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2020 프로야구 2차 신인 지명회의가 끝난 뒤 지명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장면. 한국야구위원회(KBO) 제공


프로야구에서 다시 신인 선수 지명권을 트레이드할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프로야구 10개 구단 사장단은 27, 28일 강원 속초시에 모여 1박 2일 워크숍 형태로 올해 한국야구위원회(KBO) 제5차 이사회를 진행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건 신인 선수 지명권을 최대 2장까지 트레이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입니다. 현재 KBO는 야구 규약 제115조를 통해 신인 선수 계약을 양도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제115조 [선수계약의 양도금지] 구단은 자신이 지명한 신인선수와 체결한 선수계약을 당해 선수계약을 체결한 날로부터 1년 동안 다른 구단에 양도할 수 없다. 다만, 선수와 선수를 교환하는 방식에 의한 선수계약의 양도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처음 이 규정을 만든 건 마일영(38) 때문이었습니다. 마일영은 2000년 신인 선수 2차 지명회의(드래프트) 때 전체 1순위로 쌍방울에서 지명을 받았습니다. 재정난에 시달리던 쌍방울은 트레이드 즉시 현금 3억 원을 받는 조건으로 마일영을 현대로 트레이드했습니다. 실제로 현대가 2차 1순위 지명권을 사용한 결과가 됐던 셈입니다.


이 상황에 대해 신인 드래프트 역사를 소개하고 있는 블로그 '최형석이 야구 이야기'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지명권 트레이드라는 것이 과거부터 종종 있어왔던 일이긴 한데 마일영의 케이스가 문제가 된 것은 사전에 조율된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이뤄졌다는 점. 그리고 쌍방울은 당시 팀의 존폐가 불투명할 정도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미 그 이전에 김기태, 김현욱, 박경완 등 주요 선수들을 현금을 받고 다른 팀에 보낸 일에 이어 전체 1번 선수까지 재정확보를 위해 팔아버리자 이러한 사례가 재발될 경우 프로야구 각팀의 전력불균형이 심각해질 것을 우려, KBO는 이번 사례는 인정하되 향후 지명권 트레이드 자체를 금지시키는 규정을 만듭니다.


이제 이 제한이 풀리기 때문에 하위권 팀은 빠른 순번으로 뽑은 유망주를 내주고 상대팀에서 즉시전력감을 받아올 수 있게 됐습니다. 단, 앞으로도 현금을 주고 지명권을 받아오는 방식은 금지 대상입니다. 또 지명권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신인 선수 역시 1년간 현금을 받고 다른 팀에 보낼 수 없습니다.



2009년 두산에서 뛰었던 외국인 투수 세데뇨(36). 동아일보DB


프로야구 사장단은 이 자리에서 외국인 선수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습니다. 큰 방향은 샐러리캡(연봉 총액 상한제)과 육성형 외국인 선수 제도를 도입하는 것. 아직은 검토 단계로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 건 아닙니다.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니퍼트법'에 대한 논의가 빠졌다는 것. 일정 기간 한국 무대에서 뛰었다면 외국인 선수 제한을 풀어주는 방안을 고민했다면 좋았을 것이란 뜻입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외국인 선수가 8년 동안 뛰어서 FA 자격 취득에 성공하면 외국인 선수 보유 쿼터에서 빠집니다. 예를 들어 2010년부터 한신(阪神)에서 뛰고 있는 랜디 메신저(38)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스켓토(助っ人)가 아니라 일본 선수로 대우를 받습니다.


니퍼트(38) 역시 2011년부터 한국 프로야구 무대에서 뛰었지만 KBO 규약상 외국인 선수는 단년 계약이 원칙이기 때문에 계속 외국인 쿼터에 묶여 있어야 했습니다. 만약 한국 프로야구에도 일본 같은 제도가 있었다면 니퍼트는 커리어 마지막 시즌(2018년)에도 두산 유니폼을 입고 뛰었을지 모릅니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얻어 LG에 둥지를 튼 김민성의 넥센(현 키움) 시절 모습. 넥센 제공


외국인 선수 제도 이야기를 나눴는데 FA 이야기가 빠졌을 리 없겠죠? 이 역시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일단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와 논의해 올해 안에 제도를 바꾸자는 데는 뜻을 모았습니다.


FA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11월에 열리는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 겸 도쿄(東京)올림픽 예선전에서 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따내면 대표 선수에게 FA 등록일수 30일을 더 주기로 한 겁니다.


김민성(31)은 2010년 롯데에서 넥센으로 트레이드 되는 과정에서 KBO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 탓에 FA 등록일수가 딱 하루 모자라 FA 자격 취득을 1년 미뤄야 했습니다. 대표팀에 뽑혀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붙지만 30일을 추가로 얻을 수 있다는 건 적지 않은 혜택일 수 있습니다.


KBO 이사회는 이와 함께 2연전 일정을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지금까지는 혹서기에 2연전을 치르느라 이동이 잦아 체력 소모가 크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프로야구 사장단은 그밖에 독립리그, 대학리그, 프로 3군 리그를 통합해 새로운 리그를 창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퓨쳐스리그(2군) 경기 숫자를 늘리는 방안 역시 검토 대상입니다. 이들은 또 도핑(약물을 써서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행위) 적발 선수에 대한 제재도 강화하기로 뜻을 모으고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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