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코치 집어 넣을까?"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주전 세터 이승원(25)이 흔들리자 작전 타임을 불러 이렇게 질책했습니다. 이렇게 불안한 세터를 믿느니 3년 전 은퇴한 세터 출신 송병일 코치(35)를 내보내는 게 낫겠다며 분발을 촉구한 것. '숙적' 삼성화재에 8-12로 끌려가던 21일 2018~2019 도드람 V리그 남자부 경기 4세트 도중이었습니다.
이승원은 "아니요"하고 답했지만 결국 11-16 상황에서 이원중(23)에게 자리를 내줘야 했습니다. 최 감독은 14-19 상황에서 타임 아웃을 불렀을 때도 이미 코트 바깥으로 나와 있던 이승원을 향해 "모든 선수들이 너 눈치 보는 거 알아? 너 안정 시키려고 아무 말도 못하고. 그래서 제대로 된 경기력이 나오겠니?"하고 말했습니다. (선수에게 자극을 주려고 일부러 TV 카메라 앞을 선택한 것도 분명히 있겠죠?)
현대캐피탈은 결국 30-28로 역전에 성공하면서 이날 경기에서 3-1 승리를 거뒀습니다. 단, 이승원은 이날 경기 끝까지 다시 코트를 밟지 못했습니다.
사실 팀 공격 성공률만 생각하면 굳이 이승원(사진 왼쪽) 대신 송 코치를 넣을 필요도 없습니다. 이원중(오른쪽)이 있으니까요. 동료가 서브를 어떻게 받아 띄우든 이원중이 공을 연결할 때 현대캐피탈 공격수가 득점할 확률이 더 높습니다. 자연스레 2단 토스까지 포함한 전체 공격 성공률 역시 이원중 쪽이 높습니다.
▌세터별 현대캐피탈 공격 성공률 (3라운드 종료 시점 기준)
세터 | 리시브 계속 | 리시브 정확 | 전체 세트 |
이승원 | 49.8% | 60.0% | 54.6% |
이원중 | 54.5% | 64.9% | 57.4% |
그렇다고 이원중이 상대 블로킹을 더 잘 벗기는 건 아닙니다. 상대 블로커가 없거나 1명인 상태로 동료가 공격하게 만든 비율은 이승원이 35.9%, 이원중이 33%로 오히려 이승원이 높습니다. 어떤 선수가 코트 위에 있을 때 '팀 득점 - 실점'으로 계산하는 +/- 기록 역시 이승원(+87·세트당 1.98)이 이원중(+72·세트당 1.8)보다 앞섭니다.
어떤 공격 유형을 선호하는지 살펴 봐도 이승원이 이원중에 뒤진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큰 틀에서는 별 차이가 없고, 굳이 따지자면 '느린 공격'에 가까운 오픈과 후위 공격은 이원중 쪽이 더 높으니까요.
요컨대 현재 시점에서는 이승원이 이원중보다 '능력이 뛰어난' 세터라고 할 수 있지만 이를 '성과'로는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 이유는 물론 결국 최 감독이 이야기한 것처럼 '안정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올 시즌 현대캐피탈이 '대업'을 이루려면 세터 문제는 반드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 챔피언 결정전 주전 세터로 나서 준우승 두 번에 만족해야 했던 이승원이 과연 환골탈태라는 걸 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