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황제도 흙신 앞에서는 그저 인간일 뿐이었습니다. '흙신' 라파엘 나달(33·스페인·세계랭킹 2위)이 '테니스 황제' 로저 페러더(38·스위스·3위)를 물리치고 개인 통산 12번째 프랑스 오픈 테니스 대회 결승 티켓을 차지했습니다.
이 대회 3년 연속 우승을 노리는 나달은 7일(현지시간) 바람이 몰아치는 프랑스 파리 스타드 롤랑 가로스에서 열린 남자 단식 준결승전에서 페더러를 상대로 3-0(6-3, 6-4, 6-2) 완승을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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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oublefault28 (@doublefault28) June 7, 2019
나달은 이어 열리는 노바크 조코비치(32·세르비아·1위)-도미니크 팀(26·오스트리아·4위) 경기 승자와 9일 결승전을 치릅니다.
두 사람이 맞대결을 벌인 건 이날이 서른 아홉 번째. 이 경기 전까지 상대 전적에서는 나달이 23승 15패(승률 .605)로 앞선 상태였지만 승리를 장담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2014년 호주 오픈 준결승에서 3-0으로 승리한 뒤 여섯 경기 연속으로 페더러에 패하고 있었기 때문.
그래도 나달히 믿을 만한 구석이 있다면 프랑스 오픈에서는 다섯 번 맞붙어 한 번도 페더러에게 패하지 않았다는 것. 나달은 2011년 결승전 이후 프랑스 오픈에서 처음 맞대결을 치른 이날도 3-0 완승을 거두면서 이 대회에서 페더러를 상대로 6전 전승을 기록하게 됐습니다. 클레이코트 맞대결 성적 역시 14승 2패로 나달의 우위.
코트 | 나달 | 페더러 | 승률 |
하드 | 9 | 11 | .450 |
잔디 | 1 | 2 | .333 |
클레이 | 14 | 2 | .875 |
합계 | 24 | 15 | .615 |
'흙신'이라는 별명이 무색하게 나달은 이번 클레이 코트 시즌 별 재미를 보지 못했습니다. 몬테카클로 마스터스, 바르셀로나 오픈, 마드리드 오픈 3개 대회 모두 준결승에서 탈락했고, 프랑스 오픈 직전에 열린 이탈리아 오픈에서 겨우 우승 트로피 하나를 더했을 뿐입니다. 사실 이번 시즌 내내 나달이 우승한 대회는 이탈리아 오픈이 전부입니다.
나달의 코치를 맡고 있는 전 랭킹 1위 카를로스 모야(43)는 "기량이 아니라 마음가짐이 문제였다. 이번 시즌 내내 나달은 부정성(negativity)이라는 유령과 싸웠다"면서 "마음을 툭 터놓고 이야기를 하면서 나쁜 생각을 없애주려 노력했고 점점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나달은 페더러를 꺾으면서 최근 11연승을 기록하게 됐습니다. 나달은 프랑스 오픈에서 92승 2패(승률 .979)를 기록 중인데 준결승은 물론 결승에서도 아직 한 번도 패하지 않았습니다. 나달이 올해 생애 12번째 우승을 차지하면 통산 우승 횟수(18번)에서도 페더러가 보유 중인 그랜드 슬램 최다 우승 기록(20번)에도 두 번 차이로 접근하게 됩니다.
대회 시작 전 기권한 2016년 대회를 포함해 4년 만에 프랑스 오픈에 출전한 페더러는 결승 진출에 실패하면서 이번 대회서 프로 선수 생활 처음으로 성(姓)이 알파벳 O로 시작하는 선수 상대 승리를 기록한 걸로 위안을 삼게 됐습니다. 페더러는 왼쪽 무릎 보호 차원에서 2017년과 지난해(2018년)에는 클레이 코트 시즌에는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습니다. 페더러가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한 건 지난해 호주 오픈이 마지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