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허민 ㈜서울히어로즈 이사회 의장. 동아일보DB


점령군 쪽에서 '접수 작전' 1단계를 완료한 모양입니다. 점령군 대장은 ㈜서울히어로즈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허민(43) 원더피플 대표고 접수 대상은 물론 ㈜서울히어로즈입니다. 


프로야구 키움은 31일 'SBS 보도에 대한 ㈜허민히어로즈 ㈜서울히어로즈의 입장문'이라는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구단은 2018년 5월, 임직원들에게 이장석 전 대표에 대한 업무시간 내 접견 금지, 업무와 관련된 접견 금지 등을 공지하였으며 이를 어길 경우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임을 임직원들에게 밝힌 바 있습니다.


감사위원회는 구단 고위 관계자의 이장석 전 대표와의 면회 및 업무 연관 접견에 대한 임은주 부사장의 의혹 제기에 따라 현재 조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이장석 전 대표의 옥중경영 의혹과 관련하여 임 부사장이 감사위원회에 의혹을 제기한 것은 9월 말이었습니다.


당시 하송 감사위원장은 임 부사장의 의혹 제기에 감사를 착수했으며, 감사위원회는 현재까지 감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만 당 구단이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 가을야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 동 건이 선수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여 조용히 감사를 진행하고 감사 결과는 포스트 시즌이 끝난 이후 발표하기로 했습니다.


감사위원회에서는 임 부사장에게 본인이 녹취하여 가지고 있다고 한 녹음파일 등 증거자료 제출을 수 차례 요청했으나, 차일피일 미루며 현재까지 제출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감사위원회에서는 동 건의 심각성을 인지하여 제보자의 구두 진술에 근거하여 박준상 전 대표와 임상수 변호사에게 소명할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감사 진행 과정에서 박준상 전 대표는 사임했으며, 자문 변호사 역할을 담당했던 임 변호사와는 법률자문 계약을 해지했습니다.


또한 감사위원회의 감사과정에서 임 부사장 역시 옥중경영에 참여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사안이 중대하고 시급해서 임 부사장에게 직무 정지 처분을 내렸고, 감사 결과에 따라 조치를 취할 예정입니다.


여기서 SBS 보도는 사흘 전 전파를 탄 '잘 나가는 키움? 2군은 분식집서 겨우 식사…처우 논란'입니다. 대부분 매체가 퓨처스리그(2군) 식단에 주목했지만 중요한 부분은 후반에 나옵니다.


박 전 대표와 임 변호사는 이장석 전 대표의 최측근들로 KBO가 금지한 이 전 대표의 구단 경영 개입, 이른바 '옥중 경영'을 실현시키는 연락책이라는 의혹을 받아왔습니다.


경영 감시 역할을 해야 할 허민 이사회 의장 측은 이런 상황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어제(29일) 사임한 박 전 대표 대신 새로 대표가 된 허민 의장의 최측근 하모 씨는 지난 28일까지 구단 감사위원장이었는데 박 전 대표의 연봉이 과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법률자문료가 과다한지도 9월까지는 알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SBS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하 씨는 이미 지난 3월 과다한 법률자문료 문제를 시정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 문제를 알면서도 방치했을 가능성까지 보이는 대목입니다. 


왜 알면서 방치했을까요? 그래야 '완전히 구단을 점령할 구실을 찾을 수 있을 테니까'가 제가 짐작한 이유입니다. 상대가 더러우면 더러울수록 우리는 깨끗해 보이는 법이니까요.


사실 허 의장 오른팔이라고 할 수 있는 하송 전 고양원더스 단장이 대표를 맡았다는 소문을 접했을 때만 해도 '얼굴 마담 교체'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이장석 라인'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는 장정석(46) 감독이 선수단을 대표하는 대신 프런트는 점령군이 차지하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실제로는 점령 작업을 더 많이 진행한 모양입니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계약 기간이 끝난 장정석 감독. 키움 제공


이런 분위기라면 장 감독 재계약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별명부터 '바지'인데 점령군이 장 감독에게 계속 지휘봉을 맡기려고 할까요? 키움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때까지만 해도 재계약은 따놓은 당상처럼 보였지만 준우승에 그친 만큼 자리를 보장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여전히 재계약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는 건 분명 물밑에서 움직임이 있다는 뜻일 겁니다. 


변수는 있습니다. 키움은 내년 서울 지역 3개 팀 가운데 제일 먼저 신인 지명회의(드래프트) 1차 지명 카드를 쓸 수 있습니다.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는 고1 때 이미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신분조회 요청을 받았던 덕수고 장재영(17)입니다. 장재영의 아버지가 바로 장 감독입니다. 장 감독을 내보낸다는 건 장재영도 뽑지 않겠다는 뜻. (이런 것 별로 신경쓰지 않는 듯하지만) 한국시리즈 준우승 감독을 내치는 것도 정상적인 모양새는 아닙니다.


요 며칠 페이스북에 '직장인 마인드' vs '팬심' 관련 포스트를 연달아 남겼습니다. 사실 이번 사례도 마찬가지. 직장인 마인드로 생각해 보면 허 의장 쪽에서 작정하고 점령에 나서면 이 전 대표 쪽이 방어하기가 쉽지 않다는 걸 압니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장 감독도 팀을 떠나야 할 겁니다. 그런데 팬심으로는 '장 감독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게 맞지 않나'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예전에는 누가 이 회사를 놓고 싸워도 선수단은 그저 선수단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에는 감독 문제가 걸려 있으니 역시 생각이 생각이 복잡합니다. 아마 점령군 쪽에서 결론을 내리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점령군은 과연 어느 쪽을 선택할까요? 그리고 감독 교체 카드를 꺼낸다면 과연 누가 이 팀에 올까요? 손혁(46)? 아니면 심재학(47)? 이런 이름보다는 장정석이 낫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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