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대표팀은 육체를 가진 국가다. 대표팀이 취해야 할 스타일을 논의할 때 사람들은 종종 국가가 지향해야 할 자세를 논의하고 있다. ─ 사이먼 쿠퍼 '축구 전쟁의 역사' 중에서


결국 대만 국민 선택은 '중화 타이베이(中華臺北·Chinese Taipei)' 유지였습니다.


대만은 24일 시장부터 이장까지 공직자 1만1047명을 뽑는 '2018 중화민국 지방공직원 선거'를 실시했습니다. 그러면서 △올림픽 참가 명칭 변경 △민법상 혼인 주체를 남녀로 제한 △탈(脫)원자련발전소 정책 폐기 △일본 후쿠시마(富島)와 주변 4개 지역 농산물 수입 금지 유지 등 10개 주요 정책에 대해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25일 대만 중앙선거위원회에 따르면 "2020년 도쿄(東京) 올림픽 등 국제 스포츠 대회에 '대만(Taiwan)'이라는 이름으로 참가하자"는 의견에 유권자 가운데 24.1%(약 476만 명)가 찬성해 통과 기준(25%·약 493만 명)에 미달했습니다. 이에 따라 대만 대표단은 앞으로 계속 중화 타이베이라는 이름으로 국제 대회에 참가하게 됩니다.


사실 한국으로 치면 대한체육회라고 할 수 있는 중화타이베이올림픽위원회(CTOC)는 이번 투표에 반대 의사를 피력하고 있던 상태였습니다.


대만 배드민턴 대표 초우티엔첸(周天成·28·사진 왼쪽 세 번째)은 21일 CTOC에서 준비한 기자 회견에 참석해 "여러분 한 표에 체육인들 미래가 달렸으니 절대 감정적으로 투표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CTOC에서 명칭 변경을 반대한 제일 큰 이유는 역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명칭 변경을 불허하겠다고 이미 밝혔기 때문. IOC는 만약 대만 정부가 IOC 승인 없이 명칭을 바꾼다면 △대만 선수들 올림픽 참가 자격을 박탈하거나 (초우티엔첸이 들고 있는 문구 '我要參加奧運會'는 '나는 올림픽에 참가하고 싶다'는 뜻) △올림픽 헌장 제27조 9에 따라 대만 국가올림픽위원회(NOC)인 CTOC 승인을 취소하겠다고 경고한 상태입니다. 


올림픽헌장 위배 시 내려진 재제 및 기타 조치 외에, 해당 국가에서 발효 중인 헌법, 법률 혹은 기타 규정 및 정부나 기타 기관의 행위로 인해 NOC의 활동이나 NOC의 이사 표명이 저해될 경우 IOC 집행위원회는 해당 NOC에 내린 인준을 정지하거나 철회하는 등, 해당 NOC 소속 국가에서의 올림픽 운동을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그러한 결정이 내려지기 이전에 IOC 집행위원회는 해당 NOC에 소명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 올림픽 헌장 제29조 9


재미있는 건 42년 전에는 '대만'이라는 올림픽 출전 명칭을 대만 정부에서 거절했다는 점입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을 앞두고 IOC는 이 나라 대표단이 대만이라는 이름으로 출전할 것을 원했지만 당시 (대만 공식 명칭인) 중화민국 정부는 대만은 (우리가 흔히 대만 전체 영토라고 생각하는) 대만 섬만을 가리키기 때문에 대표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대만은 이 대회에 선수단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중국 본토를 차지하고 있는 중화인민공화국 역시 '베이징(北京)에 있는 올림픽 위원회를 중국을 대표하는 조직으로 인정해 달라'며 올림픽에 나서지 않고 있던 상황. 양측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자 IOC는 1979년 일본 나고야(名古屋)에서 집행위원회를 열고 "베이징에 있는 NOC는 중국올림픽위원회(COC), 타이베이에 있는 NOC는 CTOC로 부르기로 한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따라서 대만이 다시 올림픽 출전명을 바꾸는 건 이 나고야 결의를 위반하는 일이 됩니다.


그런데 대만 정부는 왜 이름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올림픽 출전 명칭을 바꾸려고 했을까요? 이 투표 결과가 중요했던 건 대만 사람들이 독립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입니다. 대만 독립운동은 한 마디로 '중국과 대만에 서로 다른 나라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다'는 움직임이라고 풀이할 수 있습니다. 리덩후이(李登輝) 전 대만 총통(95)은 "중화민국이라는 허구에서 벗어나 중국과 헷갈릴 수 있는 국명, 국장 등 모든 요소를 완전히 삭제한 새 헌법을 쓰자"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투표 결과 대만 국민 대다수는 여전히 독립보다는 '하나의 중국'을 선호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이번 결정이 영원하리라는 법은 없습니다. 0.9%포인트만 지지를 더 얻었더라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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