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서울시의회에서 잠실야구장 관리본부 지원 예산을 통과시켰다는 소식을 전한 동아일보 1일자 A24면 기사


서울시의회는 지난달 30일 본회의를 열어 '2020년도 제3회 서울시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 안(案)에는 잠실(야)구장 관리본부에 7억5700만 원을 지원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습니다.


잠실구장 관리본부는 프로야구 두산과 LG가 공동 운영하는 단체로 서울시로부터 잠실구장을 위탁 받아 관리하는 구실을 담당합니다.


이 본부는 위탁관리료 그러니까 구장 사용료로 1년에 약 30억 원을 서울시에 냅니다.


관중이 없는 상태에서도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프로야구 LG 응원단. 동아일보DB


문제는 올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 때문에 무관중 상태로 프로야구 경기를 진행했다는 것.


자연스레 관중 입장 수입이 문자 그대로 제로(0)였습니다.


이에 두 구단에서 서울시에 구장 사용료를 줄여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서울시에서도 이런 사정을 감안해 3~5월 인건비 가운데 70%, 전기요금과 청소비용 등 각종 지출경비에 대해서는 100%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잠실구장을 찾은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왼쪽)와 박원순 서울시장. 뉴스1


그러면 두산과 LG 살림살이가 좀 나아졌을까요?


아니라고 할 수야 없겠지만 현재 분위기는 '산 넘어 산'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립니다.


잠실구장 관리본부 관계자는 "진짜 문제는 구장이 아니라 광고"라고 말했습니다.


올해 잠실구장 광고 사용료는 약 127억 원으로 구장사용료 네 배 이상입니다.


그런데 구장 사용료와 달리 광고 사용료에 대해서는 감면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광고 시장이 얼어 붙는 바람에 광고 매출 역시 예년과 비교할 수 없는 게 당연한 일인데도 말입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광고경기전망지수(KAI)는 계속 하락세입니다. 클립아트 코리아


잠실구장 관리본부 관계자는 "서울시는 잠실구장 관리본부와 계약을 맺었고, 관리본부가 다시 광고대행사와 계약을 맺은 형태라 서울시는 한 발 물러서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요컨대 잠실구장 광고는 서울시가 갑(甲), 관리본부가 을(乙), 광고대행사가 병(丙)인 구조입니다.


그런 이유로 갑은 을과 병이 알아서 이 문제를 처리하기를 기대하고 있는 셈입니다.


단, 실제로 챙기는 돈 자체는 서울시가 제일 많습니다


서울시청. 동아일보DB


이 127억 원은 제법 복잡한 과정을 거쳐 산출합니다.


첫 단계는 서울시와 잠실구장 관리본부에서 따로 따로 잠실구장 광고 가치에 대해 감정 평가 작업을 진행하는 겁니다. 그다음 그 중간치를 광고 가치로 선정합니다.


올해 이 돈은 약 80억 원이었습니다. 이 돈(서울시①)은 일단 서울시에서 모두 가져갑니다.


이어 공개 경쟁 입찰을 통해 광고권 사업자를 선정합니다.


올해부터 3년 동안은 한 경제지에서 매년 약 173억 원에 잠실구장 광고를 집행하기로 했습니다.


잠실구장 3루쪽 더그아웃 오른쪽에 자리한 광고. 동아일보DB


업체를 선정하고 나면 173억 원에서 80억 원을 뺀 돈(=약 93억 원)을 다시 절반(=약 47억 원)으로 나눕니다.


이 중 절반을 서울시에서 가져가고(서울시②), 나머지 절반은 다시 두산과 LG가 반반씩 나눠 갖습니다.


이렇게 서울시① + 서울시②를 계산하면 127억 원이 나옵니다.


전체 광고권 계약 금액 가운데 73.4%가 서울시 몫으로 돌아가는 셈입니다.


그리고 두 구단이 나머지 27%를 13.5%씩 나눠 갖습니다.


여기까지 이번 시즌 개막 전 이미 정산이 끝난 상황입니다.



이 정도 되면 '재주는 곰과 쌍둥이가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는 속담이 떠오르지 않으시나요?


만약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지 않으면 서울시에서 잠실구장 광고로 이렇게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요?


지난해 프로야구 정규시즌에만 총 198만3874명(경기당 평균 1만3777명)이 잠실구장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모든 경기가 TV 중계를 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광고주는 지난해 기준으로 140억 원이 넘는 광고비를 지불했을 겁니다.



서울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에 따르면 잠실구장을 짓는 데는 총 126억 원이 들었습니다.


한국은행 화폐가치계산 시스템을 통해 이 구장이 문을 연 1984년 기준 126억 원을 현재 기준으로 환산하면 434억 원이 됩니다.


서울시가 두 구단에서 잠실구장 광고권을 회수한 2012년 이후 지난해까지 챙긴 돈이 786억 원입니다.


이 정도면 올해처럼 특수한 상황에서는 광고 사용료를 좀 괜찮지 않을까요?


키움이 안방으로 쓰는 고척스카이돔 전경. 뉴스1


아, 키움은 고척스카이돔을 서울시로부터 매일 매일 빌리는 형태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광고 수입 가운데서는 30억 원이 서울시 몫이고 나머지가 구단 차지입니다.


또 키움은 광고대행사 없이 구단에서 직접 광고 영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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