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출신 복싱 선수 우고 산틸리안(23·아르헨티나·사진)이 경기 도중 입은 뇌 손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막심 다다쉐프(29·러시아)가 같은 이유로 세상을 떠난 지 이틀 만입니다.
뉴욕타임스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아구도스 산 펠리페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치료 중이던 산틸리안이 사망 판정을 받았다고 25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다이너마이트(Dinamita)'라는 별명으로 통했던 산틸리안은 20일 부에노스아이레스 인근 산니콜라스에서 에두아르도 아브레우(31·우루과이)와 세계복싱평의회(WBC) 슈퍼라이트급 남미 챔피언전을 치렀습니다. 이 경기는 무승부로 끝이 났습니다.
경기 마지막 라운드였던 10라운드 종료 공이 울릴 때까지만 산틸리안을 승리를 확신하면서 팬들에게 손을 흔들었습니다. 그러나 판정을 기다리는 동안 점점 의식을 잃기 시작해 결국 링 위에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산소호흡기를 들고 의료진이 링 위로 올라왔을 때는 이미 5분 넘는 시간이 흐른 다음이었습니다.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에 도착한 산틸리안은 뇌부종(腦浮腫·뇌가 부풀어 오른 상태) 진단을 받았고, 의료진은 개골 절개술을 실시했지만 끝내 의식을 되살리지는 했습니다.
이 병원 관상동맥집중치료실장 라울 퀴자노 박사는 "이 선수 아버지가 '경기가 끝나고 글러브를 벗을 때만 해도 아들은 정신이 멀쩡했다. 자기가 이긴 것 같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런데 갑자기 어지럽다고 하더니 쓰러졌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퀴자노 박사는 계속해 "뇌출혈 증상은 없었다"면서 "산틸리안이 우리가 두뇌 기형을 가지고 태어난 게 아니라면 경기 도중 상대 선수 주먹에 머리를 너무 많이 맞아서 뇌에 문제가 생겼다고 보는 게 가장 합리적인 추론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산틸리안은 2015년 프로 복싱 무대에 데뷔했으며 총 27경기에서 19승(8KO) 2무 6패를 기록했습니다.
사흘 만에 두 선수가 세상을 떠나자 전 세계 복싱계도 슬픔에 빠졌습니다. 복싱 프로모터 루 디벨라 씨는 "이번 사건은 용납할 수도 없고, 그냥 잊혀질 수도 있는 일도 아니다. 지켜보기가 너무 안타까웠다"면서 "우리 모두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고 트위터에 남겼습니다.
#RIPHugoSantillan...This is unacceptable, HAUNTING, and sickening to watch. Truly, I don’t want to board an airplane right now to go to a #boxing show. This has been a terrible week. As a sport/industry, we have to look in the mirror....I have to look in the mirror... https://t.co/98YKrmgRzd
— Lou DiBella (@loudibella) July 25, 2019
WBC는 이날 성명을 통해 "우고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습니다. 저 역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