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11회말 나온 이천웅(31·사진)의 밀어내기 볼넷을 발판 삼아 6연승으로 4월 일정을 마감하게 됐습니다. 이천웅은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안방 경기에서 9-9 동점이던 연장 11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서 KT 일곱 번째 투수 전유수(33)를 상대로 풀 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얻어내며 팀에 승리를 안겼습니다.
LG는 이로써 최근 6연승을 기록하며 19승 11패(승률 .633)로 시즌 첫 30경기를 소화했습니다. LG가 시즌 첫 30경기에서 19승 이상을 기록한 건 1994년(20승 10패), 1997년(19승 11패)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LG는 앞선 두 해 모두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그렇다면 올해도 한국시리즈 진출을 꿈꿔도 좋을까요?
사실 범위를 18승으로 넓히면 LG는 지난해와 2017년 모두 승률 .600(18승 12패)으로 시즌 서른한 번째 경기를 맞이했지만 시즌이 끝났을 때 2017년에는 6위, 지난해에는 8위였습니다. 호사가들은 이를 'DTD 저주'라고 부릅니다.
DTD는 2005년 현대 지휘봉을 잡고 있던 김재박 감독이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고 인터뷰한 내용을 'Down Team is Down'이라고 엉터리로 번역한 데서 유래한 표현. 원래 '내려갈 팀'으로 꼽은 건 롯데였지만 김 감독이 LG에 부임한 2007년 이후 팀이 DTD를 경험하는 상황이 자주 나오면서 LG를 상징하는 표현처럼 굳어졌습니다.
프로야구가 10개 구단 체제가 된 2015년 이후 지난해까지 4년간 LG는 272승 8무 296패(승률 .479)를 기록했습니다. 프로야구 10개 구단 가운데 8위에 해당하는 성적입니다.
이 성적을 월별로 뜯어 보면 왜 LG가 'DTD 콤플렉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LG는 이 4년간 3, 4월에 승률 .543(57승 48패)으로 10개 구단 가운데 세 번째로 좋은 성적을 거두지만 5월이 되면 승률이 .433(42승 2무 55패)까지 떨어집니다. 5월 승률이 LG보다 낮은 건 막내 구단 KT뿐입니다. KT는 5월에 34승 2무 65패로 승률 .343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고 할 만한 요소가 적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투수력이 안정적입니다. LG는 4월 마지막날 현재 팀 평균자책점 2.68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부문 2위 두산(3.20)과 비교해도 적지 않은 차이.
LG 선발진을 이끌고 있는 윌슨(30)은 4월 내내 장타를 하나도 허용하지 않으면서 47과 3분의 2이닝을 평균자책점 0.57로 막았습니다. 윌슨이 장타를 내준 건 3월 29일 안방 롯데전에서 3회 아수아헤(28)에게 2루타를 내준 게 마지막입니다.
6경기 선발로 나선 차우찬(32)도 평균자책점 1.50(3위)을 기록하며 4승 무패를 기록 중이고, 켈리(30) 역시 2.49에 4승 1패입니다. LG 1~3 선발을 차례로 만나야 하는 팀이라면 싹쓸이 패배를 염려해야 하는 수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LG 구원진 평균 자책점은 2.32로 선발진(2.93)보다 더 좋습니다. 사실 굳이 차이를 두자면 선발진 평균차책점은 SK(2.92)가 LG보다 더 좋습니다.
서울고를 졸업하고 올해 입단한 사이드암 투수 정우영(19·사진)은 상대타자를 OPS(출루율+장타력) .444로 막으면서 평균자책점 0.81을 기록 중입니다. 참고로 윌슨 상대 OPS가 .442니까 정우영도 윌슨만큼 매서운 구위를 자랑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고우석(21)도 9이닝당 탈삼진 10.13개를 기록하면서 허리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진 마무리 투수 정찬헌(29)의 빈자리를 아예 지우고 있는 상황. 고우석은 볼넷도 9이닝당 5.79개로 많은 게 흠이지만 시속 150㎞를 우습게 찍는 빠른 공을 앞세워 타율 .185로 상대 타자를 막아내고 있습니다.
왼손 투수 이우찬(27·개명 전 이영재)도 필승 카드로 빼놓을 수 없는 자원입니다. 이우찬은 왼손 타자를 OPS .245로 막아내는 중입니다. 타율이 아니라 OPS가 .245입니다. 타율은 .083(24타수 2안타)밖에 되지 않습니다. 단, 시간이 흐를수록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는 건 보완해야 할 대목.
이들과 배터리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유강남(27)이 타석에서도 .270/.336/.530을 기록하며 6홈런, 16타점으로 팀 공격을 이끌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이 홈런 중 4개를 삼성을 상대로 쏘아올렸다는 것. 유강남은 삼섬을 상대로 .467/.500/1.400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사실 현재 LG에서 OPS 0.8 이상을 기록 중인 건 유강남(.866)과 이천웅(.817)뿐입니다. 팀 OPS는 .708로 8위.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아직 올아올 선수가 남아 있다는 뜻. 다른 선수는 몰라도 지난해까지 통산 OPS .906을 기록한 김현수(31)는 현재 기록(.788)보다 OPS를 끌어 올릴 확률이 높습니다.
과연 LG 팀 역사는 올해 5월을 어떻게 기록할까요?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관례적으로 어린이날(5월 5일)이 들어간 3연전 때는 LG-두산 경기를 편성합니다. 그리고 이 3연전이 DTD 시발점이 되는 일이 많습니다. LG는 지난해에도 어린이날 3연전 때 두산에 싹쓸이 패배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LG로서 다행스러운 건 5월 3~5일 열리는 올해 어린이날 시리즈 때 LG는 윌슨 - 켈리 - 차우찬을 모두 가동할 수 있는 로테이션이라는 것. 과연 LG가 지난해 패배를 되갚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