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이 '프로배구의 김경문' 이미지를 벗으려면 적어도 한 시즌은 더 기다려야 합니다. 더 이상 프로배구 2019~2020 V리그 경기가 열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23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긴급 이사회(단장 모임)를 열고 포스트시즌을 포함해 남은 일정을 모두 취소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조원태 KOVO 총재(한진그룹 회장)는 "선수를 비롯한 리그 구성원을 보호하고 국가적 위기 극복에 동참하고자 시즌을 종료한 것에 대해 팬 여러분의 넓은 이해를 구한다"고 말했습니다.


23일 KOVO 임시 이사회 장면. 뉴시스


사실 이날은 11일 실무위원회(사무국장 모임)에서 정한 마지노선 같은 날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교육부는 이날 유초중고 개학을 예정하고 있었습니다. 


예정대로 개학을 한다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세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날 리그를 재개하기로 결정하자고 했던 것.


하지만 개학은 다음달 3일로 늦춘 상태고 여전히 이날 정말 개학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이에 후속 일정을 감안하면 '리그 종료'를 선택할 수밖에 없던 게 현실이었습니다.


조원태 총재는 이사회를 마무리한 뒤 취재진과 만나 "(리그) 종료 논의는 1분 만에 끝이 났다.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조원태 KOVO 총재. 뉴시스


실제 이날 회의를 끝마치는 데는 2시간 반 정도 걸렸습니다.


비정상적으로 시즌이 끝나면서 정규리그 순위를 어떻게 정할 건지, 정규리그 1위 팀을 최종 우승팀으로 인정할 것인지, 상금은 어떻게 할 건지, 선수들 개인 기록은 어느 지점을 기준으로 끊을 것인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은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등 논의할 점이 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일단 정규리그 순위는 5라운드 종료 시점을 기준으로 삼기로 했습니다.


▌프로배구 2019~2020 V리그 정규리그 최종 순위
 순위  남자부  여자부
 팀  승점  승-패  팀  승점  승-패
 ①  우리카드  64  23-7  현대건설  52  19-6
 ②  대한항공  62  22-8  GS칼텍스  51  17-8
 ③  현대캐피탈  53  18-12  흥국생명  42  12-13
 ④  OK저축은행  44  14-16  KGC인삼공사  34  12-13
 ⑤  삼성화재  39  12-18  IBK기업은행  24  8-17
 ⑥  KB손해보험  30  10-20  한국도로공사  22  7-18
 ⑦  한국전력  23  6-24  


외국인 선수 그리고 신인 선수 드래프트 때 추첨 확률 배분 역시 이 순위가 기준입니다.


단, 남자부 1위 우리카드, 여자부 1위 현대건설 모두 정규리그 1위 팀일뿐 이번 시즌 우승팀은 아닙니다.


이에 대해 KOVO 관계자는 "이번 시즌부터 정규리그 우승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기로 합의한 제16기(2019~2020 시즌) 제2차 이사회 결정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달 27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무관중 경기로 열린 우리카드-현대캐피탈 맞대결.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그러면서 이 포스트 맨 처음에 쓴 것처럼 신 감독은 우승 감독 타이틀을 뽀록행운으로도 따지 못하게 됐습니다.


거꾸로 2015~2016 시즌 감독 데뷔 이후 네 시즌 연속으로 정규리그 또는 챔피언결정전 가운데 하나는 우승했던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도 이번 시즌에는 빈 손으로 일정을 마치게 됐습니다.  


제16기 제2차 이사회에서는 원래 정규리그 우승 팀에게만 지급하던 상금을 1~3위 팀에도 주기로 뜻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이번 시즌 남자부에서는 △1위 1억2000만 원 △2위 7000만 원 △3위 3000만 원을 상금으로 받아갈 예정이었습니다. 여자부는 △1위 1억 원 △2위 5000만 원 △3위 3000만 원.


그러나 이 돈을 실제로 주고 받는 일은 없었습니다.


KOVO에서 상금을 지급하는 대신 일부는 코로나19 극복 성금으로 기부하고 나머지는 전문위원, 심판, 기록원 등 코로나19로 수입이 줄어든 구성원들 생활 자금을 지원하는 데 쓰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결정이 잘못됐다는 건 절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기왕 주기로 한 거 주고 자발적으로 기부하라고 하면 모양새가 더 좋지 않았나 싶습니다.


남녀부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1순위로 손꼽히는 나경복(우리카드)과 양효진(현대건설).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신인상, 베스트7 등 역시 5라운드 종료 시점을 기준으로 선정하게 됩니다.


대신 개인 기록은 마지막 출전 경기까지 전부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프로배구 출범 이후 16시즌 만에 처음으로 남자부 서브 리시브 성공률 1위 선수(현대캐피탈 여오현) 기록이 50%를 넘지 못하게 됐습니다.


FA는 팀 경기 숫자 40%를 소화하면 한 시즌을 뛴 것으로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원래 규정은 시즌 전체 경기 숫자 40%가 기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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