.


키움이 2위를 지키려면 일단 브리검이 우리가 알던 브리검으로 돌아오는 게 꼭 필요한 일이니 말입니다.



개막 후 첫 두 달 동안에는 밴헤켄을 잊을 뻔하게 만들었던 요키시. 키움 제공


• 키움은 전반기에 브리검만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던 게 아닙니다. 


이승호(21), 최원태(23), 한현희(27)까지 '토종' 선발 자원 모두 집단 부진에 빠졌습니다.


그러면서 홀로 고군분투하던 요키시(31)마저 7월에는 시즌 첫 두 달만 못했던 상황.


5월에 0.90이던 요키시의 평균자책점은 6월에 1.89로 오른 뒤 7월에는 3.82까지 치솟았습니다.


전반기 키움 선발진 평균자책점은 4.89로 KT와 함께 공동 9위에 해당하는 기록입니다.


이보다 선발진 평균자책점이 나쁜 팀은 한화(5.49) 딱 한 팀뿐입니다.



손혁 감독과 나이트 투수 코치. 키움 제공


• 그런데도 키움이 2위를 차지할 수 있던 건 역시 구원진 활약 덕분이었습니다.


키움 구원진 평균자책점은 4.39로 KIA(4.34)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습니다.


세이브(18개)와 홀드(42개) 역시 10개 구단 가운데 키움이 제일 많습니다.


이를 뒤집어 말하자면 구원진에 과부하가 걸린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 투수 코치 출신 손 감독이 차분한 구원진 운용을 선보여야 할 텐데 (원하시는 평가를 넣으시오.)




• 키움은 실제 승률에서는 2위지만 피타고라스 승률에서는 NC, LG에 이어 3위입니다.


역시 2위로 전반기를 마감한 지난해에는 피타고라스 승률에서는 1위였던 것과 반대입니다.


게다가 올해는 상위권 승률 인플레이션이 극에 달했기 때문에 5위 LG와도 2경기 차이밖에 나지 않는 상황입니다.


이럴 때 2위라도 확보하려면 역시 박병호와 브리검이 살아나는 게 중요합니다.


다른 선수들이 자리를 채우는 건 여전히 '보너스'에 가까운 게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이긴 게임과 진 게임에서 서로 다른 선수가 됐던 박병호. 키움 제공


• 특히 정규시즌 기간에는 박병호가 살아나야 합니다.


박병호는 전반기에 총 67경기에 선발 출전했습니다.


그리고 팀이 이긴 36경기에서는 OPS .963을 친 반면 패한 31경기에서는 .598에 그쳤습니다.


▌2020 전반기 경기 결과별 박병호 타격 기록
 결과  타율  출루율  장타력  OPS
 승  .256  .389  .574  .963
 패  .189  .296  .302  .598


그러니까 키움은 박병호가 잘 치면 이기고 못 치면 패했습니다.


박병호가 후반기에도 설마 전반기처럼 못 치지는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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