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9번 타순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는 박준태. 키움 제공
야구에서 타격 라인은 보통 타율 < 출루율 < 장타력 순서로 올라갑니다.
예컨대 9일 경기까지 프로야구 리그 평균 타격 라인은 .274/.347/.415입니다.
그런 점에서 .242/.397/.290을 기록 중인 이번 시즌 키움 박준태(29)는 아주 재미있는 타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프로야구에서 규정 타석 70% 이상 소화한 타자 가운데 박준태(.155)보다 출루율-타율 차이(순수 출루율·IsoD)가 컸던 건 딱 세 명밖에 없습니다.
이름 | 연도 | 팀 | 타율 | 출루율 | IsoD |
호세 | 2001 | 롯데 | .335 | .503 | .168 |
샌더스 | 1999 | 해태 | .247 | .408 | .161 |
김기태 | 1992 | 쌍방울 | .302 | .461 | .159 |
박준태 | 2020 | 키움 | .242 | .397 | .155 |
김태완 | 2010 | 한화 | .265 | .418 | .153 |
※박준태는 9일 현재
이 명단에서 박준태를 뺀 나머지 네 명 기록을 합치면 장타력 .578이 나옵니다. 박준태보다 두 배 가까운 장타력을 뽐냈던 것.
이런 타자가 출루율-타율 차이가 큰 어느 정도 이해가 갑니다.
'장타를 얻어맞느니 볼넷을 내주겠다'는 생각으로 승부를 피하다 보면 볼넷이 '부산물'로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반면 박준태는 홈런은 하나도 없고 2루타 9개가 이번 시즌 장타 전부입니다.
그런데도 전체 타석 가운데 16.1%(3위)가 볼넷으로 끝이 났습니다.
그러니까 '눈 야구'로 살아나가는 아니 살아남는 법을 터득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KIA 시절 박준태. 동아일보DB
개성고-인하대 출신인 박준태는 2014년 2차 신인 지명회의(드래프트) 때 전체 61번으로 KIA에서 지명을 받아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2014년 곧바로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지만 32경기에 나와 타율 .262(42타수 11안타), 2타점, 2도루를 기록하는 데 그쳤습니다.
51경기에 나선 이듬해에는 타율이 .167(66타수 11안타)까지 내려갔고 시즌이 끝난 뒤 경찰청에 입대해 군 복무를 마쳤습니다.
다시 1군 무대로 돌아온 2018년 85경기에 나서 홈런 5개를 치면서 백업 외야수로 자리를 잡는가 싶었지만 지난해에는 38경기밖에 나오지 못했습니다 .
타율이 올라올 기미가 보이지 않던 게 제일 큰 문제.
박준태는 2018년에는 .228(123타수 28안타), 지난해에는 .171(41타수 7안타)밖에 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설 자리를 잃어가던 박준태는 올해 1월 28일 트레이드를 경험하게 됩니다.
KIA에서 키움 장영석(30)을 데려오는 대가로 박준태 + 2억 원을 내준 것.
이때도 "안정적인 수비와 강한 어깨가 강정"이라는 평가가 나왔을 뿐 '눈'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눈 야구' 아티스트 키움 박준태. 동아일보DB
그런데 KIA에서 뛴 네 시즌 동안에도 박준태는 누적 IsoD .136를 기록한 타자였습니다.
통산 타율(.210)이 워낙 낮다 보니 출루율(.346) 자체가 높다고 하기는 어려웠지만 선구안 자체는 빼어난 타자였습니다.
박준태는 퓨처스리그(2군)에서도 통산 .309/.423/.489로 IsoD .114를 기록했습니다.
요컨대 박준태는 타율과 관계 없이 '눈 야구'는 기본 모드인 타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준태는 "주변에서 '어떻게 그리 많이 나가냐'고 물어볼 때도 있는데 배운 대로 타석에서 집중하다 보니 출루율이 쌓였다"고 말했습니다.
계속해 "리그 최고 수준 타자들보다 타격 실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프로야구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오직 살아서 1루를 밟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을 이었습니다.
이어 "지난해에는 불안한 생각을 많이 했고 그러다 보니 자신감도 떨어졌다. 키움에 와서는 미래 대신 하루 하루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시즌이 끝났을 때 박준태가 어떤 타격 라인을 남기게 될지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지면 제약 때문에 기사로 다 못 쓴 이야기를 남겨 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