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프로배구 남자부 한국전력 연고지를 두고 경기 수원시와 광주시가 힘 겨루기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전력은 프로배구 출범 후 1.5 시즌 동안(원년 시즌인 2005시즌, 그 다음이 2005~2006 시즌) 동안 경남 창원시(당시는 마산)를 연고지로 삼다가 2006~2007 시즌부터 현재 수원실내체육관으로 둥지를 옮겼습니다. 


그 뒤로 별탈 없이 수원에서 잘 지내고 있었는데 모(母)회사인 한국전력공사가 전남 나주시로 주소가 돼 있는 광주전남혁신도시로 본사를 옮기면서 광주에서 배구단을 탐내기 시작했습니다. 수원시하고 맺은 계약이 올 시즌(내년 4월)으로 끝나는 것도 광주로서는 호재. 실제로 한국전력 관계자들이 광주를 찾아 훈련장과 숙소 부지, 체육관 시설을 등을 점검하기도 했습니다. 


광주시 관계자는 "(지역 연고팀 중) 겨울 스포츠가 없어 프로배구 팀 유치를 추진하고 있지만 현재 시즌이 시작됐고 수원시 등의 입장도 고려 할 수밖에 없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며 "시즌이 종료되면 한국전력 관계자들과 다시 만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수원에서는 염태영 시장이 직접 구애에 나섰습니다. 염 시장은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한국전력을 본사 소재지로 이전시키려고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프로 스포츠 팀이 정치나 외부 영향으로 연고지를 옮기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어 "한국전력의 지난 시즌 18차례 안방 경기 중 4차례나 만원관중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7개 구단 평균 관중 숫자보다 경기당 1000명이 더 입장할 정도로 수원시민들이 한국전력에 큰 사랑을 보내고 있다"며 "열심히 시즌에 임하고 있는 한국전력 선수단과 이에 적극적인 성원을 보내고 있는 수원시민을 자극하는 행위를 더 이상 하지 말아 달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여자부 현대건설에 대한 논의가 없다는 게 저로서는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현대건설도 프로 출범 뒤 한국전력하고 똑같은 패턴으로 연고지를 옮겼습니다. 만약 한국전력이 정말 광주로 연고지를 옮기게 된다면 인구 100만이 넘는 시장에 여자부 팀 하나만 남게 되는 셈이죠. 그러면 수원시로 연고지를 옮기겠다는 남자부 팀이 나오게 될지도 관심 거리입니다.


물론 현대건설이 한국전력을 따라서 광주로 연고를 옮기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현재 수원 인근 경기 화성시에 둥지를 틀고 있는 IBK기업은행이 옮겨오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겁니다. 실제로 IBK는 2010년 창단 과정에서 현대건설하고 같이 수원을 공동 연고로 쓰게 해달라고 요청했던 적이 있습니다. 현재 숙소도 수원체육관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고 말입니다.


프로야구가 한국 대표 프로 스포츠로 자리 잡은 데는 강력한 연고주의가 한몫했다는 건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는 사실. 그래서 연고지를 자주 옮기는 데는 반대지만 어차피 공기업을 모기업으로 삼고 있는 팀으로서는 본사를 따라가는 것도 아주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내년 시즌 한국전력 안방은 어디가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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