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경기서 우리카드 나경복이 때린 공이 현대캐피탈 블로킹에 걸리는 장면. 그래도 공이 아직 떠있으니 승부는 끝난 게 아닙니다. 한국배구연맹제공(KOVO).
배구는 강한 스파이크를 때리는 쪽이 이기는 게 아니다. 공을 떨어뜨린 쪽이 진다. 그게 이어준다는 것이다. ─ '하이큐!!'
거칠 것이 없습니다.
프로배구 남자부 우리카드가 현대캐피탈에 이번 시즌 첫 완패를 안기면서 10연승에 성공했습니다.
우리카드는 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도드람 V리그 안방 경기에서 현대캐피탈을 3-0(28-26, 25-23, 30-28)으로 무찔렀습니다.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은 경기 후 "선수들이 그동안 집중력 있게 훈련을 했기 때문에 좋은 습관이 나오는 것 같다. 선수들 덕분에 현대(캐피탈이)라는 큰 산을 넘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수비를 보면 아직도 현대캐피탈 대한항공이 (우리보다) 더 낫다. 우리는 계속해서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여기서 '수비'가 서브 리시브를 말하는 거라면 우리카드가 현대캐피탈이나 대한항공에 뒤지는 건 사실.
그런데 어택 커버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두산백과는 블로킹 커버라고도 부르는 이 플레이를 "배구 경기에서 상대 팀의 블로킹(blocking)에 걸려 자기편 코트 안으로 떨어지는 공을 받아 올리는 플레이를 말한다"고 설명합니다.
어택 커버에 성공했을 때와 실패했을 때 차이. KBSN 화면 캡처
현재까지 우리카드 선수 공격 시도 가운데 386개가 다시 우리카드 코트 안으로 떨어졌습니다.
우리카드는 이 가운데 171개를 받아 올렸습니다. 그러면 어택 커버 성공률 44.3%(=171÷386)가 나옵니다.
물론 리그에서 제일 높은 기록입니다.
남자부 전체 기록이 40%니까 우리카드는 리그 평균보다 10.8% 높은 어택 커버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배구에서 1~4세트는 (보통) 25점을 먼저 따는 팀이 가져갑니다. 25점의 10.8%는 2.7점. 우리카드는 어택 커버 만으로 상대를 (25-2.7=)22.3점에 묶어 둘 수 있는 겁니다.
우리카드는 최근 10연승 기간 동안에는 이 기록을 48.2%까지 끌어 올렸습니다.
신 감독은 "도쿄(東京) 올림픽 아시아 예선 기간 숏 게임 연습을 많이 했는데 그게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우리카드는 우리 블로커 손에 맞은 공을 디그로 던져낸 비율(유효 블로킹 성공률) 역시 46.3%로 선두입니다.
그러니까 우리 공격이든 상대 공격이든 일단 블로킹에 맞은 공을 바닥에 떨어뜨리지 않는 능력에 있어서는 우리카드가 최고인 셈입니다.
노파심에 말씀드리면 배구에서는 이 공을 떨어뜨리면 곧바로 실점입니다.
"공격은 관중을 부르고 수비는 우승을 부른다"는 말은 따로 설명이 필요 없는 스포츠계 정설.
과연 신 감독은 이번 시즌에는 그렇게 학수고대하던 우승 트로피를 차지할 수 있을까요?
우리카드는 9일 또 한 번 대한항공이라는 큰 산과 마주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