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세계선수권대회 메달리스트가 된 김현섭. 도하=로이터 뉴스1


한국 경보 간판 김현섭(34·삼성전자)이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세계선수권대회 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별 관심이 없지만) 지난달 27일(현지시간)부터 카타르 도하에서 2019 IAAF 세계선수권이 열리고 있습니다. 김현섭은 1일 대회 주경기장인 칼리파스타디움에서 동메달을 받아 들었습니다. 


사실 김현섭이 주종목으로 삼고 있는 남자 경보 20㎞ 경기는 4일 오후 11시 30분에 시작합니다. 그런데 김현섭은 어떻게 벌써 메달을 받은 걸까요?


정답은 8년 전 대구 대회 때 딴 메달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당시 김현섭보다 결승선을 먼저 통과한 선수들이 도핑(약물을 써서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행위)으로 메달을 박탈당하게 되면서 김현섭까지 차례가 돌아온 겁니다.


2011 대구 IAAF 세계선수권 당시 경보 남자 20㎞ 경기 장면. 동아일보DB 


이 대회 때 김현섭은 1시간21분17초로 원래 6위였습니다.  


그런데 맨 처음에 금메달을 딴 발레리 보르친(33·러시아·1시간19분56초), 은메달을 딴 블라디미리 카나이킨(34·러시아·1시간20분27초)이 도핑으로 메달을 잃으면서 4위가 됐습니다. 이어 원래 5위에서 동메달 수상자로 올라섰던 스타니슬라프 에멜야노프(29·러시아·1시간21분11초)까지 도핑 양성 반응을 보이면서 김현섭이 동메달을 차지하게 됐습니다.


김현섭이 메달을 따면서 한국은 '세계선수권대회 노메달 개최국'이라는 오명도 씻었습니다.


2011 대구 IAAF 세계선수권 때 대구스타디움으로 들어서고 있는 김현섭. 동아일보DB 


김현섭은 "원래 도핑을 한 선수들 때문에 내가 피해를 봤던 걸 바로 잡은 건데 그렇게 실감이 나지 않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한국 선수로서 첫 번째 영광을 차지할 수 있게 돼 무척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번 대회 때는 메달을 노릴 만한 컨디션은 아니다. 톱10 진입만 해도 성공"이라면서 "나보다는 최병광(28·삼성전자)을 주목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김현섭이 현재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목표는 도쿄(東京) 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따내는 것. 김현섭은 "20㎞로 도쿄행 티켓을 따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면 50㎞ 경기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김현섭은 어린 시절 함께 운동하던 동갑내기 심소현 씨와 결혼해 아들 민재 군(13)을 두고 있는 가장입니다.


한편 북한에서는 정성옥(45)이 1999년 세비야 대회 때 여자 마라톤에서 2시간26분59초로 금메달을 딴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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