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카일 스나이더(24·사진)는 '천재 레슬러'로 통합니다. 


스나이더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레슬링 남자 자유형 97㎏급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미국 레슬링 역사상 최연소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습니다.


이에 앞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5 국제레슬링연맹(UWW) 세계선수권대회 때도 같은 종목 1위를 차지했는데 이 역시 미국 레슬링 역사상 최연소 기록입니다.


이렇게 세계 무대에서 최고 자리에 오른 선수라면 미국 무대도 제패한 게 당연한 일. 스나이더는 2016년 3월에는 오하이오주립대 2학년 자격으로 미국대학체육협회(NCAA) 챔피언 자리에도 올라 졸업 때까지 그 자리를 지켰습니다.


미국 레슬링에서는 올림픽, 세계선수권, NCAA 챔피언 자리에 모두 오르는 걸 틀리플 크라운이라고 부릅니다. 스나이더는 리우 올림픽 금메달을 따면서 만 20세에 이 기록 달성에 성공했습니다. 물론 역대 최연소 기록입니다.



재미있는 건 UWW와 NCAA 체급 기준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리우 올림픽 당시 UWW에서 남자 자유형 체급을 나누는 기준은 △57㎏ △61㎏ △65㎏ △70㎏ △74㎏ △86㎏ △97㎏ △125㎏ 등 8개였습니다. (현재는 10개 체급 체제로 바뀌었습니다.)


반면 NCAA는 △125파운드(약 56.7㎏) △133파운드(약 60.3㎏) △141파운드(약 64㎏) △149파운드(약 67.6㎏) △157파운드(약 71.2㎏) △165파운드(약 74.8㎏) △174파운드(78.9㎏) △184파운드(83.5㎏) △197파운드(89.4㎏) △285파운드(129.3㎏) 이하 등 10개 체급으로 나눴습니다.


그래서 스나이더가 NCAA 경기에 나서려면 8㎏ 가까이 몸무게를 줄여 197파운드급을 선택하거나 아니면 자기보다 30㎏ 이상 나가는 선수와 맞붙어야 했습니다.


격투기에서 '체급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일. 스나이더 역시 1학년 때는 전자를 선택했지만 3위에 그쳤습니다. 그러자 2학년 때부터는 후자를 선택했습니다. 그래도 결과는 앞서 보신 것처럼 3년 연속 NCAA 챔피언이었습니다.


세계 무대에서 97㎏급 선수인 카일 스나이더가 2017 NCAA 결승에서 125㎏급 코너 메드베리를 매치는 모습.


그러니 97㎏급에서는 적수를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스나이더는 2017년 파리 세계선수권 때 2연패에 성공하면서 세계 최강 자리를 확인했습니다. 스나이더는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하겠다"고 밝혔고 그게 따놓은 당상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 97㎏급 챔피언은 스나이더가 아니라 '탱크' 압둘라시드 사둘라에프(23·러시아)였습니다. 사둘라에프는 리우 올림픽 때 86㎏급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선수입니다. 그러니까 스나이더보다 11㎏ 가벼운 선수였던 것.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압둘라시드 사둘라에프. 크렘린궁 홈페이지


사둘라에프 역시 리우 올림픽 금메달을 따기 전 라스베이거스에서 86㎏ 정상을 차지하면서 2014 타슈켄트 대회에 이어 세계선수권 2연패에 성공했습니다. 여기에 올림픽 금메달까지 차지했으니 같은 체급에서는 이룰 건 다 이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는 체급을 올리기로 합니다. 원래 자기 체급에서 이룰 걸 다 이룬 선수가 체급을 올리는 건 레슬링에서 아주 없는 일은 아닙니다. 알렉산드르 메드베드(81·옛 소련)는 1964년 도쿄(東京),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 때는 97㎏급에서 금메달을 딴 다음 1972년 뮌헨 대회 때는 100㎏급에서 정상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사실 스나이더가 2017년 파리 대회에서 세계선수권 2연패를 차지할 때 결승전에서 맞붙은 선수가 사둘라에프였습니다. 그때는 스나이더가 이겼지만 지난해 부다페스트에서는 사둘라에프가 설욕에 성공했습니다.



14일부터 카자흐스탄 수도 누르술탄(옛 아스타나)에서 올해 세계선수권 대회가 열립니다. 과연 올해는 누가 챔피언이 될까요? 스나이더가 다시 왕좌를 되찾을까요? 아니면 '뛰는 놈' 스나이더 위에 '나는 놈' 사둘라에프가 공식으로 굳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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