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 원포인트 투수'가 멸종 위기종 지정 1년 만에 결국 멸종 판정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적어도 메이저리그에서는 확실히 그렇습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 노동조합 합의에 따라 투수가 타자 세 명을 상대하기 전에는 마운드에서 내려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해까지는 투수가 타자 한 명만 상대하고 나면 다른 투수로 교체할 수 있었습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소위 '최소 세 타자 규정(Three-batter Minimum)'을 비롯한 규칙 개정안을 확정해 12일(이하 현지시간) 발표했습니다.
물론 부상이 있는 경우에는 타자 세 명을 상대하기 전이라도 마운드에서 내려올 수 있습니다.
또 세 타자를 상대하기 전이라도 이닝을 끝낸 투수도 다음 이닝에 교대가 가능합니다.
다만 그다음 이닝에도 마운드에 올랐다면 타자 두 명을 더 상대해야 마운드에서 내려갈 수 있습니다.
이 규칙은 선발 투수에게도 적용합니다.
그러니까 '오프너'도 일단 타자 세 명은 상대해야 하는 겁니다.
이름 | 구단 | 상대 타자 평균 |
페르난도 아바드 | 샌프란시스코 | 2.33 |
다니엘 자모라 | 뉴욕 메츠 | 2.41 |
토니 십 | 워싱턴 | 2.56 |
올리베르 페레스 | 클리블랜드 | 2.58 |
미겔 델 포조 | LA 에인절스 | 2.65 |
마이크 던 | 콜로라도 | 2.68 |
스콧 알렉산더 | LA 다저스 | 2.71 |
다니엘 스텀프 | 디트로이트 | 2.81 |
애덤 콜라렉 | 탬파베이, LA 다저스 | 2.86 |
브라이언 모란 | 마이애미 | 2.90 |
지난해 메이저리그 경기에 10번 이상 등판한 투수 가운데 상대 타자 평균 숫자가 가장 적은 10명 모두 왼손으로 공을 던집니다.
그리고 야구팬이라면 이게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실 겁니다.
세상에 LOOGY(Lefty One Out Guy)라는 표현이 괜히 존재하는 게 아니니 말입니다.
결과도 성공적입니다. 이 10명은 왼손 타자를 .229/.285/.365로 막았습니다.
그러니 감독들이 이들을 마운드에 올리고 싶어 하는 게 당연한 일입니다.
문제는 이들이 마운드에 올라왔다가 내려가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입니다.
어떻게든 경기 시간을 줄이려 애쓰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서는 이들이 달갑게 보일 리가 없었던 것.
메이저리그가 30개 구단 체계를 갖춘 1998년만 해도 경기당 평균 투수 숫자는 3.46명 수준이었습니다.
지난해에는 4.41명으로 경기당 거의 한 명이 늘어났습니다.
같은 기간 평균 경기 시간은 2시간 47분에서 3시간 10분으로 23분이 늘었습니다.
메이저리그 노사는 현재 25명인 현역 로스터(엔트리) 숫자는 26명으로 늘리기로 했습니다.
투수는 이 중 절반인 13명까지만 이름을 올릴 수 있습니다.
대신 9월에 적용하는 확장 엔트리 숫자는 40명에서 28명(투수 14명)으로 줄입니다.
이 역시 잦은 선수 교체 때문에 9월에 경기 시간이 길어지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조치입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8월 이전에는 61.5%가 3시간이 넘게 걸렸는데 9월이 되면 이 비율이 67.1%로 올랐습니다.
엔트리에서 투수 숫자를 제한하면 '니도류(二刀流)' 오타니 쇼헤이(大谷翔平·26·LA 에인절스)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런 선수는 '투타 겸업 선수'로 지정하면 투수 등록 제한 규정에서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투타 겸업 선수로 인정받으려면 한 시즌에 20이닝 이상 던져야 합니다.
그리고 투수가 아닌 포지션으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상태로 세 타석 이상 소화한 경우가 20경기가 넘어야 합니다.
이 기준을 만족하는 현역 선수는 물론 오타니밖에 없습니다.
투수 또는 투타 겸업 선수가 아닌 야수를 마운드에 올리는 일도 제한하기로 했습니다.
앞으로는 △연장전에 들어갔거나 △9회 이전에 점수가 6점 이상 벌어졌을 때만 야수 등판이 가능합니다.
부상자 명단 최소 등재 기간도 투수와 투타 겸업 선수는 15일로 돌아갑니다.
야수는 지난해 바뀐 대로 10일입니다.
또 감독이 비디오 판독을 신청할지 말지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은 예전보다 10초 줄어든 20초만 주기로 했습니다.
아, 새 규칙은 다음 달 13일부터 시작하는 시범경기 때부터 바로 적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