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조던(57) 자필 사인이 들어간 '에어 조던 1' 시제품(試製品)이 경매 역사상 가장 비싸게 팔린 운동화가 됐습니다.
글로벌 경매사 소더비스는 9일(이하 현지시간)부터 아흐레 동안 온라인 경매를 진행한 결과 56만 달러(약 6억9000만 원)에 낙찰됐다고 17일 전했습니다.
이전에는 지난해 역시 소더비스에 나왔던 나이키 문 슈즈(Moon Shoes)가 43만7500 달러(약 5억4000만 원)로 최고액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문 슈즈는 1972년 뮌헨 올림픽을 앞두고 나이키에서 내놓은 첫 번째 러닝화 모델이었습니다.
소더비스는 "원래 이 에어 조던 1은 10만~15만 달러 정도에 팔릴 걸로 예상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런데 경매 종료 시점이 다가올수록 가격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경매 종료 1시간 전에만 가격이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신발은 나이키에서 조던에게 '우리 신발을 신어달라'고 제안하려고 만든 샘플입니다.
검정과 빨강으로 신발을 디자인한 건 조던이 몸담고 있던 미국프로농구(NBA) 팀 시카고 상징색이 그랬기 때문입니다.
이 샘플에는 '850204 TYPS'라는 코드가 신발에 붙어 있습니다.
850204는 이 시제품을 완성한 날짜고, TYPS는 'Tong Yang Player Sample'를 줄인 말입니다.
그러니까 이 신발을 만든 곳은 부산에 있던 '동양고무산업'이었습니다.
당시 주문자 상표 부착(OEM) 방식으로 나이키 신발을 만들던 동양고무산업은 나중에 '화승'으로 이름을 바꾸고 '르까프'라는 자체 브랜드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 사진으로 알 수 있는 이 신발이 재미있는 점 또 한 가지는 양 쪽 크기가 다르다는 점.
오른쪽은 미국 기준으로 13(310mm)이고 왼쪽이 13½(315mm)으로 왼쪽이 더 큽니다.
조던이 양 발 크기가 달라서 맞춤형으로 제작해 생긴 일입니다.
디자인도 그해 4월부터 매장에서 팔기 시작한 양산품과 다릅니다.
제일 큰 차이는 끈 색깔이 빨간색이라는 것. 나중에는 운동화 끈이 흰색과 검은색으로만 나왔습니다.
또 운동화 표면 소재도 이 시제품과 양산품은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발목 부문 높이도 시제품 쪽이 더 낮습니다.
물론 제일 큰 차이는 건 조던이 직접 쓴 사인이 있다는 점입니다.
원래 이 신발 주인은 '슈지엄(Shoezeum)'이라는 신발 박물관을 운영하는 조던 겔러 씨였습니다.
겔러 씨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이 신발을 소장하고 있던 건 진짜 큰 기쁨이었다"면서 "아내와 '더 라스트 댄스'를 보던 중 이제 신발이 새 주인을 찾을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이전에 나이키 문 슈즈를 43만7500 달러에 팔았던 주인공도 바로 겔러 씨였습니다.
소더비스는 이 신발 새 주인이 누구인지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에어 조던 1이 유명세를 얻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NBA 사무국에서 이 신발을 신지 못하도록 했다는 이야기 때문.
조금 더 나가면 조던이 이 신발을 신고 경기에 뛸 때마다 벌금을 내야 했는데 이를 나이키에서 대납(代納)했다는 스토리까지 이어집니다.
NBA에서 나이키에 경고 서한을 보낸 것 자체는 사실이지만 실제로 벌금을 부과하지 않았고 따라서 대납도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분들이 그렇게 알고 계신 건 나이키에서 그렇게 광고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시장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조던은 '더 라스트 댄스'에서 "에어 조던 1이 첫 해에만 1억2600만 달러(약 1554억 원) 매출을 올렸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전국에 계신 아내 여러분, 그러니까 남편이 자꾸 신지도 않을 운동화를 사온다고 너무 나무라지 마세요.
혹시 압니까. 나중에 남편도 '스니커테크'(스니커즈+재테크)로 한 몫 잡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