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2015년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당시 마리케 베르보트. 도하=로이터 뉴스1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불행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영국 BBC 방송은 마리케 베르보트(40·벨기에)가 안락사로 생을 마감했다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베르보트는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 출전해 메달 4개(금1, 은2, 동1)를 따낸 단거리 휠체어 육상 스타 선수였습니다.


베르보트는 2015년 도하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때는 T52급 여자 100m, 200, 400m에서 3관왕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장애인 육상 선수를 분류할 때 쓰는 T는 '트랙(Track)' 그러니까 (필드 선수가 아니라) 달리기 선수라는 뜻입니다. 뒤에 붙은 숫자는 장애 정도를 나타냅니다. 일단 휠체어 선수에게는 51~54 사이를 부여합니다. T51과 T52는 손가락, 속목, 팔꿈치, 어깨 등 상체 각 부위 기능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나눕니다. T51이 T52보다 더 장애가 심한 등급입니다. T53과 T54는 보통 복근 근육 유무에 따라 나누며 T53이 더 복근 기능이 떨어집니다.


베르보트는 2000년부터 퇴행성 근육 질환을 앓기 시작했으며 이후로 만성적인 통증, 발작, 마비 증상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날도 부지기수. 경주에 나설 때도 통증을 잊을 뿐 통증을 아주 없앨 수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영국 BBC 방송과 인터뷰 중인 마리케 베르보트. BBC 홈페이지


베르보트는 생전 BBC 인터뷰에서 "아주 아주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다. 통증 때문에 울부 짖곤 한다. 진통제를 아무리 먹어도 통증에 시달린다"면서 "사람들은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좋은 성적을 내고 미소를 지을 수 있느냐'고 묻곤 한다. 그러면 나는 '내게 스포츠란, 휠체어 경주란 치료의 일종이기 때문'이라고 답한다"고 말했습니다.


벨기에에서는 2002년부터 (의사 세 명으로 동의를 받으면) 안락사가 합법이며 베르보트는 2008년 안락사를 희망한다는 문서에 사인을 남겼습니다. 그는 2016년 리우 대회를 앞두고 "꼭 금메달을 따낸 뒤 안락사를 선택할 것"이라고 인터뷰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3년 뒤 결국 베르보트는 결국 다짐을 지켰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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