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이강철 감독을 비롯한 프로야구 KT 선수단. KT 제공


결국 무승부가 가을 문턱에서 KT를 주저 앉히고 말았습니다.


KT는 24일 프로야구 수원 안방 경기에서 SK를 7-3으로 꺾으면서 가을야구 진출 희망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나 수원 경기가 끝나고 1시간 24분 뒤 창원에서 NC와 두산이 7-7 무승부로 경기를 끝내면서 KT의 트래직넘버는 제로(0)가 됐습니다.


사실 공식대로만 계산하면 트래직넘버 1이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KT는 이날 현재 69승 2무 70패(승률 .496)로 남은 세 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면 72승 2무 70패(승률 .507)로 시즌을 마치게 됩니다. NC가 남은 다섯 경기에서 모두 패하면 72승 2무 70패로 KT와 성적이 똑같습니다.



단, 한국야구위원회(KBO) 리그 규정 제3조2는 성적이 똑같을 때는 상대전적을 기준으로 순위를 가리도록 나와 있습니다. KT는 NC에 6승 10패(승률 .375)로 밀렸기 때문에 승률이 더 좋아야만 5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습니다. 이 점을 계산에 반영하면 이날로 트래직넘버가 0이 됩니다.



비록 포스트시즌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이 정도만 해도 KT는 성공적으로 한 해를 보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15년 1군 무대에 진입한 KT는 지난해까지 10위 → 10위 → 10위 → 9위로 좀처럼 '최약체' 이미지를 떨쳐 버리지 못했습니다. 이 네 시즌 동안 KT는 한 번도 60승 이상을 기록한 적이 없습니다.


넥센(현 키움)과 두산에서 수석코치를 거치면서 '준비된 감독'이라는 평을 들었던 이강철 감독. KT 제공 


그랬던 KT가 이번 시즌 70승 이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건 역시 이강철 감독 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역 시절 10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했던 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KT 마운드에 '기둥'이 섰습니다. 


선발 쪽에서는 쿠에바스(29·베네수엘라)가 13승 10패, 알칸타라(27·도니미카공화국 )가 11승 11패를 기록하면서 팀 역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10승 듀오를 배출했고 배제성(23)은 KT 토종 선수로는 처음으로 10승 투수 반열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불펜 쪽에서는 선발로 실패한 이대은(30)이 4승 2패 16세이브로 구단 최다 세이브 기록을 새로 쓴 걸 시작으로 주권(24)이 6승 2패 2세이브 25홀드, 정성곤(23)이 3승 3패 8세이브 11홀드로 힘을 보탰습니다.


이 감독은 "올해 가장 큰 수확은 투수진 역할을 정립한 것이다. 일단 3선발까지는 갖췄다. 여기에 김민(20), 손동현(18), 내년 신인 소형준(18)까지 가세한다면 6선발 체제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투수들이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알게 된 덕에 중간에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아졌다. 여러 가지 가능성을 고려해 다음 시즌을 준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유신고에 2019 황금사자기를 안기면서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소형준. 동아일보DB


타선에서는 지난해 신인왕 강백호(20)가 손바닥 부상을 겪으면서도 '2년차 징크스가 먹는 건가요?' 모드로 .335/.415/.495로 제 몫을 다했습니다. (메이저리그 최고 명문가 출신) 외국인 타자 로하스(29)도 .322/.380/.526를 기록하면서 시즌 초반 부진을 이겨냈습니다. 올해로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이 끝나는 베테랑 유한준(38) 역시 .319/.384/.446로 꾸준한 품격을 자랑했습니다.


이 감독은 "1루수와 외야 한 자리가 고민이다. 이 부분을 해결 해야 붙박이 라인업을 정립할 수 있다"면서 "예전처럼 홈런이 펑펑 나오는 분위기라면 모르겠지만 이제는 좌중간, 우중간을 책임지는 외야 수비가 필요하다. 로하스와 계속 함께 간다면 이 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1루수 자리에는 문상철(28)을 써보려고 한다. 100타석까지는 보고 싶다. 홈런을 치는 걸 보면 타격 재능은 있는 선수다. 문상철이 1루에 자리를 잡아주는 게 팀으로서도 가장 좋은 시나리오"라고 설명했습니다. 문상철은 2017년 퓨처스리그(2군)에서 타율 .339, 36홈런, 101타점을 기록하면서 '2군 본즈' 위용을 자랑했지만 (이런 선수가 흔히 그런 것처럼) 수비에 약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상무에서 뛰던 2017년 프로야구 2군 역사상 최다 홈런 기록(36개)을 세운 문상철. KT 제공


KT는 29일 삼성과 올 시즌 마지막 경기를 치른 뒤 다음달 18일 대만 가오슝(高雄)에서 마무리 훈련 캠프를 차립니다. 이 감독은 "아주 베테랑 선수를 빼고는 모두 마무리 캠프에 참가한다"면서 "사흘에 한 번씩 현지 팀과 실전을 치를 것이다. 훈련 때 모습과 실전 때 모습이 다른 선수가 많다. 실전형 선수를 골라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내년 캠프 때도 무한경쟁보다는 올해 만든 선수들 위주로 팀을 만들어 갈 것이다. 경험을 무시할 수 없다. 우리가 지켜보며 선택한 선수들이니 믿어보려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대신 외국인 선수는 교체 카드는 꺼낼까 말까 고민하는 중입니다. 이 감독은 "지금도 좋고, 잘하고 있다. 그래도 내년에 더 높은 순위를 바란다면 더 좋은 선수가 있을 때 데려와야 하지 않겠나"하고 말했습니다.




댓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