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문1. 미국프로농구(NBA) 선수는 원하는 신발은 무엇이든 신고 뛸 수 있나?


정답은 X였습니다. NBA 사무국은 매해 8월말과 12월초에 농구화 검사를 진행합니다. 그 다음 어떤 신발은 신어도 되고, 어떤 신발은 신으면 안 되는지 결정해 구단에 통보합니다.


신발을 심사하는 제일 중요한 기준은 '51% 규칙'입니다. 이 규칙에 따라 NBA 선수가 신는 신발은 전체 색상 가운데 최소 51%는 흰색, 회색 또는 검정색이어야 합니다. 단, 신발 전체가 팀 상징색으로 되어 있는 경우는 괜찮습니다.



문2. 그렇다면 사진에 있는 저 호머 심슨 신발은 뭔가?


저 신발을 신고 있는 건 로스엔젤레스(LA) 클리퍼스 포워드 몬트레즐 헤럴(24)입니다. 클리퍼스 팀 상징색은 이  파랑색 과 이  빨간색 입니다. (아마도 조명 때문에) 색이 조금 달라 보이기는 건 사실이지만 저 신발은 기본적으로 팀 상징색을 바탕에 깔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저 신발을 신고 올해 4월 3일(이하 현지시간) 안방 경기에 나설 수 있었던 겁니다. 참고로 저 신발은 모델은 원래 에어 조던 29입니다. 



문3. 억지라고 느낄 분도 계실 것 같은데?


맞습니다. NBA 사무국도 이를 모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2012년부터 '테마 나이트(Theme Nights)'라는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핼러윈이나 크리스마스처럼 특별한 날에는 이런 제약 없이 원하는 신발을 마음대로 신을 수 있도록 한 겁니다. 아래 사진이 바로 나이키에서 내놓은 '르브론 11 크리스마스 에디션'입니다.



테마 나이트 횟수는 시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2017~2018 정규시즌 기준으로는 총 10번이었습니다. 이와 별개로 올스타전에서도 신발 선택이 자유로우며, 챔피언결정전 때는 농구화 디자인에 금색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문4. 이렇게 틈을 주면 오히려 '빈 팀'을 찾는 선수가 더 많지 않나?


그럴 수 있습니다. 그래서 NBA 사무국에서는 2018~2019 시즌부터 테마 나이트를 없애기로 했습니다.



문5. 규정을 더 강하게 적용하는 건가?


아닙니다. 모든 경기를 테마 나이트로 바꾸기로 한 겁니다. 문1에 답하면서 'X였습니다'라고 과거형 표현을 쓴 건 이 때문입니다. 미국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에 따르면 신발 관련 규정을 이렇게 완화하는 건 리그 역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문6. 이렇게 결정한 이유는?


그래야 나이키에서 신발을 더 많이 팔아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려는 목적입니다. NBA 사무국은 나이키와 8년, 10억 달러(약 1조1000억 원)짜리 스폰서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 뒤로 '안방 경기 유니폼 = 흰색' 공식을 무너뜨리는 등 고정관념을 파괴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조치도 이 가운데 하나라고 보시면 됩니다.



문7. 원래 NBA 선수 사이에 나이키가 제일 유행 아닌가?


그렇습니다. 2017~2018 시즌 기준으로 전체 NBA 선수 가운데 3분의 2(67%)가 나이키 또는 그 자회사인 에어 조던 브랜드 신발을 신고 경기에 나섭니다. 



NBA 선수 사이에 제일 인기 있는 신발은 여전히 나이키에서 내놓은 '하이퍼 덩크 (2017)'입니다. 



문8. 그러고 보니 에어 조던이 처음 나왔을 때 NBA 사무국에서 착용을 금지하지 않았나?


아닙니다. 대표적인 '도시전설'일 따름입니다. NBA에서 나이키에 경고 서한을 보낸 것 자체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 서한 발송일은 1985년 2월 25일로 에어 조던 1이 세상에 나온 것보다 빠릅니다. 에어 조던 1은 그해 4월에 나왔습니다. 이 문제를 추적한 이들은 NBA 사무국에서 금지한 신발은 '에어 십(air ship)'이라고 결론 짓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분들이 여전히 에어 조던이 금지당했다고 믿고 있는 건 나이키가 NBA에서 에어 조던 1을 금지한 것처럼 광고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나이키가 벌금을 대신 물면서 조던에게 계속 에어 조던 1을 신도록 했다는 주장 역시 자연스레 사실과 다른 게 됩니다. 심지어 조던은 저 광고를 찍을 때를 빼면 1985년 올스타전 때 딱 한 번 저 신발을 공식적으로 신었을 뿐입니다.



문9. 그러면 이제 신발에 대한 모든 제한이 풀리는 건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먼저 신발 제조사 이외에 다른 로고를 신발에 부착해서는 안 됩니다. 자선단체를 홍보하려는 목적이라고 해도 마찬가지. 또 선수 안전에 방해가 되는 물질도 신발에 부착할 수 없습니다. NBA 사무국은 계속 이에 대한 관리 감독을 진행한다는 방침입니다.



문10. 이런 규정 변화가 도대체 나랑 무슨 상관인가?


그건 읽어주신 분이 누구신지에 따라 다를 겁니다. 다만 긴 글 읽어주시느라 고생하셨다는 말씀으로 글을 마칠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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