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규(34·사진)가 그라운드로 돌아옵니다.
프로야구 한화는 "이용규의 징계를 1일부로 해제한다"고 31일 발표했습니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이용규는 2+1년 동안 26억 원을 받는 조건으로 원래 뛰던 한화에 남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한용덕 감독과 만나 트레이드를 요청했습니다. 구단에서 이를 거부하자 이용규는 언론을 통해 이 내용을 알리면서 구단과 감정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결국 한화는 "트레이드 요청 방법과 시기 등이 부적절하고 팀의 질서와 기강은 물론 프로야구 전체 품위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면서 3월 22일 이용규에게 무기한 참가 활동 정지 처분을 내렸습니다.
한화는 162일 만에 징계를 해제하면서 "이용규가 자숙하며 진심 어린 반성을 해왔고, 팀에 헌신하겠다는 뜻을 지속해서 밝혀온 점을 참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또 국가대표 테이블세터로 활약하는 등 한국 야구에 기여한 부분이 적지 않은 선수이기 때문에 대승적인 차원에서 선수를 포용하기로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용규는 3일 육성군에 합류하며 시즌이 끝난 뒤에는 1군 마무리 캠프에 참가할 예정입니다.
이용규는 지난해 전체 575타석 중 567타석(98.6%)을 중견수로 소화하면서 .293/.379/.332를 기록했습니다. OPS(출루율+장타력)는 .711이었습니다.
지난해 중견수 평균 타격 라인은 .298/.364/.447로 OPS+를 계산하면 이용규는 89에 해당합니다. 리그 평균보다 11% 떨어지는 성적을 남겼던 것.
30일 현재 올해 한화에서 중견수로 출전한 선수들 타격라인은 .234/.295/.359입니다. 마찬가지로 OPS+를 계산하면 92에 해당합니다. 리그 평균보다 8% 떨어지는 성적입니다. 이용규가 뛰던 지난해보다 올해 중견수 자리 생산력이 올라간 셈입니다.
문제는 이 성적이 외국인 타자 호잉(30)을 갈아 넣어 끌어올린 성적이라는 점입니다. 호잉은 우익수로 출전한 263타석에서 .309/.366/.483를 기록한 반면 중견수로 나선 247타석에서는 .265/.320/.447에 그쳤습니다.
좌익수 자리도 문제입니다. 올해 한화에서 좌익수로 출전한 선수가 남긴 타격 라인은 .227/.298/.301로 OPS+ 79를 기록하는 데 그쳤습니다. 그나마 고무적인 건 원래 얼굴 1툴 선수였던 장진혁(26)이 후반기 들어 좌익수로 나섰을 때 .340/.407/.404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
사실 이제 와서 이용규가 1군 경기에 출전하는 건 별 의미 없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년에 이용규가 돌아오면 한화가 외야 살림을 꾸려가는 데 큰 도움을 얻게 될까요? 지금까지 드러난 기록으로는 별로 그럴 것 같지 않습니다. 내년에 이용규가 한살 더 먹는다는 점까지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물론 영원히 선수 목숨을 끊겠다는 생각이 아니었으면 언제라도 징계를 풀기는 풀어야 했을 터. 기왕이면 성적이 좋을 때 풀었으면 (그리고 팀에서 어떤 식으로든 내보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이번 징계 해제는 어쩐지 이도저도 아닌 모양새로 끝나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이용규와 한 감독 가운데 누가 이겼는지 따져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확실히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