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잠실구장에서 6년 연속 30홈런을 기록한 박병호를 축하하는 키움 팀원들. 이날 키움은 두산에 5-2 3점차 승리를 기록했습니다. 동아일보DB
역시나 기적은 없었습니다. 키움이 3위로 프로야구 2019 시즌을 마무리했습니다.
키움은 29일 사직 경기에서 안방 팀 롯데를 4-1로 물리치고 85승 1무 57패(승률 .599)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공동선두 두산과 SK가 이날 각각 LG와 한화에 승리하면서 86승 1무 55패(승률 .610)로 치고 나가면서 키움은 남은 한 경기 결과에 관계 없이 3위를 확정하게 됐습니다.
만약 키움이 다음달 1일 경기에서도 롯데를 물리친다면 승률 .604를 기록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승률 .600 이상을 기록한 팀이 세 팀 나옵니다.
키움이 이 경기에서 패하더라도 승률 .594로 시즌을 마감합니다. 이때도 키움은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단일 리그 제도를 도입한 1989년 이후 3위 최고 승률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3위로 가장 높은 승률은 기록한 건 2003년 삼성(76승 4무 53패·승률 .589)이었습니다. 1989년 이후 지난해까지 3위 팀 승률은 평균 .549였고, 제10 구단 KT가 1군 무대에 합류한 2015년 이후에는 .546이었습니다.
이렇게 높은 승률을 기록하고도 3위밖에 하지 못한 건 확실히 안타까운 일. 키움이 이번 시즌 피타고라스 승률이 1위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피타고라스 승률을 기준으로 하면 키움은 올 시즌 실력만큼 성적을 내지 못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팀 | 실제 승률 | 피타고라스 승률 | 차이 |
키움 | .599 | .643 | -.045 |
두산 | .613 | .634 | -.021 |
SK | .613 | .580 | .033 |
NC | .518 | .532 | -.014 |
LG | .549 | .504 | .045 |
KT | .500 | .492 | .008 |
삼성 | .420 | .424 | -.004 |
KIA | .437 | .416 | .020 |
한화 | .406 | .411 | -.005 |
롯데 | .345 | .372 | -.027 |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운 경기는 올 시즌 정규리그 안방 마지막 경기였던 13일 LG전이었습니다. 키움은 이 경기에서 9회말 2아웃까지 1-0으로 앞서 있었지만 결국 1-4로 패하고 말았습니다. 1년에 144경기를 치르는 프로야구는 '져도 괜찮은 경기'가 많다는 게 제일 큰 장점이지만 거꾸로 '꼭 잡아야만 하는 경기'도 있습니다. 이 경기가 바로 꼭 잡아야 하는 경기에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13일 올 시즌 마지막 안방 경기를 마친 뒤 기념행사에 참가 중인 키움 선수단. 키움 제공
한 시즌 전체를 돌아 보면 9위 한화를 상대로 8승 8패(승률 .500)에 그친 게 아쉽습니다. 특히 마지막 맞대결이었던 17일 대전 경기에서 0-1로 패하면서 순위 싸움에서도 한 걸음 밀렸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이날 현재 SK가 한화를 상대로 11승 4패(승률 .733), 두산이 10승 6패(승률 .625)를 기록했으니까 키움이 3위에 그친 이유로 한화전 부진(?)을 꼽는대도 크게 틀린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거꾸로 가장 고무적이라고 생각하는 건 NC를 상대로 10승 6패(승률 .625)를 기록하면서 지긋지긋한 NC 징크스를 끊어냈다는 것. 넥센이라는 이름을 쓰던 지난해까지 이 팀은 NC를 상대로 38승 58패(승률 .396)가 전부였습니다.
저는 한국시리즈는 정규리그 1위팀 대관식이 되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실제 결과를 봐도 가을야구는 달콤한 사기극에 가깝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반역'을 꿈꾸는 건 모든 2~5위 팀 팬이 같은 마음. 키움이여, 가을에 딱 10번만 이겨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