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한문으로는 태산명동(泰山鳴動)에 서일필(鼠一匹), 영어로는 'all cry and no wool'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말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었습니다.


노바크 조코비치(32·세르비아·세계랭킹 1위·사진)와 라파엘 나달(33·스페인·2위)이 맞붙은 2012년 호주 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결승전은 5시간 53분이 지나서야 조코비치의 3-2(5-7, 6-4, 6-2, 6-7, 7-5) 승리로 끝이 났습니다. 5시간 53분은 지금까지도 메이저 대회 결승전 사상 최장 경기 시간 기록입니다.


이로부터 7년이 지나 같은 대회 결승전에서 조코비치가 나달을 물리치는 데는 2시간 4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조코비치는 27일(이하 현지시간) 호주 멜버른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나달에 3-0(6-3, 6-2, 6-3) 완승을 기록했습니다.



이날 전까지 두 선수가 메이저 대회 결승전에서 만난 건 모두 일곱 번(4승 3패로 나달 우위). 이 가운데 3-0 경기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나달이 메이저 대회 결승전에서 패한 것 역시 일곱 번이었는데 이번에도 0-3 패배는 한 번도 없던 일입니다.


게다가 나달은 준결승전까지 이번 대회 여섯 경기에서 모두 3-0 승리를 거뒀던 상황. 그래서 0-3 패배가 더욱 낯설 수밖에 없습니다. 나달은 "조코비치가 빨라도 너무 빨랐다(He was super quick). 정말 믿을 수 없을 만큼 잘 치더라"면서 패배를 받아들였습니다.



이날 승리로 조코비치는 2016년 이후 3년 만이자 통산 일곱 번째 호주 오픈 정상을 차지했습니다. 이 대회 정상에 일곱 번 오른 남자 선수는 조코비치가 처음입니다. 그 전까지는 조코비치, 로이 에머슨(83·호주), 로저 페더러(38·스위스·3위)가 6회 우승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습니다.


조코비치는 이번 우승으로 개인 통산 메이저 대회 단식 우승 횟수를 15회(호주 오픈 7회, 프랑스 오픈 1회, 윔블던 4회, US 오픈 3회)로 늘리면서 자기 우상이던 피트 샘프러스(48·미국)를 넘어섰습니다. 이제 조코비치보다 메이저 대회 우승이 많은 건 페더러(20회)와 나달(17회)뿐입니다. 


조코비치는 또 이번 우승으로 지난해 윔블던부터 메이저 대회 3개 연속 우승도 차지하게 됐습니다. 남녀 선수를 통틀어 이런 기록을 남긴 건 역시 조코비치 본인이 2015년 윔블던부터 2016년 프랑스 오픈까지 4개 대회 연속 우승('노바크 슬램')을 차지한 뒤 이번이 처음입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조코비치는 2011년 윔블던부터 2012년 호주 오픈 때까지도 3연속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습니다. 국제테니스연맹(ITF)에 따르면 이렇게 메이저 3개 대회 연속 우승을 세 번 이상 기록한 남자 선수는 조코비치가 처음입니다.



조코치비는 "딱 12개월 전에 수술을 받았다. 이 자리에 다시 서기까지 정말 긴 여정이었다"며 "내가 정말 사랑하는 스포츠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됐다는 건 정말 특별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제 관전 포인트는 과연 조코비치가 올해 프랑스 오픈에서 우승할 수 있느냐 하는 것. 만약 조코비치가 이 대회에서 우승한다면 1969년 로드 레이버(81·호주) 이후 처음으로 한 해에 4개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우승하는 '캘린더 그랜드 슬램'에 성공한다고 해도 놀랄 일이 아닙니다.


프랑스 오픈 정상으로 가는 길에서 마주할 가장 강한 상대는 역시 '클레이 코트 신(神)' 나달입니다. 프랑스 오픈 맞대결 성적에서는 나달이 6승 1패로 우위지만, 이번 호주 오픈 결승전을 포함해 최근 맞대결 11번에서는 조코비치가 9승 2패로 앞선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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