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피츠버그 지역 메이저리그 해설위원으로 일하던 스티브 블래스(76·사진)가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스티브 블래스 신드롬' 때문에 32세였던 1974년 은퇴한 블래스는 1986년부터 풀타임 TV 해설위원으로 일했습니다.


블래스는 16일(이하 현지시간) 피츠버그 안방 PNC파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난 60년간 장미꽃밭을 스쳐 지나기만 했다. 이제 멈춰서 장미 향기를 맡을 때가 됐다(stop and smell the roses)"고 말했습니다. 비틀즈 드러머 출신 링고 스타(79)가 1981년 발표한 앨범 제목이기도 한 'stop and smell the roses'는 '여유를 갖는다'는 뜻입니다.


60년 이야기가 나온 건 그가 1960년 6월 27일 피츠버그 구단과 첫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을 때로부터 60년이 흘렀기 때문. 오른손 투수였던 블라스는 이로부터 4년 가까이 지난 1964년 5월 10일 안방 경기에서 밀워키(현 애틀랜타)를 상대로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빅리그 데뷔 첫 해 최종 성적은 5승 8패 평균자책점 4.04.


1965년을 마이너리그 AAA에서 보낸 블라스는 1965년 13승(11패)을 기록하면서 메이저리그 안착했고 1972년까지 7시즌 동안 95승(연평균 13.6승)을 기록했습니다. 1971년 월드시리즈 때는 3차전7차전에서 완투승을 기록하면서 피츠버그가 볼티모어를 꺾고 월드시리즈 정상을 차지하는 데 앞장섰습니다.



문제가 생긴 건 1973년이었습니다. 블래스는 88과 3분의 2이닝을 던지는 동안 볼넷을 84개 내줬습니다. 여기에 몸에 맞는 공도 12개를 기록했습니다. 9이닝당 사사구가 9.7개에 달했던 겁니다. 평균자책점도 9.85까지 올랐습니다. 전년도(1972년) 19승을 기록하며 스티브 칼튼(75·당시 필라델피아)에 이어 사이영상 투표에서 2위를 차지했던 선수라고는 보기 힘든 투구 내용이었습니다.


1974년에는 4월 17일 경기에서 팀이 4-10으로 뒤진 4회말 구원 등판해 5이닝 동안 볼넷 7개를 내주면서 5실점했습니다. 이 경기를 마지막으로 하릴없이 마이너리그로 내려간 블래스는 제구력을 되찾으려 애썼지만 이해 마이너리그에서도 9이닝당 볼넷을 12.6개 내주고 말았습니다. 블래스는 결국 은퇴를 선택했습니다.


미국 시사지 뉴요커는 1975년 6월 23일자에 블래스가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소개하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그 뒤로 야구계에서는 야구 선수가 별다른 이유 없이 갑자기 제구력 난조를 겪을 때 '(스티브) 블래스 신드롬' 또는 '블래스 병(disease)'이라는 표현을 널리 쓰게 됐습니다.


블래스는 "그 2년이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 그러나 팀과 팬 모두 내게 아주 잘해줬다. 나는 그 일로 한 번도 야유를 받은 적도 없고, 부정적인 팬 메일을 받은 적도 없다. 구단에서는 내가 노력하는 한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했다. 정말 큰 힘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나도 제구력을 되찾으려고 모든 걸 다 시도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내가 마운드에 올라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면서 "그러던 어느날 새벽 4시에 나도 모르게 집 뒤뜰에서 하염없이 울고 있더라. 내가 다시 피츠버그 선수가 될 수 없다는 걸 실감했기 때문이었다"며 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블래스는 "나는 메이저리그에서 완투승 57번을 포함해 103승(76패)을 기록했다. 아주 자랑스러운 일이다"면서 "하지만 스스로 더욱 자랑스러운 건 76년을 살면서 2패밖에 기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 인생에서 74년은 좋았고 2년만 아주 나빴다. 이 정도면 충분하고"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 3루를 돌아 홈으로 간다. 마지막 90피트는 어떨지 궁금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한 팀에서만 60년을 보낸는 건 도대체 어떤 기분일까요? 아직 60년을 살아보지도 못했으니 짐작도 할 수 없는 일. 그래도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합니다. 제가 내셔널리그에서 피츠버그를 응원하는 건 제 응원팀 이름이 '태평양 돌핀스'였던 시절 자매구단이었기 때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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