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주말 경기에서 두 차례 오심소동이 있었다. 한번은 수원, 또 한번은 대구였다.

먼저 금요일 수원 구장에서 벌어진 한화와 현대와의 경기, 김동수가 때린 타구가 우익수 앞에 떨어졌다. 그 순간 2루타를 치고 나가있던 유한준은 홈으로 빠르게 달려들었다. 포수 신경현이 홈 플레이트를 잘 막고 있었고, 유한준은 그 옆을 돌아 홈 플레이트를 터치했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신경현의 미트에도 공이 들어왔다.

사실 판정하기 까다로운 상황이었다. 결국 유한준이 홈 플레이트를 터치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박종철 주심은 아웃을 선언했다. 유한준의 어필에 이어 김재박 감독까지 심판에게 항의했지만 결과는 번복되지 않았다. 그러나 비디오 확인 결과 유한준의 손이 분명 홈 플레이트에 닿은 걸로 보였다. 그러니까 세이프에 좀더 가까운 상황이었다는 뜻이다.

어제 대구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김한수 선수의 체크 스윙 상황, 1루심 우효동 씨는 방망이가 돌지 않았다는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중계를 맡은 양상문 해설위원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유보적인 멘트를 날렸다. 사실 방망이가 돌았다는 뉘앙스가 어느 정도 섞인 발언이었다. 물론 비디오 리플레이를 본 후였다.

그리고 곧바로 김한수 선수는 2:2 동점을 만드는 투 런 홈런을 터뜨렸다. 2사후 2스트라이크에서 삼진으로 종료됐을 이닝이 결국 동점 상황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기아 팬 시각에선 절로 심판에게 욕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얄궂게도 MBC-ESPN 카메라는 계속 우효동 심판을 비췄다.

물론 오심은 경기의 일부분이다. 하지만 꼭 사라져야 할 경기의 일부분이다. 심판도 인간이기에 실수를 저지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거의 모든 판정이 인간의 판단에 의해 이뤄지는 야구라는 종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문제는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전혀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오심도 문제지만 오심 이후에 소위 '보상 판정'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한 판정도 곧잘 목격되는 게 사실이다. 분명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가장 실현 가능한 대안은 '비디오 리플레이'다. 꼭 경기장 전체를 다각도로 비추는 중계 화면이 아니더라도 얼마든 판독이 가능한 수준의 비디오 촬영은 가능하리라고 본다. 비디오 장치를 설치하는 것 이외에도 잦은 판정 불복을 막기 위해 어필 회수를 제한한다든지 심판의 판정이 옳은 경우에 이의를 제기한 팀에게 정해진 수준의 패널티를 준다든지 하는 제도적 개선 또한 필요할 것이다.

또 한가지 생각해야 하는 건 비디오 리플레이는 심판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 아니라는 것이다. 위에서 심판의 판정이 옳은 경우를 가정한 건 그 때문이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 애매한 상황이 자기가 응원하는 팀에게 분리하게 결정되면 오심처럼 보이기 십상이다. 하지만 가장 가까이서 본 심판들이 가장 정확하게 본 경우도 많다. 정말 어렵게 내린 정확한 판정에는 침묵하면서 어쩌다 저지른 실수에 온갖 욕을 먹어야 하는 존재가 심판이다. 이제는 칭찬도 좀 해주자는 뜻이다.

물론 카메라가 인간의 눈보다 정확하지는 않다. 어느 각도에서 촬영했느냐에 따라 분명 다른 결과를 빚을 수도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적어도 팬들에게 납득할 만한 결과를 제공할 수 있다. 물론 코칭 스탭이나 감독 등 판정의 당사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현재 우리는 너무 명백한 실수를 묵인해야 하는 불합리함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우리는 심판들을 비난한다. 100번의 정확한 판정이 아닌 단 한 번의 모호한 판정 때문에 말이다. 심판들에게 실수를 인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 그리고 우리 역시 우리의 실수를 인정할 수 있는 기회를 얻자. 비디오 리플레이 도입은 분명 지금보다는 많은 이들이 판정에 납득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야구장에 카메라를 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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