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롭 만프레드 메이저리그 커미셔너가 '또' 수비 시프트 제한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만프레드는 2013년 커미셔너 자리에 오르기 전부터 수비 시프트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천명했던 인물. 이번에는 메이저리그 경기위원회(competition committee)까지 지원 사격에 나섰습니다.


'디 어슬레틱'은 만프레드 커미녀서가 지난 달부터 수비 시프트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야구 규칙을 변경할 수 있도록 물밑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지난 달 구단주 회의 때 수비 시프트를 제한하는 문제를 논의했으며 경기위원회에서도 '강한' 동의 의사를 피력했다고 합니다. 


현재 야구 규칙에서 위치를 강제하고 있는 수비 포지션은 투수와 포수뿐입니다. 나머지 야수는 페어지역 안이라면 어느 곳에 있더라도 관계가 없습니다. 당연히 포지션별 위치 제한 같은 것도 없습니다.     


4.03 경기시작 때 또는 경기 중 볼 인 플레이가 될 때 포수를 제외한 모든 야수는 페어지역 안에 있어야 한다.

(a) 포수는 홈 플레이트 바로 뒤에 있어야 한다. 포수는 포구 또는 플레이를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그 자리를 떠나도 좋으나, 타자를 고의4구로 처리할 때는 공이 투수의 손에서 떠날 때까지 포수는 양발이 캐처스 박스 안에있어야 한다.

벌칙: 이를 위반하면 보크가 된다. (8.05(l) 참조)

(b) 투수는 타자에게 투구할 때 정규의 위치에 있어야 한다.

(c) 투수와 포수를 제외한 모든 야수는 페어지역 안이라면 어느 곳에 있어도 된다. 

[주] 투수가 타자에게 투구하기 전에 포수 이외의 야수가 파울지역으로 나가 있는 것은 이 항에서 금하고 있으나, 이것을 위반하였을 때의 벌칙은 없다.

심판원이 이와 같은 사태를 발견하였을 때는 즉시 경고하고 페어지역으로 돌려보낸 뒤 경기를 속행시켜야 하나, 만일 경고할 여유 없이 그대로 플레이가 이루어졌더라도 이 위반행위가 있었다 하여 모든 플레이를 무효로 하지는 않고, 그 반칙행위로 수비팀이 이익을 얻었다고 인정될 때만 그 플레이를 무효로 한다.

(d) 타자나 득점하려는 주자를 제외한 공격팀 선수는 볼 인 플레이 중에 포수 라인을 건너가서는 안 된다.

[주] 여기서 말하는 포수 라인이란 ‘캐처스 박스’를 표시한 라인을 말한다.


이런 이유로 수비 시프트를 제한하려면 아예 야구 규칙을 바꿔야 합니다. 만프레드 커미셔너가 제한하려는 건 아마도 2루 베이스를 기준으로 한 쪽에 내야수가 세 명 이상 위치하는 '풀 시프트'일 테니 이런 내용을 규칙에 담아야 하는 것. 


야구 규칙을 바꾸려면 메이저리그 선수 노동조합 동의가 필요합니다. 토니 클락 노조위원장은 "아직 선수들 사이에 시프트를 없애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에 대해 분명한 컨센서스가 있는 건 아니다"면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논의할 의사는 있다"고 밝혔습니다.


메이저리그 각 구단에서 시프트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건 이제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일. 인플레이 상황에 시프트를 적용한 비율은 2011년 2.4%에서 올해 33.2%까지 올랐습니다. 횟수로 따지면 2011년에는 2974번에서 올해 3만9362번으로 13배 이상 늘었습니다. 


만프레드 커미셔너 관점에서 시프트는 (땅볼) 안타를 잡아 먹고 사는 괴물입니다.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나온 땅볼 안타는 총 1만3213개로 1998년 30개 팀 체제를 구축한 뒤 최저 기록을 남겼습니다.


안타가 줄어들면서 타율도 내려갔습니다. 올해 메이저리그 평균 타율은 .248로 1972년(.244) 이후 가장 낮은 기록을 남겼습니다. 1972년은 메이저리그에 지명타자가 존재하지 않던 마지막 시즌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시프트 때문에 리그 평균 타율이 이렇게 내려갔을까요? 일단 타자가 홈런을 제외한 페어 타구를 날렸을 때 타율을 뜻하는 BABIP(Batting Average on Balls In Play)를 보면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는 숫자는 아니지만 시프트 상황 때 BABIP가 평균 .299로 아닐 때(.297)보다 더 높습니다.


관점에 따라서 시프트는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선택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단타를 맞더라도 장타를 내주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수비 팀에서 시프트를 활용하는 일도 많다는 것. 많은 메이저리그 타자도 함정을 잘 알고 있기에 시프트 상황에서도 자기 스윙을 그대로 가져가는 일이 많습니다. 타율을 끌어올리기보다 장타를 치는 쪽을 선택하는 것.


그래서 OPS(출루율+장타력) 역시 시프트 상황이 더 높습니다. 역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아니지만 시프트 상황이 .687로 아닐 때(.678)보다 평균 OPS가 더 높습니다.



그러니까 오히려 '과연 수비 시프트가 수비에 도움이 되느냐'를 따져야 하는 상황인 겁니다. 물론 이 기록은 '평균'이고 개인 기록을 살펴 보면 분명 시프트 때문에 애를 먹는 타자들이 있습니다. 또 시프트를 활용할 때는 '언제'도 아주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리그 전체적으로 보면 시프트가 공격력을 크게 죽이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올해 메이저리그에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삼진(경기당 8.48개)이 안타(8.44개)보다 더 많이 나왔습니다. 볼넷 삼진 홈런을 한 데 묶어 이르는 TTO(Three True Outcomes) 비율도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요컨대 필드 위에서 공과 선수가 움직일 일이 줄어든 겁니다.


그렇다면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야수 위치라도 바꿔주는 게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뭔가 볼 거리를 선물하는 방향이 아닐까요? 타자가 자리를 옮긴 야수 쪽으로 타구를 날려 아웃 당하면 시프트가 문제인 것처럼 보이겠지만 기록을 전체적으로 보면 꼭 그렇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지금 메이저리그에 필요한 건 '금지'나 '제한'이 아니라 (그 무엇이든) '활성화' 쪽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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