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드 미노(20·세계랭킹 29위·사진)가 43년 묵은 호주 팬들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까요?
미노는 12일(이하 현지시간) 열린 2019 시드니 인터내셔널 결승전에서 안드레아스 세피(35·이탈리아·35위)를 2-0으로 꺾고 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 생애 첫 승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면서 14일 개막하는 호주 오픈에서도 주가가 올라간 상황.
사실 드 미노는 지난해에도 시드니 인터내셔널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관심을 불러모았지만 호주 오픈에서는 19번 시드를 받은 토마시 베르디흐(33·체코·57위)를 넘지 못하고 1회전에서 탈락했습니다.
그래도 '올해는 다르다'고 기대를 품을 수 있는 건 지난해 보여준 가파른 상승세 때문. 드 미노는 지난해 1월 1일 208위였던 세계랭킹을 31위까지 끌어올리면서 지난해를 마감했습니다.
그러면서 2016년 윔블던 주니어 준우승자 출신 드 미노는 현재 호주에서 랭킹이 가장 높은 테니스 선수가 됐습니다. 그러니 호주 테니스 팬들이 닉 키리오스(24)보다 드 미노에 더 큰 기대를 거는 게 놀랄 일은 아닙니다. 키리오스는 한때 랭킹 13위까지 올랐지만 현재 52위에 머물고 있는 상태.
또 1999년 2월 17일에 태어난 드 미노는 또 현재 랭킹 100위 안에 이름을 올린 선수 가운데 두 번째로 어리기도 합니다. 데니스 샤포발로프(20·캐나다·27위) 역시 1999년생이지만 생일이 4월 15일로 더 늦습니다.
Australians all let us rejoice
드 미노는 호주 시드니에서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운영하던 우루과이인 아버지와 그 가게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다 아버지와 결혼한 스페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드 미노가 다섯 살 때 가족은 스페인으로 거처를 옮겼고, 그 뒤로 드 미노는 스페인과 호주를 오가면서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드 미노는 그런 이유로 한때 스페인 국가대표로 나서기도 했지만 결국 호주 국적을 선택했습니다. 드 미노는 시드니모닝헤럴드 인터뷰에서 "나는 스페인을 좋아하는 것보다 훨씬 더 호주를 사랑했다(I loved Australia more then I liked Spain)"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호주 선수로서 그가 도전해야 하는 첫 번째 과제는 단연 호주 오픈 우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대회 남자 단식에서 호주 선수가 우승한 건 1976년 대회 때 마크 에드먼슨(65)이 마지막입니다. 에드먼슨 이후에도 1978년 존 마크스(67), 1980년 킴 워릭(67), 1987·1988년 팻 캐시(54) 그리고 2005년 레이튼 휴잇(37)이 결승전까지는 올라갔지만 모두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사실 나머지 3개 대회도 사실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휴잇이 2002년 윔블던에서 우승한 뒤 메이저 대회를 65번 더 치르는 동안 그 어떤 호주 남자 선수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습니다. 참고로 여자 단식에서는 서맨사 스토서(35·69위)가 2011년 US 오픈 정상을 차지했던 게 호주 선수가 마지막으로 메이저 대회 정상을 차지했던 기록입니다.
For we are young and free
영국은 이번 호주 오픈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한 앤디 머리(32·사진)가 2013년 대회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때까지 77년간 자국 출신 윔블던 남자 단식 우승자를 배출하지 못했었습니다.
머리는 2016년 또 한번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20대 (이하) 선수가 메이저 대회 타이틀을 따낸 건 현재까지 당시 머리가 마지막입니다. 그러니까 현재 20대 선수 가운데는 메이저 타이틀이 있는 선수가 하나도 없습니다.
현재 톱3로 꼽히는 노바크 조코비치(32·세르비아·1위), 라파엘 나달(33·스페인·2위), 로저 페더러(38·스위스·3위)는 모두 22세 이하에 메이저 챔피언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페더러는 22세였던 2003년 윔블던에서 정상에 올랐고, 조코비치는 21세였던 2008년 호주 오픈 챔피언입니다. 나달은 아예 10대(19세)였던 2005년 프랑스 오픈이 첫 우승 무대였습니다.
만약 드 미노가 올해 호주 오픈에서 우승하게 된다면 나달에 이어 14년 만에 처음으로 10대 챔피언 자리에 오를 수 있습니다. 두 선수 모두 승리를 이어간다면 드 미노와 나달은 이번 호주 오픈 3회전에서 맞대결을 벌이게 됩니다.
물론 드 미노가 아직 서른 살이 되지 않은 선수 가운데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알렉산더 츠베레프(22·독일·4위), 도미니크 팀(26·오스트리아·8위)처럼 톱3를 바짝 뒤쫓는 선수도 있기 때문. 아, 정현(23·한국체대·25위)이라고 '사고'를 치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과연 올해 호주 오픈에서는 메이저 대회 10번 만에 20대 (이하) 챔피언을 배출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