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앞으로도 수원에서 서재덕(29·한국전력·사진)이 포효하는 장면을 볼 수 있게 될까요?


프로배구 남자부 한국전력은 3일 수원체육관에서 대한항공을 상대로 2018~2019 도드람 V리그 마지막 안방 경기를 치렀습니다.


한국전력은 경기가 끝난 뒤 이번 시즌이 끝나고 입대하는 서재덕이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넬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서재덕은 사회복무요원으로 2년 2개월간 복무하기 때문에 최소 두 시즌 동안 코트를 떠날 예정입니다.


물론 서재덕이 다시 (안방) 코트 위에서 다시 포효하는 모습을 볼 확률은 100%에 수렴합니다. 관건은 그 안방 코트가 어디냐 하는 것. 한국전력 연고지 문제가 4년 만에 다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광주에서 다시 한국전력 유치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겁니다. 



한국전력은 프로배구 출범 후 첫 두 시즌 동안 경남 마산시(현 창원시)를 연고지로 삼다가 2006~2007 시즌부터 경기 수원시로 둥지를 옮겼습니다. 그 뒤로 수원에서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었지만 모(母)회사인 한국전력공사가 2014년 광주전남혁신도시(전남 나주시)로 본사를 이전하면서 광주시에서 한국전력에 구애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전력은 결국 수원 잔류를 선택했습니다. 제일 큰 이유는 광주시에서 전용 체육관을 마련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 당시 한국전력과 수원시는 연고지 계약을 3년 연장했는데 이 계약이 다음달 끝납니다. 광주시로서는 다시 기회를 맞이한 것.


이용섭 광주시장(사진)은 새해를 맞아 열린 광주시청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한국전력이 혁신도시에 둥지를 틀었지만 지역민들 사이에선 '우리 한전'이란 말이 나오지 않고 있다. 한국전력이 자리한 혁신도시가 지역과 괴리가 있는 것처럼 느끼기 때문이다"고 전제한 뒤 "이를 해소하는 방안 중 하나로 한국전력 배구단의 연고지를 수원에서 광주로 이전하면 지역민과 한국전력이 스포츠를 통한 동질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시장이 이 정도 목소리를 내는 사안이라면 밑에서도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을 게 당연한 일. 광주시는 지난달 19일 "체육진흥과 주무관 등을 수원으로 보내 한전 배구단의 홈경기장인 수원실내체육관의 실태와 관중의 수요 등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광주시는 이와 함께 약 89억 원을 들여 염주체육관 개·보수 작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광주시가 얼마나 한국전력을 원하는지는 전갑수 광주배구협회장 인터뷰를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전 회장은 전남일보 인터뷰에서 "한 시즌 36경기 중 절반만이라도 광주에서 개최하는 방식의 연고지 이전 방안을 한국전력 배구단 측에 제안하려 한다"고 밝혔습니다.


광주시가 이렇게 열심히 뛰는데 수원시라고 가만히 있을 리가 없습니다. 수원시에서도 이미 한국전력에 연고지 재계약 의향서를 보낸 상태입니다.


한국전력은 아직은 원론적인 자세. 이 팀 관계자는 "지금은 시즌 중이라 의견을 밝히기가 곤란하다. 시즌이 끝나야 본격적으로 협의를 진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전력이 팀을 어떤 방향으로 운영하겠다고 생각하고 있는지에 따라 더 나은 연고 도시가 따로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공기업 팀'으로 남겠다면 광주로 연고지를 옮기는 게 맞습니다. 정보공개포털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한국전력은 어차피 '동원 관중'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니 광주로 옮기면 확실히 관중 유치에는 유리할 겁니다. 모기업 본사를 따라 경북 김천시로 연고지를 옮긴 여자부 한국도로공사가 성공을 거둔 (것처럼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거꾸로 진짜 '프로 팀'이 되고 싶다면 수원에 남아야 합니다. 한국전력을 포함해 남자부 7개 팀 가운데 5개 팀이 수도권에 자리잡고 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일 테니까요. 실제로 한국전력이 2016년에 수원과 재계약을 선택한 이유 가운데 하나도 '다른 팀이 대부분 수도권에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과연 한국전력은 어떤 도시를 선택할까요? 어느 쪽을 선택하든 한국전력이 얻을 수 있는 건 최대한 얻어냈으면 좋겠습니다. 뭔가 한 팀만 늘 짠한 느낌을 주는 리그는 성공하기 어려운 게 당연한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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