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배구에서 서브는 기본적으로 '서비스'입니다.


2018~2019 프로배구 도드람 V리그 남자부 경기에서 서브를 넣은 팀 득점으로 랠리가 끝난 비율은 32.1%. 거꾸로 67.9%는 서브를 받은 팀이 득점에 성공했습니다.


말하자면 서브는 상대팀에 0.7점을 서비스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꼭 서브 에이스가 아니더라도 자기 팀이 득점할 확률을 끌어올릴수록 좋은 서브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어떤 기록이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알아볼 때는 반대사례를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현재까지 한국전력은 자기 팀 서브로 랠리를 시작했을 때 득점에 성공한 경우가 26.8%밖에 되지 않습니다. 리그 최하위(7위) 기록.


이 부문 6위 KB손해보험이 30.0%라는 걸 고려하면 한국전력이 압도적인 꼴찌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한국전력이 괜히 15전 전패를 기록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거꾸로 이 부문 1위는 최다승(12승) 팀 현대캐피탈(35.4%)이고, 승점 1위 대한항공이 34.3%로 그 뒤를 쫓고 있습니다.


▌2018~2019 V리그 남자부 팀 서브 랠리 득점 성공률(12일 현재)

 선수  서브  팀 득점  비율
 현대캐피탈  1374  487  35.4%
 대한항공  1364  468  34.3%
 OK저축은행  1303  446  34.2%
 우리카드  1235  397  32.1%
 삼성화재  1404  444  31.6%
 KB손해보험  1287  386  30.0%
 한국전력  1254  336  26.8%


현대캐피탈에서 서브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선수는 역시 파다르(22·헝가리·첫 사진).


파다르는 현재까지 세트당 평균 서브 에이스 0.98개(역대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즌 전까지 역대 1위 기록이 0.83개(2015~2016 그로저), 2위 기록이 0.69개(지난 시즌 파다르)였으니까 올 시즌 파다르는 정말 무시무시한 페이스로 서브 득점을 올리고 있습니다.


서브 에이스에서 끝이 아닙니다.


파다르 서브 차례에서 현대캐피탈이 득점에 성공한 비율은 43.2%로 리그 평균보다 34.6% 높습니다. 올 시즌 서브를 3개 이상 넣은 선수 가운데 제일 좋은 기록입니다.


올 시즌 프로야구와 (단순무식하게) 비교하면  파다르는 타율 .385를 친 타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 실제 타율 1위 김현수(30·LG)는 .362를 쳤습니다.


그리고 이 부문 2위는… 


(사진을 보고 눈치채신 것처럼) 같은 팀 박주형입니다. 박주형 서브 때 현대캐피탈이 득점에 성공한 비율은 40.1%입니다.


그러면 박주형은 세트당 서브 에이스 기록이 어떻게 될까요?


0.15개가 전부입니다.


파다르와 박주형을 구분하는 건 역시 스파이크 서브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파다르는 현재까지 서브를 259개 시도했는데 이 중 기록원이 스파이크 서브라고 판단한 게 95.4%(247개)였습니다.


박주형은 이 비율이 4.3%(162개 중 7개)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대신 박주형은 상대 코트 오른쪽 네트 앞에 뚝 떨어지는 서브를 즐겨 구사합니다.


그러면 상대 리시버가 재빨리 달려와 이 서브를 정확하게 받아낸다고 해도 오른쪽 공격수는 활동 범위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V리그에서는 보통 외국인 선수가 오른쪽에서 공격합니다.


이 포스트 제목에 (2)가 붙은 건 2년 전 페이스북에 같은 야마(山)로 글을 쓴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도 박주형은 서브 차례 때 득점 성공률 36.9%로 같은 팀 문성민(32·34.3%)보다 기록이 좋았습니다. (이 시즌 최종 기록은 문성민 38.0%, 박주형 35.9%로 문성민이 더 높았습니다.)


▌2018~2019 V리그 남자부 개인 서브 랠리 득점 성공률(12일 현재)

 선수  구단  서브  팀 득점  비율
 파다르  현대캐피탈  259  111  42.9%
 박주형  현대캐피탈  162  65  40.1%
 조재성  OK저축은행  198  79  39.9%
 김정환  우리카드  105  41  39.0%
 정지석  대한항공  227  85  37.4%
 송명근  OK저축은행  129  48  37.2%
 박철우  삼성화재  247  91  36.8%
 이승원  현대캐피탈  112  41  36.6%
 가스파리니  대한항공  241  88  36.5%
 김형진  삼성화재  234  85  36.3%


세이버메트릭스(야구통계학)에서 '능력'과 '성과'를 구분하는 가장 일반적인 기준은 반복 가능성입니다. 어떤 선수가 어떤 성과를 꾸준히 낼 수 있다면 이를 능력이라고 보는 겁니다.


그리고 야구뿐 아니라 배구에서도 기록은 비키니처럼 많은 걸 보여주지만 다 보여주지는 못합니다.


박주형은 서브 에이스 기록이 다 보여주지 못하는 압도적인 서브 능력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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