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마이너리그 홈페이지 캡처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산하 마이너리그 팀에 이름이 아주 재미있는(?) 선수가 등장했습니다.


사진에서 보신 것처럼 이 선수 이름을 로마자로 쓰면 이렇습니다.


Kungkuan Giljegiljaw


이 스물 여섯 살짜리 마이너리거 포수는 동아시아, 조금 더 정확하게는 대만 출신이라 띄어쓰기를 기준으로 앞쪽이 이름이고 뒤쪽이 성(姓)입니다.


이 선수 이름은 한자로는 '吉力吉撈鞏冠'이라고 쓰고 /지리지라오공관/처럼 읽습니다.


지리지아로공관 트위터


이 선수는 원래 지난해까지는 주리런(朱立人)이라는 중국식 이름을 썼습니다.


그러다가 지난해 12월 새로 선수 등록을 하면서 원래 집에서 쓰는 이름을 적어 냈습니다.


집에서는 주리런이라는 중국식 이름을 쓰지 않는 건 그가 한족(漢族)이 아니라 파이완족(排灣族) 출신이기 때문입니다.


주로 청나라 이후 한족이 넘어오기 전부터 대만 섬에 살았던 이들을 흔히 대만원주민이라고 부릅니다.


파이완족은 대만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구분하는 16개 원주민 민족 가운데 하나입니다.


원주민을 이렇게 여러 민족으로 구분하는 건 저마다 다른 언어를 쓰기 때문입니다.


대만 교육부 홈페이지


현재 클리블랜드 40인 로스터에는 장위청(張育成·25)이라는 대만 선수가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그 역시 사실은 한족이 아니라 아메이족(阿美族)입니다.


클리블랜드가 인디언스 또는 부족(Tribes)이라는 애칭을 쓴다는 걸 생각하면 이런 선수가 뛰고 있다는 게 어쩐지 잘 어울리는 느낌입니다.


지리지라오공관은 "사실 2012년 처음 미국으로 건너올 때부터 원래 내 이름을 쓰고 싶었다. 그런데 그때는 부모님 반대가 심해서 등록하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계속 부모님을 설득한 끝에 지난해 허락을 받을 수 있었다. 매우 기쁘다"고 덧붙였습니다.


25일 시범 경기 때 8번 타자 겸 포수로 이름을 올린 지리지라오공관. 클리블랜드 트위터


지리지라오공관이 그냥 선수 등록명만 바꾼 게 아닙니다. 은행 계좌나 운전면허증 같은 공식 문서도 전부 새 이름으로 바꿔야 했습니다.


지리지오라공관은 "좀 귀찮았던 건 사실이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면서 "이게 진정한 내 이름이기에 유니폼을 입을 때마다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야구 대표팀에서 중국·대만 코디네이터로 활약한 김윤석 씨에 따르면 파이완족 출신 선수 16명이 대만과 미국에서 프로야구 선수로 활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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